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이것’뿐이다
미국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이것’뿐이다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0.07.1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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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에선 너무 힘든 ‘사회적 거리 두기’ 

집에 '갇혀' 산 지도 벌써 넉 달째. 로빈슨 크루소처럼 벽에 날짜를 새겼다면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선이 그어졌을 것이다. 뼛속까지 ‘집순이’였음을 자부하던 나인데, 이젠 제발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고 싶다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다. 

한창 자랄 때인 아이들 마음은 오죽할까. 큰아이는 하고 싶은 컴퓨터 게임도 하고 좋아하는 만들기도 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데, 놀이터를 참 좋아하던 작은아이는 신발을 꺼내 신고 “우리 나갈까?”라며 현관 앞에 가방을 들고 선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애처롭기도…. 마음이 복잡하다.

◇ 마스크 안 쓰는 미국인들 피해 사람 없는 숲 찾아다녔다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흩어져서 괜찮다'고, '나는 건강해서 안 써도 된다'고.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안 쓰는 이유다. 우리 가족은 그래서 더 열심히 마스크를 쓴다. ⓒ이은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흩어져서 괜찮다'고, '나는 건강해서 안 써도 된다'고.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안 쓰는 이유다. 우리 가족은 그래서 더 열심히 마스크를 쓴다. ⓒ이은

많은 수의 미국인은 마스크를 안 쓴다. 물론 식료품점 같은 특정 상점이나 우체국이나 관공서 등의 기관을 방문할 땐 마스크를 써야 한다. 대다수의 미국인은 자동차 안에 마스크를 걸어놓고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하는 기관을 방문할 때만 마스크를 잠시 쓰고 다시 벗어 차 안에 걸어 놓는다. 대형 주차장을 지날 때면 백미러에 걸린 마스크를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실외에선 마스크 쓴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미국은 대도시가 아니면 한국보다 인구밀도도 낮고,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99%이므로 길거리에서 유동인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마스크 착용률이 낮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인 친구들에게 왜 밖에서 마스크를 안 쓰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바람과 공기에 바이러스가 흩어지는데 마스크가 무슨 소용이냐”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더 자주 듣는 대답이 있다. “나는 건강해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란다.

상황이 이러니, 우리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갖는 외출 시간에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작은 공원을 찾아 산책하거나, 그게 안 된다면 평일 이른 아침 호숫가를 걸었다. 숲길을 찾아 걷는 일도 있는데, 그때도 사람이 아예 다니지 않는 숲 한가운데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을 대비해 온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걸었다.

아직 세 돌도 안 된 둘째는 처음에는 마스크를 답답해하더니, 이젠 외출할 때 신발 신는 것처럼 마스크 착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가족이 지나칠 정도로 마스크 착용 수칙을 지키는 이유는 미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락다운(lock down) 되었던 도시들이 리오픈(Reopen)을 하였으나, 그렇다고 확진자 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요, 특별한 대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너무 오래 도시 전체를 닫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연 상황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락다운 전보다 더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게다가 8월 말로 예정된 가을 학기 시작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나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큰아이 학교가 있는 교육구에선 면대면 수업을 평소처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등교 전 체온을 확인하고, 평소보다 학생들 간 간격을 넓혀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를 유지하며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의 어른들도 잘 안 지키는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을 아이들이 얼마나 따를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회의가 든다.

다행히 면대면 학습을 원하지 않는 학생은 등교 대신 사이버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등록받을 예정이라는데, 오히려 고민거리만 늘었다. 대부분의 반 아이들이 일반 등교를 선택할 상황에서 우리 아이만 사이버 학교를 선택할 때 발생할 교육 경험의 차이, 교우 관계 문제는 아이들에게 더욱 크게 와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종식까지 누가 뭐래도 ‘소심한 안전’ 지킬 거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공원을 산책한다. 아무도 없지만, 혹시나해서 마스크는 꼭 쓴다. ⓒ이은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공원을 산책한다. 아무도 없지만, 혹시나해서 마스크는 꼭 쓴다. ⓒ이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웃 교육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아이의 1년을 의미 없이 보낼 수는 없기에 학교에 보낼 것이라는 사람, 직장 생활과 보육을 병행하기 어려우니 아이를 무조건 학교에 보내겠다는 사람, 이에 반해 지난 몇 달간 조심해온 것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니 이번 학기는 집에서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사람(우연인지 몰라도 이 사람은 한국인이다) 등 다양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육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학부모와 스태프의 70% 이상이 기존 방식대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길 희망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다가오는 학기에 큰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작은 아이는 아직 기관에 보내고 있지 않지만, 그동안 관심을 두고 유심히 지켜봐 왔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홈페이지를 보면, 사립학교의 경우 자체적으로 지난달 초부터 전면 개원을 했고, 부모 중심으로 공동 운영하는 기관 중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기존대로 운영하되 당분간 새 원생은 받지 않는다고 결정한 곳도 있었다.

공립 기관은 일부를 제외하고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재개원했다. 종종 아이와 함께 플레이 데이트를 하던 다른 미국 아이들은 아직도 가끔 만나서 함께 노는 것 같던데, 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몇 번 거절했더니 절대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식당, 상점, 워터파크까지 모든 시설이 다시 문을 열었고, 이것을 코로나의 종식이라 믿는, 혹은 그런 것처럼 행동하는 미국인들이 너무 많다. 우리 아이들의 생활은 여전히 극도로 제한적이고, 다른 친구들의 이전과 다름없는 활동을 보며 박탈감도 심하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검사받기도 쉽지 않고, 아무리 의료보험이 있어도 치료받는 것조차 안전하지 않아 보이는 이곳에서.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토닥인다.

용감하게 위험으로 나아가기보다는 과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소심하게 안전을 지키련다. 내 아이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면 집 안에 철옹성이라도 짓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렇게라도 할 수 있는 나의 상황이 지금으로서는 감사할 뿐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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