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젖 못 먹고 큰 ‘난남이’는 건강하게 살았을까?
엄마 젖 못 먹고 큰 ‘난남이’는 건강하게 살았을까?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20.07.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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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정보 거기 서!] 권정생 소설 「몽실 언니」로 알아보는 모유수유

소설가 권정생은 그의 소설 「몽실 언니」(창비, 1984)에서 6·25전쟁 당시의 시대상, 여성과 어린이의 모습, 그리고 '모유수유'를 사실적으로 서술했다. 「몽실 언니」의 내용을 함께 살펴보며 모유수유의 궁금증을 풀어보자.

몽실언니의 이복 동생 난남이는 엄마 젖 한 번을 못 먹고 생후 6개월 간 암죽만 먹으며 살았다. 난남이는 과연 건강하게 살았을까? ⓒ창비
몽실 언니의 이복 동생 난남이는 엄마 젖 한 번을 못 먹고 생후 6개월 간 암죽만 먹으며 살았다. 난남이는 과연 건강하게 살았을까? ⓒ창비

Q. 몽실이의 동생이자, 몽실이의 새엄마 북촌댁의 딸인 ‘난남’이. 6·25전쟁으로 세상이 난리일 때 나왔다고 이름이 난남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와 같은 재난 상황에 난남이와 같은 어린아이에게 분유를 지원해야 할까? 

A. 전쟁이나 대형 자연재해 등 재난 상황에 놓인 난남이같은 아기들에게 분유를 지원해야 할까? 언뜻 생각하면 그래야 할 것 같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유 지원은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재난 상황에서는 분유를 위생적으로 탈 물과 분유병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소독하지 않아도 되는 모유가 안전하다. 또, 모유를 먹이다가 끊고, 분유를 먹였다가 분유 지원이 중단되거나 보급로가 차단되면 모유를 다시 못 먹을 수도 있다. 한번 끊은 모유는 아무 때나 다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위급 상황에서 아기는 엄마와 밀착해 모유를 먹고 체온을 유지하며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생존의 필수요소다. 실제로 재난 상황에서 분유를 먹는 아이의 사망률은 모유를 먹는 아이의 여섯 배에 달한다. 즉 전쟁 등의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영유아에게 분유를 지원하는 것보다 엄마가 먹을 음식을 지원하는 것이 외려 인도적이다. 

Q. 북촌댁은 영양실조가 심했다. 엄마가 영양실조여도 젖이 잘 나올까?

A. 인간의 몸은 소름 끼칠 정도로 아기를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엄마가 하루에 1500Kcal만 먹어도 모유의 양과 질은 변하지 않는다. 반대로 풍족하게 먹어도 모유의 양과 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기아 상태만 면한다면 아기에겐 아무런 피해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유수유를 하면서 고강도의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아기에겐 피해가 없을지언정, 엄마 몸이 축난다. 우리 몸은 엄마의 피와 근육과 골수를 ‘쪽쪽’ 빨아서 모유의 양과 질을 맞춘다. 반대로, 모유수유를 한다고 굳이 고칼로리의 식사를 할 필요도 없다. 보통 범위의 체중이라면 임신 전보다 하루 550Kcal만 더 먹으면 된다.

Q. 북촌댁은 난남이를 낳고 곧 사망한다. 난남이는 모유를 전혀 먹지 못한 채 사흘을 지낸다. 이래도 아기가 생존할 수 있을까?

A. 건강한 만삭아는 출생 후 며칠 버틸 열량과 수분을 몸에 비축하고 나온다. 아기는 엄마 젖 없이도 5일은 버틸 수 있다. 또, 출산 후 2~3일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젖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게 정상이다.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젖이 콸콸 나온다면 그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신생아의 위 용적은 아주 적고 탄력성이 전혀 없다. 출생 첫날 신생아의 위 용적은 5~20mL에 불과하다. 한 번에 이 이상 먹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다만 초유에는 면역물질이 농축돼있으므로 이 극소량의 초유는 꼭 먹어야 한다.

하지만, 북촌댁이 너무 약했던데다가, 영양실조 상태여서 난남이가 과연 건강한 만삭아였을지는 의심스럽다. 저체중아나 미숙아의 경우 모유가 없다면 보충 수유를 해야 한다. 

Q. 마을 할머니와 몽실이는 생쌀을 꼭꼭 씹어 끓인 암죽을 난남이에게 먹인다. 난남이는 6개월 내내 암죽만 먹었다. 동냥젖도 딱 한 번 얻어먹었다. 과연 난남이는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A. 생후 6개월간은 알레르기 및 장 질환이 유발할 수 있으므로 모유만 먹일 것을 권유한다. 그런데 난남이는 쌀만 먹었다. 영양과 면역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실제로 소설 속 난남이는 평생 허약하게 살았고, 나중엔 결핵에 걸린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쟁 같은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신생아에게 암죽을 먹여 키운 시대가 있었다. 1500~1700년 사이, 영국의 부자 여성들은 모유수유를 안 하고 아기에게 묽은 빵죽(Pap 또는 Panada, 빵이나 시리얼을 물에 탄 것)을 먹였다.

그들은 모유수유가 자신의 몸매를 망치고 노화를 촉진한다고 믿었다. 그 결과 모유수유의 피임 효과를 전혀 볼 수 없었던 그들은 12~20명에 달하는 아이를 줄줄이 낳았고, 그 아이들의 사망률 또한 끔찍하게 높았다. 빵죽을 아기들에게 먹인 보육원의 유아 사망률은 100%에 달했다.

한 백작 부인은 18명의 아이를 유모의 젖으로 키웠는데, 18명 중 딱 한 명의 아이만 살아남았다. 그는 훗날 자신의 며느리가 직접 모유수유 하는 장면을 보고,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깨닫고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책을 쓰기도 했다. 영국의 이 어이없는 ‘빵죽 육아’는 18세기 들어 사라졌다. 하지만 그 후 프랑스 파리의 부자들을 중심으로 ‘모유수유 안 하기’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Q. 난남이 엄마 북촌댁은 결핵 환자였다. 결핵 환자도 모유수유를 할 수 있을까?

A. 결핵 환자는 아기와 격리해야 하지만, 모유는 짜서 아기에게 먹일 수 있다. 물론 결핵 환자는 몸도 여위고, 체력도 떨어졌을 테고, 무엇보다 입원 중에 모유를 유축하기란 고달프겠지만, 그래도 모유수유는 할 수 있고, 하면 아기에게도 좋다. 다만 유방 자체에 결핵이 있는 유방결핵일 경우 모유를 먹여선 안 된다.

*칼럼니스트 김나희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42개월까지 모유수유했으며,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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