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내 귀를 만질 때마다 자격지심이 일었다 
아이가 내 귀를 만질 때마다 자격지심이 일었다 
  • 칼럼니스트 이샛별
  • 승인 2020.07.08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엄마의 장애에서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것

회사에서 일에 파묻혀 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때 마주친 아이의 미소는 언제나 사랑스럽고 볼 때마다 힘이 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이면 나와 아이는 함께 잠자리에 눕는다. 아이는 내 얼굴을 가까이 보며, 얼굴에 손가락 대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내 얼굴을 스칠 때면, 일상의 힘듦을 달래는 것만 같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아이의 손가락이 나의 눈꺼풀에 닿았을 때, 나는 이렇게 반응한다.

“이건 엄마 눈~, 예준이 눈은 어디 있을까?”

아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 얼굴 곳곳을 만지작거린다. ‘눈코입 찾기 놀이’는 엄마와의 애착 형성에 도움을 준다. 아이도 자신의 신체에 대해 알아간다. 배 속에서 힘차게 발길질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렇게 훌쩍 커서 엄마 얼굴을 만지작거리다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문득, 산부인과에서 처음 입체 초음파 사진을 봤을 때 양수 안에서 퉁퉁 불어있던 얼굴 생김새가 신기했고, 누굴 닮았을까 하고 남편과 재잘거렸던 시간도 떠올랐다.

“엄마 입~”이어서 나의 콧등을 스치는 예준이의 손가락. 다시 대답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예준이의 손가락은 바빠졌다. 그러다 문득 내 귓불에 예준이의 손가락이 닿았을 때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아이의 손이 내 귀를 향할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베이비뉴스
아이의 손이 내 귀를 향할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베이비뉴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자유로울 줄 알았다. ‘장애’에서. 그러나 아이는 나와 다른 언어와 소리를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 

‘장애’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마음도 움츠러들었다. 그 마음을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도, ‘장애’를 받아들인 시간만큼이나 길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자격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마음이 아이에게 닿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아이 손가락이 내 귓불에 유난히 자주 닿을 때마다 ‘자격지심’이란 단어가 맴돌았다. 그럴 때마다 아이의 등을 어루만지며 “그래~ 엄마 귀는 여기 있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예준이가 엄마의 장애를 통해 ‘이해’를 배우길…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예준이는 엄마의 검지를 붙든 채 잠들었다. 나는 예준이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 나는 엄마로 살기 전까지 ‘청각장애’를 이유로 많은 차별을 받아왔다. 나에 대한 차별을 알아차릴 때마다 이 사회에서 내가 견뎌야 할 일이 늘어나고 있음을 함께 깨달았다.

나는 나의 장애를 인정하고 수용했던 시간보다,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음성언어와 다른, ‘보는 언어’인 수어를 받아들이며 사는 시간이 더 행복했다. 그래서 장애를 수용하고 사는 엄마를 아이가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욕심이 나는 만큼 나의 ‘자격지심’을 접어야 했다. 늘 미안한 마음으로, 내 아이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하려는 모든 엄마의 마음이 그렇듯.

사회에서 ‘장애’를 배울 때 ‘차별’과 ‘다름’을 먼저 익힌다. 하지만 나를 의지하며 지금 꿈을 꾸고 있는 예준이가 ‘장애’란 또 다른 ‘이해’임을 배우길 바란다. 장애는 차별의 대상이 아닌 그저 조금 다를 뿐이라는 것을….

예준이가 엄마를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며. 아이는 단지 궁금해서 엄마의 ‘장애’를 톡-건드렸을 뿐인데, 왜 엄마는 움찔거리며 자격지심을 가지게 됐을까? 사회에서 오랫동안 받아온 차별이 엄마의 양육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8길 111 우명빌딩 2~4층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일 : 2010-08-20
  • 일반주간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10138
  • 등록일 : 2011-01-11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 (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Copyright © 2020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