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볼일 보다 기겁" 어린이집 화장실에 CCTV가?
[단독] "볼일 보다 기겁" 어린이집 화장실에 CCTV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5.27 16:4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장 “아동·교직원 안전 위해 설치”… 교사 “노조 감시 목적 의심”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A어린이집 화장실에 설치된 CCTV 모습. ⓒ제보자 제공
A어린이집 화장실에 설치된 CCTV 모습 ⓒ제보자 제공

강원 춘천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화장실에 CCTV(영상정보처리기기)가 설치돼 논란이다. 원장은 아동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설치했다고 주장했으나, 보육교사는 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춘천시의 A어린이집은 지난 25일 배포한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CCTV 추가 설치 사실을 안내했다. 추가 설치 목적에는 “아동과 교직원의 신변 안전 및 사각지대 영유아 관리 등”이라고 설명했다. 설치 위치와 방향에 대해서는 “화장실, 세면대 방향(손 씻기, 이 닦기 시 영유아, 교직원 등 뒤 방향 비춤으로 고정) 민감 장소이므로 배변 모습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설치 절차와 관련해서는, 4월 29일 개최한 운영위원회에서 부모위원 전원동의로 의결됐고, 교직원도 과반수 이상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육교사는 반발했다. A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B 씨는 지난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화장실 CCTV 설치로 인한 인권침해를 막아달라'며 진정을 접수했다.

◇ 어린이집 측 “세면대 방향 촬영… 부모·교사 동의받았다”

A어린이집에서 지난 25일 배포한 가정통신문 ‘CCTV 설치’ 관련 안내 ⓒ제보자 제공
A어린이집에서 지난 25일 배포한 가정통신문 ‘CCTV 설치’ 관련 안내 ⓒ제보자 제공

왜 국공립어린이집 화장실에 CCTV가 설치된 것일까. 원장 C 씨의 설명을 자세히 들어봤다.

C 씨는 26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운영위원회 회의가 진행된 날(4월 29일)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돌보는 교직원이 세면대 앞에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119로 이송되는 사건이 있었다”면서, “재발할 경우 아이를 안고 쓰러지면 사각지대라 더 큰 안전사고에 아이들이 노출될 수 있고 교직원도 보호해야 하므로 운영위원회에서 건의해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 씨는 “운영위원회, 해당반 부모님 전원, 교사 등 동의를 받아서 설치했다”면서, “강력한 부모님들 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그날 쓰러진 보육교사 B 씨는 설치 전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CCTV는 지난 9~10일 주말을 이용해 설치됐고, 교사 동의서는 20일에 받았는데 설치 이전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B 씨는 CCTV 설치의 발단이 된 '쓰러짐' 사고에 대해 설명했다. “그날 운영위원회에서 (B 씨의 좋지 않은 건강 상태를 두고 근무 여부를 결정을 하라고) 취조하듯 말씀하셔서 스트레스를 받아 눈물이 나고 마음이 힘들어 화장실 가서 울다 쓰러져 119에 실려 간 일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B 씨는 “(교사가) 한 번 쓰러졌으니 화장실에 CCTV를 설치한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 씨는 화장실에 CCTV를 설치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B 씨는 화장실 CCTV를 처음 발견한 지난 11일을 떠올리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일어서는데 CCTV가 설치돼 있는 걸 보고 엄청 놀라 기겁했다”면서, “CCTV가 있으니 의식을 많이 하게 되고 화장실 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사실 B 씨가 의심하는 CCTV 설치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하는 교사,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B 씨)을 감시하려는 의도”라는 것. 그러면서 B 씨는 “원장의 주장대로 안전을 위해서라면 모든 어린이집 화장실에 CCTV를 다 설치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아이들은 화장실 들어가는 순간부터 옷을 벗고 들어가기도 하는데 아이들의 인권도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춘천시 “설치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 없어”… 교사는 인권위에 진정

강원도 춘천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화장실에 CCTV가 설치됐다. ⓒ베이비뉴스
강원도 춘천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화장실에 CCTV가 설치됐다. ⓒ베이비뉴스

인권침해 문제와 예민하게 닿아 있는 CCTV 설치 문제. 더욱이 그곳이 화장실이라면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규정상 문제는 없는 걸까. 해당 어린이집 운영을 지도·관리하는 춘천시의 입장을 들어봤다.

