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아니면 언제 아이와 완두콩을 까 보겠어요
이때 아니면 언제 아이와 완두콩을 까 보겠어요
  • 칼럼니스트 신혜원
  • 승인 2020.06.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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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의 열두 가지 채소 이야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완두콩 까는 것도 다 때가 있으니…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가는 길목, 완두콩의 계절이 왔다. 완두콩은 이맘때, 한 달 남짓한 기간에만 나오기 때문에 눈에 띄었을 때 사지 않으면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까짓 완두콩 안 먹으면 어때”라고 생각한다면, 아직 제철 완두콩 맛을 못 봐서 그런 거라고 감히 추측해 본다. 제철을 맞은 완두콩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트마다 채소 판매대에 완두콩과 '깔 맞춤'한 초록색 그물망이 켜켜이 쌓여있다. 완두콩 꼬투리가 한가득 담겨 있어 한 망 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꼬투리 속이 꽉 찬 완두콩을 지금 갈무리해 놓으면 일 년 내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또 온 가족이 함께 완두콩을 다듬는 시간은 아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아이와 함께 완두콩 꼬투리 까며 즐거운 추억 쌓아봐요 

완두콩 한 주먹 볼에 담으니 파도 소리도 나고, 바람 소리도 나고. ⓒ신혜원
완두콩 한 주먹 볼에 담으니 파도 소리도 나고, 바람 소리도 나고. ⓒ신혜원

우선 신문지를 여러 장 펼친 뒤 형광 초록 망태기를 뒤집자. 풋고추를 닮은 완두콩 꼬투리가 후두두 쏟아진다. 잘 여물어 때깔부터 고운 꼬투리를 비틀면 ‘투둑’ 터지는 소리와 함께 풋풋한 풀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풋고추는 끝이 뾰족하지만, 완두콩 꼬투리 끝은 버선코를 닮아 둥글다. 버선코 모양이 위로 오게 세우고 둥근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른다. ‘툭’ 하고 구멍이 생기면 조심스럽게 꼬투리의 봉합선을 가른다. 예닐곱 대가족부터 혈혈단신 ‘1인 가구’까지 각양각색 완두콩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아기 완두콩이에요.”

“이 완두콩은 주사위 같아요.”

“여기 보세요. 완두콩이 웃고 있어요.”

잘 여물지 못해서 생기다 만 완두콩, 비좁은 꼬투리 안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밀어내느라 네모 모양이 된 완두콩, 터진 모습이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완두콩이 신기하다며 조잘대는 소리가 정겹다.

"여긴 '대가족'이 사는 꼬투리네요. 완두콩이 하나, 둘, 셋…여덟 개가 들었네요!" ⓒ신혜원
"여긴 '대가족'이 사는 꼬투리네요. 완두콩이 하나, 둘, 셋…여덟 개가 들었네요!" ⓒ신혜원

완두콩 한 주먹을 스테인리스 볼에 담으면 어떤 소리가 날까?

천천히 좌우로 기울이면.

“좌르르…. 파도 소리가 나요.”

둥글게 한 방향으로 돌리면.

“휘이- 휘이. 바람이 불어요.”

완두콩을 위에서 떨어뜨리면

“톡 토독 톡톡…. 초록 빗방울이 떨어져요.”

그러다 완두콩 몇 알이 ‘통 토로로롱 통, 통’ 천방지축 탱탱볼로 변신해 거실 바닥으로 탈출한다. 완두콩을 잡으러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의 뒷모습이 사랑스럽다. 완두콩이 빠져나온 꼬투리는 이제 콩깍지가 되었으니 쓰레기통으로 쏙. 동글동글 완두콩은 지퍼 팩에 소분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으니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 꼬투리 입에 넣고 쭉!… 재미있게 먹으며 완두콩과 친해져요

