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우는 애 어린이집 들여보내는 엄마 맘은 오늘도 찢어진다'에 이어…) 결국, 우리는 영이와 함께 온종일 찰싹 붙어 지내는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일상, 또 어린이집 가는 것을 영이가 불안해할까 노심초사하며 여기저기 자문을 구했다. “울더라도 보내야 한다”, “며칠 지나면 괜찮다” 같이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는 넘기고,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구체적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방법은 성공적이었다. 사실 방법은 간단하다.
1단계 : 영이가 등원하기 전, 아빠는 출근한다고 인사를 하고 먼저 집을 떠난다.
2단계 : 영이와 엄마는 어린이집에 간다.
3단계 : 영이와 엄마가 어린이집으로 출발하면, 밖에서 기다리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온다.
아빠가 회사에 간다고 하니 영이는 배꼽 손을 가지런히 모아 인사하며 아빠를 보내준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도착해서는 “엄마는 회사 안 가?”라며 물어본다. 내가 “응, 엄마는 회사 안 가”라고 대답하니 영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어린이집에 들어가 버렸다. 하루 만에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 줄이야….
영이가 10개월 때부터 영이 아빠는 ‘주말 아빠’였다. 파견근무를 나간지라 평일에는 대전에 있고 주말에만 집에 왔다. 그러다보니 영이에게 아빠가 있는 날은 주말이고, 주말은 온 가족이 함께 있는 날이다. 아빠의 휴가를 처음 경험한 영이는 아빠가 집에 있는데 자기만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몹시 불안했던 것 같다.
게다가 엄마는 365일 24시간 영이와 함께 하던 ‘풀 타임(full time) 엄마’였다. 영이의 평생에서 엄마가 없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 엄마가 일을 시작하고부터 엄마와 잠시 떨어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런데, 아빠의 휴가는 영이의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했던 것 같다. 휴가 동안 아빠와 등원을 해보자는 취지로 연습 삼아 온 가족이 함께했던 등원이 영이에게는 엄마와 아빠가 자기만 어린이집에 두고 어딘가 간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더욱 힘들었나 보다.
매일 반복되던 일상에, 변화는 때로 활력이지만 때로는 혼란이다. 온 가족이 함께 등원하는 이상적 모습을 그렸지만 그건 엄마와 아빠에게만 이상적일 뿐 영이에게는 ‘혼란’이었던 것이다.
양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을 제공하는 양육자가 아니라 양육의 주체인 아동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영이는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고 있는 것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변화에 반응하는 능동적 존재라는 것을 오늘도 깨닫는다.
*칼럼니스트 이미연은 아동인권옹호활동을 하는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연구원으로, 가장 작은 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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