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지 며칠이 지났다. 이대로 생활방역을 잘 해나간다면 아이들은 곧 학교로, 유치원으로, 어린이집으로 향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물론 긴장의 끈을 놓치긴 아직 이르다. 더욱 더 긴장하고 조심해야 아이들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100일 가까운 시간을 집에서 두 아이와 함께 했고 지금도 같이 지낸다. 모든 건 적응하기 마련이라고,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더 이상 “오늘 어린이집에 가요, 안가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온종일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들을 내가 직접 돌볼 수 있는 상황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집콕육아’는 엄마인 나의 본성을 여실히 드러나게 했다. ‘아이들과 언제 이렇게 붙어있겠나’ 싶어 최선을 다해 육아하겠노라 마음먹다가도 금세 두 눈 부릅뜨고 포효하는 나를 발견할 때면 무섭기까지 했다. 어제도, 오늘도 그러는 중이다. 둘째 아이가 울먹이며 “엄마 무서워...”라고 했으니 말 다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이 둘과 보냈던 시간들. 심신은 지치고 인내심은 바닥을 쳤지만 그럼에도 내겐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육아를 향한 부담감을 슬쩍 내려놓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난 아이들이 심심해하는 걸 못 보는 엄마다. 이 놀이가 끝나면 다른 놀이로 갈아타줘야 하고 식사 준비로 자리를 비울 때는 아이들끼리 놀 수 있도록 찰흙놀이라도 준비해줘야 마음이 편했다. 집콕육아를 시작한 지 처음 한 달은 열정 가득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온라인으로 이것저것 재료들을 주문해 미술놀이도 하고 찰흙놀이, 황토놀이도 하며 엄마표 놀이에 푹 빠졌다.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재밌다는 아이를 보면 뿌듯했다. 하지만 집콕육아가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뭐 하고 놀지?’라는 고민이 부담스러웠다. 큰 아이는 “엄마, 이 놀이는 저번에 했잖아”하며 금방 지루해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떠안고 있는 문제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놀 거리도, 놀아줄 의지도 몽땅 소진돼버렸다. ‘이젠 나도 못살겠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이 입에서 “심심해”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새어나오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그래! 심심해도 괜찮은데 뭐가 문제지? 너무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 게 아닐까?’ 사실 난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제발 혼자 아무것도 안하고 심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심심한 게 나쁜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아이들을 심심하게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심심해도 괜찮아. 엄만 심심한 게 제일 좋을 때도 있는 걸? 꼭 뭘 안 해도 돼. 가끔은 그냥 누워도 있고 아무 것도 안 해도 좋잖아.”
아이에게 선전포고(?)를 한 뒤부터는 아이들을 심심하게 둔 채 거실 바닥에 멍하니 누워 쉬기도 한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해왔던 개인적인 일을 낮에 할 때도 있다. 처음엔 “엄마 일어나서 같이 놀자”고 떼쓰며 달려들던 아이는 혼자 놀이에 푹 빠지거나 동생과 놀며 시간을 보낼 줄도 안다. 아이들에게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엄마에게 의지하려 들었다. 그게 또 스트레스가 됐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없는 요즘 같은 시기엔 더 힘겹게 느껴졌다. 엄마가 너무 힘들지 않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자고 마음먹으니 오히려 시간이 잘 가고 있다. 아이들도 심심함을 즐길 줄 알게 됐으니 이보다 더한 변화가 어디 있을까.
이것 말고도 달라진 점이 또 있다. 아이들이 올바른 위생습관을 완벽히 터득하고 실천한다는 점이다. 손톱 밑, 손등,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손 씻기, 재채기는 옷소매에 하기, 외출 시에는 마스크 꼭 쓰기 등등. 우리가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들을 아이들도 아주 열심히 지켜나가니 다행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가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심심함을 즐기며 버텨나가겠다. 코로나로부터 보다 안전한 환경이 되어 하루 빨리 아이들이 씩씩하게 학교로, 유치원으로, 어린이집으로 갔으면 좋겠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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