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등교 인사… "공부 열심히 해" 대신 "아프면 꼭 말해!"
아빠의 등교 인사… "공부 열심히 해" 대신 "아프면 꼭 말해!"
  • 칼럼니스트 고완석
  • 승인 2020.06.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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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부디 건강하고 안전하게 학교 다녀오길…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새 가방에 이것저것 준비물들을 챙기던 첫째 아이가 긴 한숨을 내쉰다. 학교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는 막상 첫 등교가 코앞에 다가오자 걱정이 앞서나 보다. 힘찬 시작을 다짐하던 3월 초에 등교했더라면 조금 더 씩씩하게 적응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남지만,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도 못 보고, 한 학기를 온라인으로만 수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더 크다.

등교일 발표와 연기가 반복되며 어쩌면 우리 아이는 올해 1학기에는 학교에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학교엔 가야지’하는 생각과 ‘완벽하게 안전이 보장될 때까진 등교는 미뤄야지’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교차했다. 그러나 이제 ‘진짜’로 아이들을 등교시키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보도되고, 고3 학생들부터 차례로 등교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이제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가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첫째 아이의 첫 등교 날이 밝았다. 3월 입학식에 갈 때 쓰려다가 입학식이 취소되는 바람에 미뤄뒀던 연차휴가를 이제야 쓰고서 아이의 첫 등교를 함께 했다. 입학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호자가 학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의 첫 등교를 함께 해야 내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학교는 생각보다 철저하게 코로나19 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학년별로 등교 시간을 다르게 하여 아이들이 몰리지 않도록 조치했고, 교문에서는 선생님들이 체온을 재며 열이 높은 아이들을 선별했다.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 쓰라”고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도 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철저하게 감염병을 관리하는 학교의 모습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됐다.

처음 학교 가는 아이에게 아빠로서 하고픈 말이 참 많았지만, "아프면 꼭 말해!"라는 말로 대신했다. 건강이 최우선이고, 안전하게 학교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비뉴스
처음 학교 가는 아이에게 아빠로서 하고픈 말이 참 많았지만, "아프면 꼭 말해!"라는 말로 대신했다. 건강이 최우선이고, 안전하게 학교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비뉴스

사실, 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하는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많았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집중해야 한다, 예습 복습이 중요하다….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 그리고 공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이제 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아이에게 아빠로서 기대가 컸고,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차고 넘쳤지만, 하지 않았다.

대신에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꼭 선생님께 말씀드리라는 말만 여러 차례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내 생각도 바꿔놓은 것 같다. 사실 부모로서의 모든 기대가 ‘코로나19’ 앞에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이 최우선이고, 안전하게 학교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가 뜨고 있다. 아이가 이제 막 학교에 갔는데, 또 등교가 취소되고 온라인수업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막 학교라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아이에게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여덟 살 딸, 네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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