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아동학대 신고율 '1%'… 어떻게 높일까?
의료인 아동학대 신고율 '1%'… 어떻게 높일까?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7.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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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동학대 의료인 신고율 제고 방안은?’ 정책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의료기관 아동학대 신고율 제고 방안은?’이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의료기관 아동학대 신고율 제고 방안은?’이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6세 여아 환자의 몸에 많은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 아빠에 의한 아동학대를 확신했다. 의사가 사실을 추궁하자, 아이 아빠는 “병원이 여기밖에 없냐”며 딸을 데리고 급히 도망가려 한다. 의사는 “어디를 가냐”며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아빠를 붙잡았고 그가 뿌리치고 가려 하자, 발목을 붙잡고 간호사에게 “빨리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한다. 필사적인 의사의 노력으로 아동학대범을 붙잡았지만 얼마 후 그 학대범이 풀려나 병원에 침입해 자신을 신고한 의사를 찾아와 위협한다.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최근 방영된 내용이다. 가해자의 80%가 부모인 아동학대 사건에서 피해아동 스스로 부모를 신고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교 교직원,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24개 직군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신고의무자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율은 2018년 기준 전체 신고의 27.3%. 그중 의료진의 아동학대 신고율은 1%. 미국의 경우, 2015년 기준 의료인의 아동학대 신고율이 14.5%로 우리나라의 14배 이상인 상황.

아동학대 신고에 의료진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적인 제도적 개선방안을 찾고자 의사 출신 국회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비례대표)이 나섰다. 신 의원은 ‘의료기관 아동학대 신고율 제고 방안은?’이란 주제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교육 부족·신고자 신분 노출로 인한 나쁜 경험 등”

곽영호 서울대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인의 낮은 아동학대 신고율’에 대해 ‘교육 부족’을 꼽았다. 곽 교수는 “학생 때도 직무 교육에서도 이 부분은 소외돼 있다. 병원 교육에서도 1년에 1회 의무교육이지만 형식적이고, 신고 전화번호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신고 훈련이 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신고해서 겪은 나쁜 경험’이 다음 신고를 막는다고 강조했다. “한번 신고해서 경험해본 경찰의 ‘무례하고 캐묻는 태도’, ‘무리한 출두’, ‘진단서 제출 요구’, ‘진술서 작성에 개인 시간 허비’, ‘신고자 신분 노출’ 등은 다음 신고를 가로막는 나쁜 경험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곽영호 서울대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인의 낮은 아동학대 신고율에 대해 교육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곽영호 서울대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인의 낮은 아동학대 신고율에 대해 교육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미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신고 사례를 통해 곽 교수의 지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의료진의 신고의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 신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접한다”면서 “위압적인 상황에서 조사를 받은 의료진은 여러 가지로 해석 가능한 상황에 대해 아동학대가 아닌 쪽으로 결론을 내게 되면 이후 같은 상황에서 신고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신고를 망설이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박 교수는 “꼭 필요한 치료가 지연되거나 보호자와 유대관계 형성이 깨질 것에 대한 우려가 있고, 기저질환이 있어 간병이 필요한 경우 더욱 망설이게 된다”면서 “아동학대 신고 후 보호자와의 분리 혹은 아동의 거취 결정의 문제에 따른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 “신고자 익명성 확보·의료기관 평가 가산점 주는 방안 등”

어떻게 하면 의료진, 의료기관의 아동학대 신고율을 높일 수 있을까.

곽영호 교수는 신고자 익명성 보장과 관련해, “법에는 신고자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신고자들의 신분 노출 사례가 있고 나쁜 경험들이 자꾸 공유된다”고 말했다. 결국 신고자 익명성이 보장되지 못하면 의료진도 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

곽 교수는 해결방안으로 ▲영유아 검진 항목에 아동학대 관련 항목을 넣어 활용하는 방안 ▲전담의료기관에 아동보호팀을 구성하는 것 ▲신고체계 개선 ▲의료인 대상 직무 교육과 예비 의료인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곽 교수가 국가고시 시험 범위에 ‘아동학대 신고의무’ 관련 내용을 넣는 방안을 언급하자, 현장의 참가자들은 큰 호응을 보였다.

박미란 교수는 해결방안으로 교육과 홍보를 강조했다. “아동학대 의심 시 의료진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하고, 의료인은 아동학대 의심 상황에 대해 신고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설명하면 보호자도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을 교육 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및 의료인 모두 의료인의 조기 신고 의무를 이해하고 신고할 결심을 한 의료진에게 긍정적 반응을 보여줄 필요성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면서 “▲신고방법과 신고 후 절차의 간소화 ▲익명성 확보 ▲신고 후의 치료 의무화 ▲아동 보호 및 치료시설의 확충 ▲신고 후의 검사를 위한 의학적인 가이드라인의 필요성 등"을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도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인의 전문직업성과 사회적 책무 교육 강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허 이사장은 병원 대응 촉진 방안으로 “아동학대 수가 개설 및 아동학대 관리료 신설 방안과, 응급의료나 공공기능 평가에 있어 아동학대 신고 등 공공의료 활동의 평가 반영 및 기금 추가 투입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인센티브제' 도입은 정부 측에서도 의견 엇갈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 생명을 지키는 입법 및 정책활동을 꾸준히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 생명을 지키는 입법 및 정책활동을 꾸준히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신고를 잘한 의료기관에 대해 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주자는 의견도 나왔다. 아동학대 신고 항목은 현재 소아전문응급의료기관 평가 시범지표로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 장영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과장은 “신고율을 높이는데 인센티브제나 디스인센티브제는 우선순위가 높은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신고율이 낮은 이유인 신분 보장 문제, 응급의학과 의사가 진료 시간에 많은 조사에 시달리는 문제 등 신고 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게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조신행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과장은 “응급의료과에 기관평가 시 가점을 주는 방안을 건의해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 과장은 신고자 신변 우려와 관련해, “오는 11월 20일부터 아동학대 신고자도 공익신고자보호법에 포함된다. 불이익이나 위협이 있다면 신변보호도 요청할 수 있다”면서 “익명성을 보호받기 위해서 의료복지사를 활용하는 방법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고자 익명보호와 관련된 시스템을 안내하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의료용 교육자료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와 만나 “피해아동이 응급실에서 또는 의료기관에서 최대한 조기에 발견이 되고, 응급상황을 중재할 수 있는 신고율 제고 방안을 앞으로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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