나는 어릴 때 완두콩이 참 싫었다. 그래서 식탁에 완두콩밥이 올라오면 “절대 안 먹어!”를 외쳤다. 밥알 사이 완두콩이 짓이겨져 콩을 골라낼 수도 없는 데다가 푸르딩딩한 밥은 그야말로 식욕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완두콩 특유의 향이 밥 안 가득 스며들어 후각이 예민했던 나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사람도 첫인상이 오래 남는 것처럼 음식도 첫 느낌이 중요하다. 특정 음식(식자재)을 먹지 않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게 한다면 오히려 거부감만 키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래 남는다. 먹이려는 노력보다는 아이가 식자재에 호기심을 갖게 해 보자. 식자재를 다듬으면서 보고, 만지고, 음식이 만들어질 때 나는 소리와 맛있는 냄새는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제 완두콩 꼬투리를 끓는 물에 데쳐보자. 물론 잘 먹을 거라는 기대는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안 먹어도 괜찮다. 완두콩 꼬투리를 깠던 시간처럼 즐겁게! 재미있게!

첫 번째, 완두콩 꼬투리를 깨끗이 씻는다. 꼬투리를 입에 넣고 완두콩을 쭉 빼 먹을 수도 있으니 여러 번 헹군다.

두 번째, 냄비에 꼬투리가 잠길 만큼의 물과 소금 한 스푼을 넣고 끓인다. 약간의 소금은 ‘맛의 대비’ 작용으로 완두콩에 단맛을 더해준다. 또 완두콩의 녹색이 누렇게 변하는 것을 줄여 주기도 한다.

세 번째, 물이 끓으면 깨끗이 씻은 완두콩 꼬투리를 넣고 5분 정도 데친다. 꼬투리와 물의 양, 냄비의 크기에 따라 익는 시간은 다를 수 있으니 잘 익었는지 먹어봐도 좋다.

네 번째, 데친 후에는 즉시 찬물로 헹군다. 그대로 두면 꼬투리의 남아있는 열기가 색을 누렇게 하고 완두콩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찬물에 오래 담그면 단맛이 빠져 맛이 없어진다. 그러니 뜨거운 김만 없애는 정도로 찬물로 헹구는 것이 맛, 색, 식감을 모두 살리는 방법이다.

다섯 번째, 온 가족이 맛있게, 그리고 즐겁게 먹는다. 꼬투리 속에 완두콩을 하나씩 빼서 먹을 수도 있고, 꼬투리째 입에 넣고 앞니로 쭉! 당겨서 먹어볼 수도 있다. 어떻게 먹을 때 더 맛있는지, 씹을 때 어떤 느낌이 나는지 이야기 나눠보자.

끓는 물에 데쳤더니 초록색이 더 선명해지고, 기름을 칠한 듯 윤기가 흐른다. "완두콩이 반짝 반짝 빛나요." ⓒ신혜원
끓는 물에 데쳤더니 초록색이 더 선명해지고, 기름을 칠한 듯 윤기가 흐른다. "완두콩이 반짝 반짝 빛나요." ⓒ신혜원

“완두콩이 반짝반짝 빛나요.”

“완두콩에서 물이 나와요.”

“초록색 옥수수 맛이 나요.”

우리는 아주 작다는 의미로 ‘콩알만 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콩 한 알에서도 뿌리와 줄기가 뻗어나듯이 콩 한 알의 영양은 절대 적지 않다. 또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릴 만큼 단백질 함량이 높다. 완두콩은 단백질뿐만 아니라 탄수화물과 비타민 B1이 풍부하고, 식이섬유, 지방, 무기질까지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 건강식으로 최고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 없다. 삼복더위에 먹는 보양식만큼이나 영양가가 풍부한 완두콩을 갈무리해 놓았으니 말이다. 오늘은 어디에 한 움큼 넣어 먹을까? 

*칼럼니스트 신혜원은 다양한 현장에서 20여 년간 영양사로 일했으며, 현재는 수원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영양 전문가로 편식하는 아이와 부모를 만나면 나름의 고충이 보인다. 먹는 것보다 스마트폰이 재미있는 아이,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라도 먹이고 싶은 부모, 밥 먹는 것이 그야말로 전쟁이다. 당장 한 입 먹이기 위한 노력보다는 먹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열두 가지 채소 이야기’와 함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서서히, 그리고 즐겁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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