세 살 아이 일곱 명, 종일 혼자 돌볼 수 있나요?
세 살 아이 일곱 명, 종일 혼자 돌볼 수 있나요?
  • 칼럼니스트 윤호순
  • 승인 2020.04.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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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단소리] 아동의 ‘인격발달’ 위해서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해야 

잠든 아이를 깨워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회사로 출근하는 길. 몸도 고되지만, 마음도 참 무겁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놓고 돌아설 때마다 요즘 이런 걱정이 든다. 

‘우리 아이의 ‘인격발달’은 잘 이뤄지고 있는 걸까?’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큰지, 몸무게는 많이 나가는지, 손가락 빨기는 아직도 못 끊었는지, 대소변은 제때 잘 가리는지, 그 색은 어떤지, 기침하는지, 열이 나지는 않는지는 눈으로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신체발달이 아닌 ‘인격발달’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아채기 쉽지 않다.

뉴스 사회면을 가득 채우는 인격 관련 사건 사고가 날 때마다 괜히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반사회성 범죄 기사를 보면 내 아이의 공감 능력은 잘 발달하고 있는 건지, 학교폭력 기사를 보면 내 아이의 또래 관계는 어떤지 염려가 앞선다.

학자들은 공통으로 ‘인격을 포함한 영역의 발달은 만 3세~만 5세까지의 성장 과정에 기인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의 이런 의견에 일찌감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일터에 나가야 하는 워킹맘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나라는 아동의 인격발달을 위한 법을 제정했고, 이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구체화 되어 있다. 나는 워킹맘으로서 이 법을 세심히 살펴봤다. 그리고 아동의 제대로 된 인격발달을 위해서 손봐야 할 조항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곧 문을 열 21대 국회에서는 아동의 인격발달 관련 여타의 법률을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을 개정·보완해 주길 바란다. 

아동의 인격발달 관련 법을 찾아보니, 걱정되는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보육교사 한 명이 돌봐야 할 아이들의 수가 너무 많다. 이래서는 충분한 인격발달의 조건이 갖춰질 수 없다. ⓒ베이비뉴스
아동의 인격발달 관련 법을 찾아보니, 걱정되는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보육교사 한 명이 돌봐야 할 아이들의 수가 너무 많다. 이래서는 충분한 인격발달의 조건이 갖춰질 수 없다. ⓒ베이비뉴스

첫 번째 법률은 2015년에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이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고도의 과학기술 및 정보화시대를 맞이한 지금, 관련 발전과 활용의 원천은 ‘인간’임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인간의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 여하에 경쟁력이 달려있으며, 그 의미와 가치 또한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학교를 포함한 사회적 차원에서 종합적, 상호 유기적, 체계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국가와 지역사회는 이를 위한 노력과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성의 핵심가치와 덕목으로는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과 그에 따른 지식과 공감, 소통,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두 번째로 살펴본 법률은 아동복지법이다. 아동복지법 제52조에는 아동복지시설의 종류, 제54조에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에 관한 내용이 있고, 시행령에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 직종과 수 및 배치기준이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0~2세 아동 2명당 보육사 1명, 3~6세 아동 5명당 보육사 1명, 7세 이상 아동 7명당 보육사 1명이 배치된다. 여기서 보육사란 사회복지사 3급 이상의 자격, 보육교사 자격, 유·초·중등교사 자격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세 번째로 살펴본 법률은 영유아보육법이다. 영유아보육법 제10조에는 어린이집의 종류가, 제17조에는 보육교직원의 배치기준이 명시됐다. 

여기에 따르면 만 1세 미만 영유아 3명당 보육교사 1명, 만 1~2세 영유아 5명당 보육교사 1명, 만 2~3세 영유아 7명당 보육교사 1명, 만 3~4세 영유아 15명당 보육교사 1명, 만 4세 이상 미취학 영유아 20명당 보육교사 1명, 취학아동 20명당 1명이 배치되어야 한다. 연장보육 시 만 3세 미만 영유아 5명당 보육교사 1명, 만 3세 이상 미취학 영유아 15명당 1명이 원칙이다. 

◇ '인격발달'의 시작은 '모방'… 아이가 좋은 모방 할 조건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저 기준이 옳은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엄마 혼자 아이 한 명을 돌보는 것도 큰 힘이 드는데, 한 명의 보육교사가 만 1세 미만 영유아 3명을 혼자 돌보는 기준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워킹맘으로서 다양한 육아제도 중 돌봄의 제도권 영역이 가장 먼저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아동의 첫 번째 발달은 ‘모방’이다. 이 모방은 본능적인 데다 주 양육자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모방으로 첫 배움을 시작하는 영유아 시기에 적어야 3명, 많으면 15명을 혼자 돌보는 보육교사의 ‘무엇’을 모방해 아이가 배울 것인가?

또, 아동을 돌보는 보육교사의 심리적,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 만만찮다. 그 피로에 따라 아동기에 아이가 절대 겪으면 안 될 불편한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방치, 방임, 불안, 소외, 공포 등….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무엇을 모방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워킹맘이 간절히 바라건대, 만 1세 미만의 영아는 한 명의 보육교사가 돌봤으면 한다. 만 2세 아동은 두 명당 교사 한 명. 만 3세 아동은 세 명당 교사 한 명이 돌보길 소원한다. 앞서 말했듯, 온전한 돌봄을 받는 경험 속에서 성숙한 인격발달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로 살피고, 자신을 진실로 표현하고, 제 뜻을 펼치며, 거절하는 법, 나누는 법, 함께하는 법을 배우는 이 시기. 인성교육진흥법에서 열거한 핵심 덕목이 이 시기에 발달한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미 우리는 이 중요한 시기의 아이에게 인격발달의 조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은가.

*칼럼니스트 윤호순은 해마다 달마다 새로워지는 육아 관련 법과 제도들이 삶의 실체에 근접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유아를 인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어른들이 유아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밝은미래아동상담소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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