춘천시청 관계자는 26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현장에 직접 가서 CCTV 각도를 확인해보니 세면대 쪽으로 설치돼 있었다”면서, “운영위원회에서 설치를 결정했고, (보육사업안내에) 설치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으면 철거 지시를 하겠지만 그런 명확한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고, 설치 각도가 세면대를 향해 있어 인권침해도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호연 어린이집비리고발센터장은 27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어린이집 내 화장실 CCTV 설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교사가 쓰러진 사고로 인해 설치했다면 무엇보다 교사 본인의 동의가 먼저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으니 추후 어떤 답변이 나올지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보육사업안내 부록편(179쪽)에 따르면, CCTV를 설치할 때는 학부모 총회나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거나 CCTV 설치로 직접 영향을 받는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사전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설치구역(보육사업안내 부록편 180쪽)에 있어서도 각 보육실, 공동놀이실, 놀이터(인근 놀이터 제외) 및 식당, 강당에 1대 이상씩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밖에 외부에서 출입이 가능한 출입로(주/부출입문), 어린이집 내부의 계단과 계단 사이의 연결 공간, 어린이집 안전관리 및 보안에 중요지역 및 중요실은 어린이집의 특성을 고려해 추가 설치할 수 있고, 그 외 '관리 책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CCTV 전문가, 학부모, 교직원과 협의해 추가 설치가 가능하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uk**** 2020-06-03 08:49:24
동료들과 아이들이 힘든것은 생각하지도 않으신것 같아 안타깝네요. 쓰러진 모습을 본 부모님들은 아이들과 쓰러진 선생님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죠.
안전을 생각해 설치한 cctv를 감시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논쟁거리로 만들려고 하시는 선생님의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아이들을 생각하시는 분이 맞으신지, 제보하신 선생님 한분만을 위해 돌아가는 어린이집이 아닐진데...
그분을 감시할 정도로 어린이집에서의 영향력이 대단했던가요? 다른 교사들도 안전을 위해 동의한 일을 이렇게 논쟁거리로 만들 일인가 묻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평소 하는 행동들을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oa**** 2020-05-30 19:23:38
저는 위 기사의 쓰러진 보육교사님께 14개월 된 아이를 맡기고 있는 해당 반의 학부모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 병가를 내셔서 걱정되는 마음에 잘 치료를 받고 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자리를 비운 약 1개월의 기간 동안 업무대행 선생님들과 함께 저희 아이를 같이 돌보면서 선생님이 건강하게 복귀하시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복귀하신 후에도 학부모에게 선생님의 건강상태 등에 대하여 개인정보라며 답변을 회피 또는 거부하셔서 저는 기사 내용을 보고 오늘 선생님이 왜 쓰러지셨는지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토록 건강이 좋지 않은 선생님께서 저희 아이를 안고 화장실에서 혹시라도 또 쓰러지시게 되실까봐 걱정이 많이 됩니다.
선생님 언론을 통해 어린이집에 대하여 문제제기만 하실게 아니라,부모와의 대화가 먼저 아닐까요

shp4**** 2020-05-29 18:45:06
설마하니 노조교사 한사람 감시하려고 CCTV 를 설치했겠어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언론이용하고 지역 맘카페 이용해서
사람하나 끌어내리기 위해 무진장 애쓰시는 한분이 안타깝네요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곳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동료교사들의
맘고충은 헤아리지도 않나봐요. 어린이집의 원생과 부모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일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어쩜 이렇게 큰 짐을
지게하는 겁니까?
어린이집 이미지가 얼마나 나빠져야 ...아니면 어린이집이
폐원이라도 해야 이런 유치한 행동들을 멈추실지 ㅜㅜ
본인이 했던 행동들을 돌이켜보시길 바랍니다.
정말이지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동료 교사로써 화가나서 참을수가
없습니다.
어린이집 이미지에 먹칠하는 행동 그만하셨음 좋겠네요
정말이지 부끄럽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