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치원 운전기사 확진… 학부모 "알고도 등원 강행 의혹"
[단독] 유치원 운전기사 확진… 학부모 "알고도 등원 강행 의혹"
  • 김재희 기자
  • 승인 2020.06.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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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육청이 '개인정보라 확진 판정 전까지는 알릴 수 없다' 안내"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코로나19 확진 의심 직원이 있었음에도 대체자를 구해 등원을 강행한 유치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코로나19 확진 의심 직원이 있었음에도 대체자를 구해 등원을 강행한 유치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수원의 한 유치원에서, 직원이 의심증상으로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원아의 등원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수원시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수원 A유치원 통학버스 운전기사 B 씨는 지난달 29일 고열과 오한 등 코로나19 증상을 느꼈다. 31일 오후 두 차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고, 하루 뒤인 지난 1일 오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유치원 측은 B 씨에게 코로나19 검사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튿날 정상 등원을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C 씨는 “1일 오전에 아이 등원 때 다른 운전기사 선생님이 오셨다”며, “그냥 '원래 계신 분은 집에 일이 생겨서 쉬시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치원은 1일 등원 이전 통학버스 운전을 위한 대체 인력을 이미 확보했지만, B 씨가 코로나19 의심증상으로 검사를 받아 일할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부모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것이다.

운전기사 B 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시점은 같은 날 오전 10시다. C 씨는 “B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등원은 이뤄졌다”며 “오전 10시경 아이를 직접 도보로 등원시킨 학부모에게 ‘오늘 아이들이 많이 왔다’고 인사하며 아이를 맞이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이 운전기사 확진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린 시점은 1일 낮 12시 15분경. 유치원은 학부모 안내문에서 “오늘 오전 기사님이 양성 판정을 통보받았고, (중략) 5일까지 등교중지를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그룹 놀이를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교육영상을 시청하고 있으니 개별하원 해달라”고 전달했다.

B 씨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등·하원 차량을 운행하는 동안 원아와 교직원 등 A유치원에서 발생한 접촉자는 75명. 지난 1일에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교직원 7명과 유아 8명이 검사를 받았고, 2일에는 60여 명의 교직원과 원아가 보건소의 연락을 받고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교직원과 원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A 유치원은 강당에서 인형극을 관람했다며 이 사진을 올렸다. 하단에 보이는 아이들 모습에서 충분한 거리두기가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 유치원
지난달 29일 A 유치원은 강당에서 인형극을 관람했다며 이 사진을 올렸다. 하단에 보이는 아이들 모습에서 충분한 거리두기가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 유치원

◇ 강당에 모여 인형극 봤는데… 통학차량 이용 아동만 검사

하지만 학부모들은 180여 명의 원아가 모두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불안해하고 있다. 유아의 특성상, 마스크 사용과 접촉을 제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감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운전기사 양성 판정 이후 밀접접촉자 분류 기준을 ‘등원 차량을 이용했는가’ 여부로 결정했다.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지난 28, 29일 등·하원 상관없이 차를 이용한 어린이와 차량 탑승 교사는 동선이 겹치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그 외의 다른 어린이의 경우 아직은 검사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유치원은 2일 학부모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역학조사관이 CCTV를 돌려보며 판독한 결과, 각 반에 차에 탑승한 원아가 퍼져 있어도 검사 대상 범위는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유치원은 지난달 29일 유치원 강당에서 인형극을 관람했다. 이날은 운전기사 B 씨가 의심 증상을 느꼈다고 한 날이다. A 유치원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진을 보면, 원아들은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인형극을 관람했음을 알 수 있다. 

1일 저녁부터 수원 지역 인터넷 맘카페에는 A 유치원 학부모들이 유치원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고, 이 글에는 11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6세 아이를 보내고 있다고 소개한 학부모는 댓글에서 “금요일까지 휴원인 것도 황당하고 아이들 전원 검사도 아니라니 당황스럽다”며, “기사분이 확진이면 어제(5월 31일)에 검사하셨을 텐데 아침에라도 보내지 말라고 공지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적었다.

학부모 C 씨 또한 베이비뉴스와 한 통화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들을 속이면서까지 등원을 시킨 것에 화가 난다”며, “감염 위험을 우려해 대체 기사를 구할 시간이 있었다면 학부모에게 충분히 상황을 알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은 대체 인력까지 구해가며 왜 등원을 진행했던 것일까. 해당 유치원은 “이 일과 관련해서 학부모들과 모든 내용을 공유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베이비뉴스는 8일 유치원 측에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확인을 요청했으나, “기사가 이미 많이 나갔고 대처를 할 수 없는데다 오보가 나와서 더 기사가 나가는 건 원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유치원 측은 9일 오전 베이비뉴스 보도 이후 '교육청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반론을 전해왔다. 우선 운전기사의 코로나19 검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기사님이 검사받았다는 건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확진 판정 나기 전까지 알릴 수 없다’고 지난달 31일 안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기사로부터 확진 통보를 1일 오전 9시에 받았고, 교육청에서 등교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 오전 11시 55분이었기 때문에 바로 낮 12시에 학부모님들께 알려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대체 인력이 통학버스 운행을 하기 전에 소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맘카페에 게시된 학부모의 게시글에 대해서도 “유치원에서 관련 내용을 해명한 뒤에 작성자가 직접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1일 오후 'B 씨는 의심증상 때문에 검사를 받은 것이 아니라 이전 확진자 동선에 따라 검사 대상이 된 것'이라는 반론을 전달했다. 도교육청 측은 "통학버스 운전기사 B 씨는 확진자가 발생한 수원시 D 교회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은 것"이며 "B 씨는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지만 무증상자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측은 "코로나19 대응 메뉴얼에 따르면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등교를 하는 걸로 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서 등교 중지를 할지 말지를 유치원과 교육청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보건당국과 협의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운전기사 확진 판정 이후 검사 대상자 선정에 29일 인형극 관람상황을 고려했는지를 묻자,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것은 유치원 측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역학조사관이 확진자와 접촉여부, 마스크 착용유무, 마스크 재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며 "전원 검사는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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