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인데도 외국인 아버지 성 따라 '커씨'… 아동인격권 침해
한국인인데도 외국인 아버지 성 따라 '커씨'… 아동인격권 침해
  • 뉴스1 기자
  • 승인 2020.06.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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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2015.11.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 국적을 가진 아동이 외국인 아버지의 성을 현지 발음대로 물려받게 한 대법원의 예규에 대해 아동의 인격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일 한국 국적의 자녀가 외국인 아버지의 성을 현지 발음표기대로 물려받게 한 규정을 개정할 것을 법원행정처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국인 진정인 A씨는 혼인신고 당시, 대만 출신 남편의 성을 대만 현지 발음인 '커'씨로 등록했다. 남편의 성이 한국 발음으로는 '가'씨지만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451호 규정에 따라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은 현지 발음대로 자신의 성을 등록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아버지의 성을 현지 발음표기대로 물려받게 한 규정에 따라 A씨의 자녀 또한 '커'씨가 됐다. A씨의 자녀는 국내에서 태어나 생활하고 있음에도 대만 현지 발음 표기대로 '커'씨가 된 것이다.

진정인은 "한자를 쓰는 중화권 자녀들이 외국인 아버지의 성을 따랐을 때 특이한 성 때문에 원치 않는 주목을 받거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고 진정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중화권의 경우 같은 한자를 쓰더라도 지역이나 민족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현행 규정은 한국식 현지 발음만 고집해 다문화 가족의 자녀 성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표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한국국적을 가지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들이 외국의 성을 사용하면서 가족구성원의 국적이나 혼혈 여부 등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현행 규정은 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사회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문화가정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맞춰 아버지의 성을 현지 발음대로 일률적으로 표기하는 지침을 지양해 아동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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