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갇힌 한국교육… 공부도 놀이도 없는 ‘진공상태’
경쟁에 갇힌 한국교육… 공부도 놀이도 없는 ‘진공상태’
  • 기고=양신영
  • 승인 2020.06.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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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놀아요?③]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

놀이를 빼앗긴 대한민국 아이들. 놀이라는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시 아동 놀이권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의 연속 특별기고로 놀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 편집자 말

우리나라 아동은 놀이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학교 학습으로 인한 시간부족’ 등을 꼽았다 ©베이비뉴스
우리나라 아동은 놀이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학교 학습으로 인한 시간부족’ 등을 꼽았다 ©베이비뉴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놀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고,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는 자연환경과 어울릴 권리, 지나친 경쟁에 내몰리지 않을 권리, 놀이 여가 휴식권 및 수면권, 지나친 학습부담에서 벗어날 권리를 적시했다.

국내외 조약과 법령들이 아동의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잉학습과 교육으로 인해 현실에서는 아동의 놀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아동의 놀이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시간, 공간, 친구’ 세 가지를 꼽았으며, 일본의 대표적 놀이연구가인 센다 미츠루도 이들의 부족이 현대사회에서 아동의 놀이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일반논평(2013)에서는 정부의 투자뿐만 아니라, 아동의 자발적인 놀이를 위한 ‘시간과 공간’도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 가정에서 양육하는 5세 영유아, 평일 ‘175분’ 사교육 받아

황옥경 등(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은 놀이와 여가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학교 학습으로 인한 시간부족’(20.8%, 2위), ‘너무 많은 학원 교습’(17.5%, 3위) 등을 꼽은 바 있다.

육아정책연구소(2016)에서 2세, 5세아의 하루 일과를 조사한 결과, 평일 시간제 교육시간은 가정양육 2세아의 경우 69분, 5세아의 경우 175분으로 나타났다. 기관에 다니는 영유아의 경우 제시된 시간(59~81분)에 기관이용 시간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영유아들은 더 긴 시간을 학습에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반일제 이상 학원으로 다니는 경우 하루 시간의 대부분이 학습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실이다.

국외학자들이 제시하는 권장 숙제시간에 영유아는 아예 제외돼 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라도 하루에 0~30분(Cooper, 2008), 혹은 1주일에 15~20분 정도 1~3개의 숙제(Zentall, 1999)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이러한 기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 영유아의 학습시간은 지나치게 긴 편이다.

2, 5세아의 평일 시간제 교육시간 ©양신영
2, 5세아의 평일 시간제 교육시간 ©양신영

이렇게 긴 학습시간은 자연히 놀이 시간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위의 연구 결과, 평일 바깥놀이 및 외출시간은 2세아의 경우 평균 69.8분, 5세아의 경우 평균 63.9분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권장 운동 시간은 5~17세 아동의 경우 하루 최소 60분 이상이다. 호주 보건부는 영아는 신체활동을 장려하고 3~5세는 최소 3시간 이상의 신체활동을 해야 하며, 영유아 모두 1회에 1시간 이상 앉아 있거나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면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별도로 바깥놀이를 하는 것을 감안할 때 대체로 2시간 내외의 실외활동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호주 보건부의 기준에 비춰볼 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는 아동, 세 명 중 한 명 꼴 불과

여러 보고서들은 우리나라 아동들의 놀권리가 충분히 구현되고 있지 못한 여러 실상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 점수는 OECD 27개국 중 꼴찌였다.

1주일에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하는 아동은 36.9%에 불과(2018년 아동실태조사)해 신체활동 시간이 줄어드는 등 건강 위험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과중한 학업 부담,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기회 부족 등으로 아동의 우울 및 불안, 공격성은 2013년 대비 뚜렷하게 증가하는 등 마음건강 또한 위험한 수준이었다.

청소년 스트레스 인지율 40.4%, 우울감 경험률 27.1%(2018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로 조사됐다. 자살 생각을 하는 청소년 17.6%, 실제로 자살 행동을 한 경우 1.7%, 자살 의도는 없지만 자해 행동을 한 경우 5.8%(2018년 소아청소년 정신질환실태조사)로, 위기에 내몰린 상황을 수치가 보여주고 있다.

