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육아, ‘즐거움과 재미’가 있는 넛지로 키워나가자
코로나 이후의 육아, ‘즐거움과 재미’가 있는 넛지로 키워나가자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20.06.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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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종 사회복지사의 아빠공부] 지혜로운 코로나19 극복방법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가장 귀찮은 것이 있다면 샤워 후 아이들의 머리를 말리는 것이다. 첫째와 둘째 모두 머리가 길어서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적응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머리길이와 머리카락에 머금은 물기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연신 “아빠, 얼마나 더 해야해?” “언제 끝나?”라며 몸을 배배 꼰다. 둘째는 시작과 동시에 도망갈 궁리부터 한다. 결국에는 아빠의 완력으로 끌려와 티격태격하는 것이 일상이다. 말리기 싫다는 것을 붙잡아 억지로 말리는 나도 참 귀찮은 일이다.

화장대에 놓인 퍼즐은 '유레카'를 외칠만한 생활의 발견이었다. ⓒ문선종
화장대에 놓인 퍼즐은 '유레카'를 외칠만한 생활의 발견이었다. ⓒ문선종

그런데 며칠 전 한번 만에 머리를 말리는 기이한 일이 있었다. 그날은 화장대에는 퍼즐이 놓여있었다. 둘째가 어린이집 친구에게 선물을 받아 온 것인데 화장대에 우연찮게 놓여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머리를 말리는 동안 퍼즐에 집중한 나머지 요란한 드라이기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퍼즐을 맞추는 동안 머리를 다 말렸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문득 머리에 스친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넛지’였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의 거장 리처드 세일러는 넛지(Nudge)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 정의했다. 작은 개입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을 ‘넛지’라고 할 수 있다. 의도적이지 않았지만 퍼즐이 둘째에게 넛지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육아환경을 둘러보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 부드러운 개입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봤다. 육아에서 나타나는 변곡점이나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터닝 포인트에서 생기는 갈등을 부드럽고 지혜롭게 넘겨야 할 때 꼭 ‘넛지’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에 그려진 것이 팽수라며 자랑하는 서율. ⓒ문선종
마스크에 그려진 것이 팽수라며 자랑하는 서율. ⓒ문선종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큰 ‘넛지’는 무엇일까?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 대부분은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여름철에 대비하기 위해 첫째와 둘째의 마스크를 교체했다.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마스크를 선택한 것이다. 감염 예방을 위한 손 씻기에도 넛지가 있다. 30초 이상 손 씻기 유도를 위해 비누 안에 작은 장난감을 넣은 토이비누가 효과만점이다. 장난감을 빨리 만나고 싶어 세면대에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의 육아는 이전 시대와 사뭇 다를 것이다. 감염증에 대한 공포로 아이들은 더욱 어른들의 눈치를 본다. 조심스러운 개학이 시작됐지만 돌봄 공백은 여전하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쉽지 않다. 코로나 이후의 육아에서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또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고, 아이들에게 고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코로나는 크게 세계화 시장에 장벽이 되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로컬의 모세혈관인 공동체도 서로 거리를 둔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 마을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할까? 현장에서의 가장 큰 고민이다.

나의 인생영화로 꼽히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홀로코스트의 비참함을 해학적으로 그린 영화로 아빠 ‘귀도’는 아들 ‘조수아’에게 이 상황을 게임이라 설명하고 유쾌하게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코로나 이후의 육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일 것이다. 재택근무 때 방문을 두드리며 술래잡기를 하자는 아이들,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 짓 하는 아이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미술학원에 가기로 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미술수강을 하는 첫째의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 이후의 육아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잠긴다. 그 답은 ‘넛지’에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 시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고,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지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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