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동 희생으로 아동정책 만들어져선 안 돼”
“더 이상 아동 희생으로 아동정책 만들어져선 안 돼”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7.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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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동학대 방지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계모나 계부에 의한 학대 사망 → 언론 보도 → 국민의 반짝 관심 → 언론보도 확대 재생산 → 정부종합대책 → 다른 급한 사안 발생 → 급속한 국민 관심 소멸 → 인력 및 예산 확보 실패로 이어지는 패턴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이 패턴을 깨서 아이들을 위해 건강한 인프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6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병)과 아동권리보장원 주최로 '아동학대 방지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는 10월 1일, 개정된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의견을 모았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상담원이 맡았던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시도·시군구에 배치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하게 된다. 아보전 상담원은 피해아동 가족 및 아동학대 행위자를 위한 상담, 치료 및 교육 업무인 사례관리를 맡는다.

20년간 민간 중심 아보전에서 맡았던 조사업무가 지자체 아동보호팀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아보전 상담원과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의 관계 정립, 전문성 등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 특히 현재 아보전은 전국에 68개소가 운영 중이다. 한 개소당 평균 4개 시군구를 맡고 있는 셈. 전문가들은 인프라 확충과 인력 확충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 아동학대 예산 ‘일반회계’로 전환… “의지의 문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더 이상 아동 희생으로 아동정책이 만들어지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더 이상 아동 희생으로 아동정책이 만들어지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방지대책 진단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우리나라 아동학대 정책과 아동보호서비스 현황을 자세히 분석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시도된 아동학대 사망사례 진상보고서(이서현보고서)의 제안과 현재 정부종합대책을 비교해 지난 5년간의 정책 변화를 평가했다. 2013년 울산에서 여덟 살 이서현 양이 가정 내 학내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다. 2013~2014년에 만들어진 이서현보고서는 제2의 이서현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그 사건의 전개 과정과 제도적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정 교수는 진상보고서에 드러난 제도와 시스템의 취약점이 보완됐는지 점검했다.

자료 비교를 통한 주요 시사점으로, 정 교수는 “예산이 필요한 항목은 정부의 종합대책에서 누락되기 쉽다”면서 “집행부서, 예산, 세부 추진일정 등이 제시되지 않아 실행력 담보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서현보고서와 정부종합대책을 비교해 보니 큰 변화가 필요한 것은 변화가 없다”면서 “10년, 20년 동안 계속 같은 얘길 하고 있는데 바뀌지 않는다. 결국 예산이 가장 문제다. 예산이 있어야 인프라도 확충하고 종사자 처우도 개선할 수 있다. 예산 없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개선과제를 내놨다. ‘아동학대 예방’ 개선 방안으로 ‘아동학대 조기발견체계 구축’을 꼽았다. 구체적인 내용에는 ▲출생통보제 ▲영유아건강검진제도를 통해 아동학대 예방 및 조기발견 활성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활용(41종 행정자료 빅데이터 분석 활용) ▲가정방문서비스의 제도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개선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개선 등이 포함됐다. 

‘아동학대 발견 및 신고강화’ 방안으로 ▲신고의무자의 역할 강화(신고의무자 역추적, 신고의무자 소속기관의 책임강화) ▲아동학대 사망사례조사팀 및 국가진상조사 실시를, ‘아동학대 사례 가족지원’ 방안으로 ▲아동보호서비스 지원체계 개선 ▲추가 학대예방을 위한 가족에 대한 개입 ▲아동학대 사례 사후관리체계 마련 등을 제언했다.

정 교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선, “아동보호전문기관 인프라 확보가 필요하고, 아동학대 관련 예산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아동보호 예산은 이익집단의 일방적 예산이 아니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국가의무와 관련되므로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면서 “더 이상 아동 희생으로 아동정책이 만들어지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예산상 변화 있어야 한다… 광화문에서 혈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

‘아동학대 방지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는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예방본부 본부장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학대 방지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는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예방본부 본부장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당장 10월 시행을 앞두고 현장 혼선을 최소화 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점검해야 할까.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예방본부 본부장은 심층사례 관리의 키포인트로 ‘가정방문’을 꼽았다. 장 본부장은 “직접 가서 아이를 만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사례관리의 공공성”이라면서 “(학대 행위자가) 문을 열어줄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장 본부장은 “아보전 숫자가 늘고 상담원이 더 있어야 한다. 말로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고는 있지만 조사하는 상담원들은 죽어나고 있다”면서 “아동복지가 더 이상 아이들의 피를 먹고 자라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도 학대 예방을 위해선 “가정방문이 답”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41개 공적 시스템에도 안 잡히는 아이들이 사망 아동의 대부분이었다”면서 “중산층 이상 가정도 많았고, 고위험군 아이들 중에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은 사례, 엄마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고 가정방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가정방문을 하려면 상담원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 회장은 이날 현장 상담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이 회장은 “상담원 이직률이 심각하다. 평균 재직기간 2.8년. 현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처우다. 고강도의 업무 때문에 길게 일하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이다. 상담원들은 고소, 고발, 위협, 협박은 일상화됐다”면서 “한 상담원은 원가정으로 복귀를 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학대행위자의 위협으로 유산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상담원은 보호자가 퇴근한 후 만날 수 있으니 6시 이후가 돼야 만날 수 있지만 시간 외 수당은 없다. 상담원이 노동부에 고발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보상휴가를 주는 것으로 협의해서 하고 있다”면서 “해결책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예산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다. 범죄자피해기금 아래서 아동 문제, 미래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광화문에서 혈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변화되지 않는 시스템이 지속되고 있다. 기재부와 법무부는 응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남인순 의원 "반짝 관심 그치지 않도록 책임감 가지겠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송파병)은 ‘아동학대 방지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지난 6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송파병)은 ‘아동학대 방지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지난 6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그밖에 조사 공공화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특별사법경찰권 검토도 나왔다. 허용 법무법인 인 변호사는 “조사업무가 아보전에서 공공중심으로 이관하는 것은 타당하다”면서 “학대 행위자 조사거부에 대응하기 위해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역시 조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조사자가 아보전 상담원에서 지자체 소속 공무원으로 변경된 것 외엔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허 변호사는 “조사 현장에서 조사자의 신분 변화만 가지고 실질적인 변화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조사 등의 업무를 마친 후 개입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어 수사나 조사절차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있도록 특별사법경찰권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남인순 의원은 직접 토론회 좌장을 맡아 진행 한 후, "(아동학대에 대한) 반짝 관심에서 급격하게 소멸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지겠다"면서 "수차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예산과 관련해 일반회계로 전환을 주장했다. 내년도 예산부터라도 일반회계로 노력하겠다고 한다. 확인하고 또 촉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아동보호전담공무원을 2022년까지 다 확보하겠다는 계획인데, 2021년까지 700여 명인원을 다 배치하고, 아동학대 조사업무가 공공화돼 좀 더 책임 있게 진행되도록 예산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이 자리해 "아동학대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어 열 일 제쳐놓고 왔다'면서 "국회 예산결산위원으로 참여하게 돼서 구석구석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예산, 제도, 법령과 관련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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