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아가 장애아 도와줘야 한다?
비장애아가 장애아 도와줘야 한다?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0.05.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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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다니는 비장애아 부모의 ‘어떤 고민’ 

“선생님, 어린이집에 다녀온 우리 아이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같은 반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놀기 싫다고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그리고 어른들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요?”

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비장애아 부모에게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통합어린이집을 선택한 부모는 아마, 아이가 바른 인성을 가지길 바라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어린이집엘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가 불평하기 시작한다. 

“엄마, OO이는 내가 만든 블록을 다 부숴버려.”

“아빠, OO이는 침을 자꾸 흘리고 다녀.”

“나, OO이랑 놀기 싫어.”

이런 상황이 되면 부모는 몹시 난처하다. 내 아이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보냈는데도 어째서 아이는 ‘장애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인지 부모의 고민은 쌓여간다. 비장애아 부모는 조심스레 상담을 요청하고, 우리는 이야기를 나눈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장애 있는 친구와 놀기 싫어하는 문제에 대해 속상함을 토로한다. 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어머니, 아이가 꼭 OO이와 놀아야 하나요? OO이와 놀지 않으면 안 되나요?”

◇ 장애아와 무조건 친하게 지내라는 것도 어쩌면 '차별'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해서, 비장애아가 장애아 모두와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 ⓒ베이비뉴스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해서, 비장애아가 장애아 모두와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 ⓒ베이비뉴스

살면서 마음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 어떤 대인관계를 맺어왔는지 생각해보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겐 가까이 가지 않고, 딱히 싫은 티를 내지 않았지만, 굳이 가까이 지내지도 않았다. 그러니, 어쩌면 ‘너는 장애통합기관에 다니고 있는 비장애아이이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배려하고, 친하게 지내야 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장애아에 대한 역차별 아닐까?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다닌다고 장애아 모두와 친하게 지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도 살다 보면 마음이 잘 맞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나와 좀 안 맞아서 멀리하고 싶은 친구도 있지 않은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주는 것 하나 없이 미운 친구도 있고 말이다. 아이들의 사회생활도 우리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부모의 이상적 바람이 녹아있다 보니 아이의 그런 반응이 ‘문제’라고 느낄 뿐. 

아이가 부모에게 “엄마, 나 OO이랑 놀기 싫어. 걔는 내 블록을 부숴버리거든”이라고 말했을 때,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그래? 정말 속상했겠다. 블록 멋지게 만들었는데 그냥 와서 부숴버렸으면 엄마라도 속상했을 것 같아.”

“응, 정말 속상했어. 그래서 OO이랑 놀기 싫어.”

“그래. OO이랑 놀기 싫으면 놀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데 OO이가 블록을 왜 부수는 것 같아? OO이가 잘 노는 놀이는 뭐가 있는지 알면 좋을 텐데.”

이 정도만 이야기해줘도 좋다. 하지만 장애아이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으로 끝나지 않게 아이의 고민을 교사와 함께 나누는 것 정도는 필요하다. 교실 내에서 아이의 마음 읽기와 더불어 어떻게 해야 장애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다른 아이들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끌어낼 수 있을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할 테니까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 것은 서로에 대한 관찰에서부터 시작한다. 유아들도 마찬가지다. 장애가 있든 없든, 서로에 대해 충분히 관찰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관찰하는 동안에 아이는 친구들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된다. 오랜 시간 관찰하다 보면 작은 장점도 찾을 수 있을 테고, 친구의 웃는 모습이 예뻐 보일 수도 있다. 또 특수교사가 있는 상황이라면 교사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에서 친구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교사의 행동을 모델링해 학습할 수도 있다. 

◇ 비장애아가 장애아 도와줘야 한다?…아니, 어린이는 어른이 도우면 된다 

우리가 타인을 만나는 방법, 서로 친구가 되는 방법은 평생에 걸쳐 배우는 사회 생활 중 하나다. 성인이 되어도 본인의 성향에 따라 사람을 취사선택해 만나는 것도 그리 이상하고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유아기에, 그것도 몇 개월 만에 단기적으로 ‘친구 사귀기’ 기술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아기는 그저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있군”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는 것과 그 다양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다.

존중받고 자란 아이는, 타인도 존중할 줄 안다. 이것이 아이의 감정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다. 나의 기분, 내 감정을 존중받은 아이는 이후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 타인의 감정도 존중해야 함을 자연스럽게 안다.

나는 아이들끼리 놀 때 강제성을 띈 ‘함께 놀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우리 모두의 감정이 소중하니, 나와 다름을 이유로 함부로 친구를 놀려서 안 된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친구를 속상하게 한 아이에게는 장애아 비장애아 구분 없이 똑같이 훈육해서 키웠다.

또 원에 있는 비장애아에게 장애아를 특별히 도와줘야 한다는 교육도 하지 않았다. 장애 있는 친구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어른들이라고, 어린이를 어린이가 돕는 일은 힘든 일이라는 것도 알려줬다. 너희들은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닌 그저 같은 나이의 친구로 함께 놀면 된다고 알려줬다. 그렇게 키워낸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학교에 갔다.

하루는, 장애가 있는 아이가 학교에서 소변 실수를 한 모양이었다. 아이의 소변 실수를 두고 친구들이 빙 둘러서서 놀렸단다. 몇몇 아이들은 오줌 싼 아이더러 바보라고 큰소리로 놀렸다고. 이때 어린이집 같은 반이던 여자아이가 이 아이들 속을 헤집고 들어가 오줌을 싼 장애아이의 손을 잡고 엉엉 울면서 교무실에 있는 선생님을 찾아갔다. 같은 반에서 생활했던 친구를 다른 아이들이 놀려서, 제 딴엔 마음이 무척 상했는지 오히려 그 여자아이 울음이 쉽게 그치지 않았다고.

그때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부당함’ 아니었을까. 바지에 오줌 좀 쌌다고 여러 명이 한 명을 놀리는 모습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존중받고 자란 아이는, 타인을 존중해야 함을 안다. 정당함 속에서 큰 아이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줄 안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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