아동의 방과후 희망활동 조사에서, 희망보다 실제가 가장 저조한 분야는 ‘친구와 놀기’, ‘신체활동 및 운동하기’ 순으로 나타나 놀이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반면 희망보다 실제가 가장 높은 분야는 ‘학원이나 과외’로 조사됐다.

아동의 70% 이상은 평소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학원 또는 과외 등 학습관련 시간부족’이 전체 응답의 75%를 차지해, 청소년기 연령일수록 시간부족 응답 비율이 상승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2019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2.1만 원(전년 대비 3.0만 원 증가)로 역대 최대치이며, 사교육비 총 규모도 21조 원(전년 대비 1.5조 원 증가)으로 역대급 증가세를 보였다.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대비 1.9%p 증가한 74.8%를 기록했다. 학교급별 사교육비, 과목별 사교육비, 사교육 참여시간 등 어느 항목 하나 감소한 것이 없는 사교육비 폭증 대란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교육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우려한 한국 교육정책… “경쟁만이 목표”

일본 문부과학성은 아동의 놀이에 필요한 요소로 ‘시간, 공간, 친구’를 꼽았다 ©베이비뉴스
일본 문부과학성은 아동의 놀이에 필요한 요소로 ‘시간, 공간, 친구’를 꼽았다 ©베이비뉴스

하지만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방향들을 정책으로 녹여내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9월 18·19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대한민국의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제5·6차 국가보고서 심의현장에서 대한민국 심의 코디네이터를 맡은 아말 알도세리 위원은 “한국의 공교육 제도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 아동의 잠재력을 십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발달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만이 목표인 것 같다. 이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과 거리가 멀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놀이정책을 성과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 “아동들이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하는데, 실제로 이러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가? 내가 만난 한국의 아동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은 공부밖에 없다고, 학교가 끝나면 자정까지 학원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가?”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필자가 만난 한 중3 학부모님은 ‘청소년과 놀이라니,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놀이의 본질은 쉼과 회복인데, 그런 것이 이루어지기는커녕 신체적 놀이라고는 전혀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어요. 학원 가고 숙제하느라 시간 다 보내고, 그나마 남는 시간에는 방문 딱 닫고 들어가서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는 것이 노는 것의 전부예요.

외출을 한다고 하면 학원 안 가는 친구를 겨우겨우 찾아내는 것부터가 일이고, 운 좋게 그 한 명을 찾으면 나가서 로드숍 화장품 몇 개 사고, 코인노래방에서 노래 몇 곡 부르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노는 코스죠. 생각해보면 공부도 놀이도 열망 그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학원도 시간 되면 그냥 가는 것이지….”

‘배움’과 ‘두려움’은 함께 일어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경쟁적 입시제도의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진정한 배움도 일어나지 못하고 놀이도 잃어버린 결과를 낳았다.

당장의 배움이 나의 진로와 미래에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알지 못한 채로 학업에 열중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모두가 달려가고 있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놀이에 집중할 수도 없는 진공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매력적인 학교, 배움의 기쁨, 놀이의 다채로움, 휴식과 여가의 충만함, 관계의 성숙함, 과연 교육의 목적은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진중히 고려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공고한 대학 서열화 구조, 그에 따른 출신학교·학벌 차별 관행, 직업 간 임금격차와 같은 교육제도 외적 요인. 그리고 높은 변별력을 요구하는 고부담 입시제도, 고교체제의 서열화, 줄 세우기식 수업평가, 과도한 선행 교육과정 등과 같은 교육제도 내적 요인.

거기에 과장·허위 마케팅을 펼치고 잘못된 정보를 유통해 부모와 학생을 불안을 부추겨 결국 소비에까지 이르게 하는 사교육시장의 논리 등, 결국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와 인식 문제가 얽히고설켜 우리 아이들, 특히 영유아 단계 아이들의 놀이시간마저 위협하고 있다.

아이들의 놀권리 회복을 위해 당장의 응급처치부터 체질개선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더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 서울시 아동 놀이권 조례 제정 함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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