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로 예정된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간 첫 논의로 대선 정국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박 후보가 이날 직접 브리핑한 정치쇄신안은 큰 틀에서 묶으면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권한을 제한·축소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실상 대통령에 예속돼 있는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과 장관의 부처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 떼어내 줘 대통령의 영역을 축소시켰다.
지난 9월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기로 한데 이어 이날 고위공직자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상설 특별검사제 도입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 공천방식을 국민참여 경선으로 변경하고 공천헌금 수수에 대한 처발강화 등을 통해 특정 실세가 쥐락펴락했던 공천과정에 투명성을 투영키로 했다.
같은 선상에서 기초 단체장과 의원에 대해서도 중앙당 공천을 폐지키로 했다.
입법부의 위상은 존중하되 남용되고 있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폐지하고 국회 윤리위원회 위원들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해 국회의원의 잘잘못을 객관적으로 단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만 따지고 보면 박 후보 스스로 대통령이 되더라도 제왕적 대통령의 위치를 내려놓음으로써 대한민국 권력기관의 과도한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하지만 정치쇄신안이 야권후보단일화란 높은 파고를 넘어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문 후보 역시 정치쇄신안을 내놓았는데, 강도면에서는 박 후보의 쇄신안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장 중앙당의 역할을 정책연구 싱크탱크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문 후보측 쇄신안과 중앙당을 아예 없애겠다는 안 후보측에 비해서는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국민참여경선 법제화,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의 폐지, 공천헌금 수수에 대한 처벌강화 등은 이미 민주당이 오래전부터 논의하고 주장해온 내용들로 '베끼기'라는 공격을 받을 개연성이 크다.
또한 국회의원 특권제한은 검토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실천'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
정치쇄신 논쟁의 불씨를 지핀 안 후보측이 이같은 점을 간파한듯 즉각적인 논평을 통해 실천 의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의 정치쇄신안 발표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실천과 행동의지가 모호하다"며 "정치쇄신은 당장의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날 발표에서 개헌논의 등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한 실질적 공약이 발표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박 후보측 정치쇄신안을 조각한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그동안 쇄신안이 미흡하다며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고, 이날 발표 내용도 마뜩치 않아 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권후보단일화라는 최대 장애물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서는 정치쇄신안 자체가 국민들에게 크게 먹혀들 것 같지는 않다"며 "일단은 야권단일화가 빨리 마무리돼 전선이 확연해지는 것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