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체벌하지 않고 기르는 법
아이를 체벌하지 않고 기르는 법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20.07.15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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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종 사회복지사의 실존육아] 뭔가 해야 한다면 ‘체벌하지 않는 것’을 하자 

‘아니? 어떻게 아이를 체벌하지 않고 키워?’

글의 제목만 보고 이런 생각을 하며 급히 들어오신 분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체벌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말 그대로 체벌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겠지만 ‘체벌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다. 

보통의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하는 데에는 집중하나, 무언가 '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지만 '오늘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은 잘 안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는 걸 안다면 이 말이 말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것이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으로 민법 915조 징계권 삭제 이슈가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민법상의 징계권 삭제를 촉구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2016년부터 ‘STOP! 자녀는 당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라는 인식 확산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해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이 잘못되면 책임질 것이냐!”부터 “정부가 뭔데 부모의 권한을 빼앗고, 간섭하느냐?”, “혼내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아라!”라는 것이다.

몇몇 부모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체벌이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방법'이라며 오히려 나를 설득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잠재적 아동학대자'로 판단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 우리가 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

죄책감을 심어 약한 자아를 만드는 훈육이라면 지금 당장 폐기하자. ⓒ문선종
죄책감을 심어 약한 자아를 만드는 훈육이라면 지금 당장 폐기하자. ⓒ문선종

보통은 우리가 행한 것들이 우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去去去中知(거거거중지) 行行行裏覺(행행행리각)’이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추구함으로써 알게 되고, 무언가를 행함으로써 깨닫게 된다는 좋은 격언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행’ 즉 행하지 않음에 있다. 우리가 행하지 않는 것 또한 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함은 무엇인가?

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스스로 철저히 검토했다는 뜻이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 중에는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선고받은 후 “우리의 삶은 비판적으로 검토될 때 살 가치가 있다”는 말이 등장한다. 우리가 매일 아침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면, 매일 저녁엔 비판적 검토를 통해 어떤 행동을 절제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자. 세상은 우리가 무엇을 하게 만들고, 보게 만들고, 소비하게 만든다.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폭발적인 유혹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모름지기 ‘절제’가 필요한 시대다. 체벌 또한 철저한 비판적 검토 없이 이루어진다면 그 행동이 '옳다'는 믿음으로 '정당성'을 부여한 나머지 한 아이의 신체적 죽음, 사회적 죽음, 영혼의 죽음을 선고하고 말 것이다. 

◇ 아동학대, 제도 개선 외치기 전에 우리 먼저 돌아보자 

체벌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체벌만큼 즉각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벌이 옳다는 관점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강인한 모습과 새로운 시대는 절대 볼 수 없다. 여기서 강인한 모습은 강한 자아를 의미하며 새로운 시대는 누구나 존중받는 민주주의 사회를 말한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그의 책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의 말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다”를 인용하며, 성적 본능을 억압하고 죄책감을 내재화시키는 우리 사회가 약한 자아를 양산한다고 했다.  

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권력에 굴종적인 인간으로 전락해 권위주의라는 정치적 문제를 탄생시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런 궤를 함께하는 것이 체벌이다. 체벌 또한 아이들에게 죄의식의 씨앗을 심으며 향후 권력자의 힘에 억압당하는 순종적이면서 허약한 자아를 만든다. 

체벌하고, 야단치고, 질책하며, 타인과 비교하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변화를 외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민법 915조 징계권 조항 삭제와 더불어 아동학대에 대한 강한 처벌이 도입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변화를 위한 '변하지 않는 진리'는 우리가 아이들에 대한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벌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체벌하지 않는 무행에 있음을 기억하자.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 시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고,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지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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