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랫집에서 올라왔다
결국 아랫집에서 올라왔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20.06.16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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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애기엄마, 애들 마음껏 뛰게 둬요.”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아침 8시 반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이른 아침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우체국인가 싶어 서둘러 현관으로 뛰어갔다.

“누구세요?”

“애기엄마, 아랫집이요.”

올 것이 왔다. 오늘 따라 아침부터 아이들 에너지가 넘친다 싶었는데 참지 못하고 올라오신 게다. 문을 여니 아랫집 할머니가 마스크를 쓴 채 기다리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많이 시끄러우셨죠? 아이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정신없이 뛰네요. 죄송합니다.”

윗집 자세의 기본, 공손모드, 죄송모드를 겸비하고 인사를 드렸다. 이사 온 지 7개월, 몇 번 인사차 우리가 찾아간 적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올라오신 적이 없었기에 더 죄송스러웠다. 내 인사를 받으신 할머니는 “꼭 애기 엄마에게 전할 말이 있다”며, 문 앞에 서서 말씀하기 시작했다.

◇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뛰어놀아라!

아랫집 할머니는 마음껏 뛰어도 괜찮다며 직접 뜬 수세미 선물을 주고 가셨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랫집 할머니는 마음껏 뛰어도 괜찮다며 직접 뜬 수세미 선물을 주고 가셨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애기 엄마, 애들 눈치 그만 주라고 올라왔소.”

“네?? 무슨 눈치요..?”

“요즘 같은 세상에 애들이 집에서 안 뛰면 어디서 뛰겠소? 아이들은 안 뛰면 병 걸려요. 뛰어야 애들이지, 안 뛰면 애들인가? 애들 그만 뛰라고 자꾸 뭐라 하면 애들 주눅 들어요. 애들이 기를 피고 살아야지. 우린 괜찮으니 그냥 뛰라고 둬요.”

할머니의 갑작스런 말씀에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 안갈 때는 낮, 밤 구분 없이 시끄러우셨을 텐데 다 괜찮으시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할머니의 말씀은 계속 됐다.

“손주가 가끔 ‘시끄러워서 공부가 안 된다’고 그러기에 ‘니도 그렇게 다 컸다. 그런 건 이해해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나는 쿵쿵쿵 소리 들으면서 ‘이번엔 작은 놈이네’, ‘이 소리는 큰 놈이네’ 그 소리를 맞춰~ 그렇게 같이 사는 거지, 애들 눈치 주지 마소. 우린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미안해하지도 말고 조용히 할 생각도 말아요.”

그리고 할머니는 한 손에 들고 계시던 종이 봉투를 내게 건네셨다. 며칠 전 죄송스러운 마음에 수박 한통을 갖다 드렸는데, 답례로 직접 뜬 수세미를 챙겨 오신 것.

“앞으로는 뭐 갖고 오지도 말아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나 나누면 되지, 그 마음 다 아니까 마음 쓰지 말아 달라”며 몇 번이고 당부하시는 할머니.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멀뚱하게 서 있던 우리 아이들에게 “니들은 그저 마음껏 뛰어라!”는 말씀을 남긴 채 쿨하게 내려가셨다.

종이봉투 속에는 알록달록 수세미 5개가 들어있었다.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들은 수세미를 들고 놀기 시작했다. 많은 이웃을 만났고 다 좋은 분들이었지만 윗집의 마음까지 챙겨준 이웃은 처음이었다. 아파트에 사는 한 윗집으로서 조심하는 게 당연한 건데, 미안해 할 윗집 마음까지 다독여주시다니! 시골에 계신 우리 할머니의 정이 느껴져 눈물이 핑 돌았다. 할머니의 따뜻한 말씀이 하루 종일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랫집의 배려와 이해. 우리 가족은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더 조용히, 더 조심히 생활하며 층간소음에 신경 쓰기로 했다. 그리고 윗집의 층간소음도 더 너그럽게 이해하는 아랫집이 되자고 다짐했다.

“아랫집 할머니, 고맙습니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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