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현재의 약속… ‘놀권리 1세대’를 위해
미래를 위한 현재의 약속… ‘놀권리 1세대’를 위해
  • 기고=윤태권
  • 승인 2020.06.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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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놀아요?⑧] 윤태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대리

놀이를 빼앗긴 대한민국 아이들. 놀이라는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시 아동 놀이권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의 연속 특별기고로 놀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 편집자 말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은 놀이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이 명시돼 있다 ©베이비뉴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은 놀이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이 명시돼 있다 ©베이비뉴스

유년 시절 달동네에 산 적이 있었다. 또래들과 자연스럽게 동네 친구가 됐고,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나는 동네 골목대장이었다. 동네 뒷산이 자연놀이터였고, 골목길에는 돌멩이들이 널려 있었다. 그 중 단단해 보이는 돌멩이로 땅에 줄을 그어서 놀거나, 콘크리트 바닥이 갈라진 것을 출발선으로 삼아서 놀곤 했다.

그러다 해가 넘어갈 쯤 집집마다 음식 하는 냄새가 났고, 이내 어머니들이 아이 이름을 크게 불렀다. 한 명씩 집으로 돌아가고 더 이상 함께 노는 친구가 없을 때면 놀이가 끝났다.

이제는 20년도 더 지난 추억이지만, 동네 친구들과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맞으며 물놀이를 하고, 방역차를 쫓아가다 옆 동네까지 넘어갔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넓은 골목길은 언제나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하지만 그 시절 내가 뛰어놀던 달동네는 지금 재개발이 돼 아파트로 바뀌었고, 넓은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대신 길에는 차들만 달리고 있다. 어쩌면 내가 그 동네에서 뛰어놀던 마지막 세대는 아닐까 싶다.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은 대표적으로 1989년 11월 20일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꼽을 수 있다.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으며, 우리나라는 1991년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국제 규정인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 여가와 놀이 조항에는, 아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연령에 적합한 놀이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이 명시돼 있다.

2015년 5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선포한 어린이 놀이 헌장에서는, “모든 어린이는 놀면서 자라고 꿈꿀 때 행복하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어린이의 놀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어린이에게 놀 터와 놀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라고 놀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놀이와 관련 된 국내법으로는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공포일 2017. 7. 26. 약칭 어린이놀이시설법)이 있지만, 아동의 놀 권리 증진보다는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후 마련된 청소년기본법(공포일 2018. 12. 18.) 제3조 3항에서는 “‘청소년활동‘이란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활동과 이러한 활동을 소재로 하는 수련활동ㆍ교류활동ㆍ문화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말한다”라고 명시돼 성장과 발달을 위한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종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9~17세 아동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7점으로 조사됐다.

이를 OECD에서 제시한 회원국 아동의 행복도 평균 점수에 대입해 산출한 결과, OECD 27개국의 평균 점수인 7.6점보다 1점 가까이 낮았다. 우리나라와 터키를 제외하곤 모두 7점대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아동들의 행복도는 OECD 국가들의 평균과는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 아이들이 놀기 위해 ‘법’이 필요할까? 그렇다!

현재까지 아동 및 어린이 놀 권리 보장 조례를 공포한 곳은 총 22개 시·도·교육청이 있다 ©베이비뉴스
현재까지 아동 및 어린이 놀 권리 보장 조례를 공포한 곳은 총 22개 시·도·교육청이 있다 ©베이비뉴스

물론 빈곤여부, 소득수준, 가구형태 등에 따라 개별 아동의 행복도는 차이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처럼 국제법과 국내법이 있음에도 국가 단위의 아동의 행복도가 낮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아동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마련, 즉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함을 반증한다.

현재까지 아동 및 어린이 놀 권리 보장 조례를 공포한 곳은 총 22개 시·도·교육청이 있다.

특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놀 권리 보장 조례를 추진한 전라남도교육청·광주광역시·광주광역시 교육청·경기도·경기도교육청·부산광역시·부산광역시교육청 등에서는 아동이 놀 권리 주체자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 설문조사 등을 실시했다.

또한 수렴된 아동 의견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자체 및 민간단체들과 협업을 통해 조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놀 권리 보장 조례는 미래를 위한 현재의 약속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아동이 자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에 ‘서울시 아동 놀이권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에서는 아동 놀 권리 보장을 위한 10가지 제안을 선정했다.

▲우리가 놀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장소를 제공해주세요.
▲모두가 차별 없이 놀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놀이는 우리가 직접 결정하고 자유롭게 놀고 싶어요.
▲다양한 놀이체험을 위한 지원을 해주세요.
▲아동 놀 권리에서 아동이 최우선이 되게 해주세요.
▲어른들도 아동 놀 권리를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세요.
▲우리도 놀이와 관련된 정책 마련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우리의 놀 권리를 지켜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놀이와 관련된 지역사회 실태를 조사해주세요.
▲우리에게 놀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안개처럼 눈에는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국민들의 인식 전환, 아동이 권리주체자로서 놀이 활동 및 정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서울특별시에도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조례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20년 전 골목에서 뛰어놀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아동이면 누구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첫 번째 세대가 됐으면 한다.

☞ 서울시 아동 놀이권 조례 제정 함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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