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립스틱의 아동 속옷 모델, 정말 괜찮은가요?
빨간 립스틱의 아동 속옷 모델, 정말 괜찮은가요?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4.28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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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모델 같은 화장과 자세… "현재 법령으로는 규제 방법 없어"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아동 수영복, 속옷 모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나왔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아동 수영복, 속옷 모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나왔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 눈 화장, 속옷이 보일 정도로 엉덩이를 뒤로 뺀 자세.…

아동 속옷, 수영복을 판매 중인 온라인 업체의 광고가 아동을 성적 대상화로 만들고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실제 포털 사이트에 ‘아동 속옷’, ‘아동 수영복’을 검색하면 몇몇 온라인 쇼핑몰에서 여아 모델이 성인처럼 진한 화장을 하고, 몸매가 부각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 아동 수영복을 판매 중인 A 쇼핑몰은 수영복을 입은 여아 모델이 성인처럼 몸매를 부각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다리를 꼬는 자세나, 성인 수영복 모델이 취하고 있는 자세와 같은 포즈도 있었다. 아동 속옷을 판매하는 B 쇼핑몰은 속옷을 입은 아동의 가슴과 엉덩이 등 신체 일부를 확대한 사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C 쇼핑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동이 수영복을 입고 다리를 꼰 자세를 취하거나, 비키니 위에 그물니트를 착용한 사진도 있었다. 심지어 D 쇼핑몰은 아동이 진한 화장을 하고 엉덩이를 뒤로 뺀 자세로 흡사 성인 잡지에 나오는 요염한 자세를 연상하게 했다.

최근 이른바 'N번방' 사건 등 성착취 사건에 아동 피해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동 수영복, 아동 속옷 쇼핑몰 사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당 쇼핑몰이 여아를 모델로 쓰면서 성적 대상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베이비뉴스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아동인권 전문가 네 명의 자문을 구했다.

◇ “아동 모델에게 진한 화장 시키는 것 적절하지 않아”

이러한 온라인 무분별한 광고가 아동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아동 속옷·수영복 모델 사진을 올리고 성폭력에 가까운 댓글을 단 사례들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공 대표는 “아동 속옷이나 수영복을 온라인으로 광고할 때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한다”면서 “아동 속옷은 마네킹에도 입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의 성 상품화가 성적 대상화로 이어지면 아동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이라도 성적 대상화 지침을 만들고, 이를 위반할 시는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광고에 대해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먼저 온라인 광고에서 속옷, 수영복 모델이 되는 아동과 그 광고에 노출되는 아동 모두에게 차별과 편견, 혐오 등에 경향성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면서 “그 기준점을 법에 명시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복지법, 청소년보호법, 아동권리협약 등을 근거로 아동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법적 제재의 필요성을 설명한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어린이는 어릴수록 권리를 주장하기 힘들며, 보호자와 광고주의 요구에 따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모든 시도를 차단하는 법적 제재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린이를 섭외하고 촬영하는 모든 과정에서 언제나 어린이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의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은 “아동 모델에게 성인의 포즈를 따라하도록 하거나, 아동 모델들에게 과도한 화장을 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와 관련해 사진의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동이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제품 착용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아동에 대한 성 상품화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7일 베이비뉴스는 현재 아동 속옷과 수영복을 판매 중인 두 곳의 온라인 쇼핑몰을 대상으로 해당 내용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전화를 했다. 먼저 E 쇼핑몰 관계자는 “아동 모델에게 정당한 모델료를 지급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F 쇼핑몰 관계자는 “아동 모델 사진은 다른 업체에서 받아 사용하고 있다”면서, “제공받는 업체는 알려줄 수 없고, 아동 속옷, 수영복 모델의 사진에 대해 문제라고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 해외 업체들은 아동 속옷·수영복에 모델 없이 상품만 게시

​해외 유명 의류업체인 GAP, H&M, ZARA는 아동 속옷, 수영복 광고에서 아동 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 왼쪽부터 GAP, H&M, ZARA의 아동 수영복 광고 모습.ⓒGAP, H&M, ZARA
​해외 유명 의류업체인 GAP, H&M, ZARA는 아동 속옷, 수영복 광고에서 아동 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 왼쪽부터 GAP, H&M, ZARA의 아동 수영복 광고 모습.ⓒGAP, H&M, ZARA

해외 유명 의류업체들은 어떨까. 스웨덴의 의류 브랜드 H&M의 경우 ‘아동 수영복’을 검색하면 수영복 이미지만 나올 뿐 아동이 직접 착용한 사진은 없었다. 미국의 의류 브랜드 GAP 역시 아동이 직접 수영복을 입은 사진은 없었고, 스페인 의류 브랜드 ZARA도 마찬가지였다.

UN아동권리협약 제34조는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와 성적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지니며, 아동을 외설적인 공연 및 자료에 착취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지난해 7월 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는 “2018년 1월 2일부터 18세 미만 아동의 성 상품화 광고에 대해 규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의류업체 ‘노바디스 차일드’의 2016년 광고에서 앳된 얼굴의 여성 모델이 의자나 소파에 걸터앉아 무표정하게 카메라를 응시했는데, ASA는 “모델의 포즈나 표정이 성적 암시를 줄 수 있다”며 광고 금지조치를 내린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 배스킨라빈스의 광고를 두고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12세 여성 아동 모델이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장면을 클로즈업한 부분이 문제가 된 것. 이에 배스킨라빈스는 광고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같은 해 7월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광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중파, 케이블 등 광고 규정은 방송 심의 규정을 따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5조 6항을 살펴보면 ‘방송은 신체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복장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출연시키거나 어린이와 청소년이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온라인 공간은 정보통신 심의규정에 속한다. 문제는 규정이 애매해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서 음란물은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성적표현 및 남녀성기에 관한 은어 및 비속어를 사용해 성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 ▲강간 등 성폭력 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 ▲성행위와 관련된 신음소리 등을 극히 자극적으로 묘사 ▲변태적인 자위행위 및 성기애무를 구체적으로 묘사 ▲수간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 ▲아동 또는 청소년을 성적 유희대상으로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 ▲기타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총 일곱 가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21일 베이비뉴스와 전화에서 “아동은 보호돼야 한다”면서도 “방송과 다르게 통신은 법령이 명확하게 정비돼 있지 않아 사각지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광고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현재 법령으로는 온라인에서 광고 중인 아동 속옷이나 아동 수영복에 대해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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