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스트레스, 우리 부부도 피할 수 없었다 
온라인 개학 스트레스, 우리 부부도 피할 수 없었다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20.04.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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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코로나19 스트레스 없는 5월을 기다리며

지난 20일(월),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가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준비를 잘 해줬던가 스스로 반성도 할 겸 지난 1주일을 복기해본다. 온라인 개학이라고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닥치면 다 할 수 있다고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학교가 안내한 e알리미를 설치하고 공지에 따라 교육청 사이트, e학습터, EBS, 학교홈페이지에 가입했다. 부모와 아동용으로 가입 후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었으나 순조롭게 처리했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 4일 전, 사이트 가입이 안 됐다고 학교에서 아내에게 전화한 모양이다. 나는 아내에게 한소리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아빠와 비교를 당했다.

아이들의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다 결국 아내와 싸웠다. ⓒ문선종
아이들의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다 결국 아내와 싸웠다. ⓒ문선종

준비를 아예 안 한 건 아니었다. 하루 휴가를 내고 학교에 아이의 교과서를 받으러 갔다. 워킹스루(Walking Thru)로 교과서를 받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걸어가면서 신속하게 책을 받았다. 궁금한 부분을 몇 가지 질문했는데 동봉된 서류를 참고하라는 말만 들었다. 물 흐르듯 교과서와 입학 축하 물품을 받아 꼼꼼히 체크 했다. 그런데 내가 주민등록 초본을 깜빡한 모양이다.

학교에서는 초본을 보내지 않았다고 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정부24에 접속해 3자 발송으로 초본을 보냈다. 아내가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어서 우리는 긴급돌봄을 받을 수 있는 맞벌이 부부에 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다행히 가까운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있었다.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실물로 제출해야 했기에 급하게 챙긴다고 진땀을 뺐다.

나름 철저히 한다고 했지만, 온라인 개학에 필요한 행정적인 부분을 꼼꼼하게 챙길 수 없었다. 아내의 일정을 망친 나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노력이 무시당했다는 기분에 화가 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부부싸움을 했다. 그리고 부족한 나의 탓으로 귀결했다.

◇ 집에서 부대끼며 쌓인 '코로나 스트레스', 이제 가족과 함께 극복해야 할 때 

우리 가족만 이런 어려움을 겪었을까? 아마 많은 가정이 우리와 비슷한 문제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특히 조손가정이나 취약계층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온라인 학습이 기존의 불평등을 가속하거나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을 대체하지 않도록 보장하라’라고 권고한 바 있다. 

온라인 개학 후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아동의 사례를 찾는다는 기자들의 연락이 빗발쳤다. 나는 재단의 사업장에 연락해 해당 사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실제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됐다. PC 보급 문제부터 학교의 긴급돌봄 서비스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가정들이 많았다.

한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동 1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 설문한 결과 94.2%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 중 36.5%가 옆에 어른이 있어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온라인 개학으로 아이들의 학습 부담을 부모가 온전히 안아야 하는 현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과중한지를 보여준다. 이런 부담이 스트레스로 이어져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으로 미칠 우려도 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이수정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을 명절에 비유했다. 명절 기간에는 가정폭력이 일어나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있으므로 신고율이 낮지만, 명절이 끝나고 가족이 헤어지면 가정폭력 신고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지난 7일 경찰청은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13.8% 늘어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4월은 어떨까?

5월에는 집과 PC, TV, 태블릿, 스마트폰에 갇힌 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5월의 푸른 하늘을 보길 희망한다. 그리고 그 하늘이 우리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마음 상하는 일, 짜증나는 일, 화나는 일이 있어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길. 아이들과 시소를 타면 시소는 나에게 기운다. 아이와 수평을 맞추기 위해서는 발에 힘을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5월에는 아이들과 수평을 맞추고, 아이들의 발이 땅에 닿아 힘껏 하늘로 비상할 수 있도록 아내와 마음을 모아본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 시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고,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지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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