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한 통에 드러나는 생모 정보… "동의 원칙 어디에"
서류 한 통에 드러나는 생모 정보… "동의 원칙 어디에"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7.17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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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 대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입양가정 당사자인 김미애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부산 해운대을)은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입양가정 당사자인 김미애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부산 해운대을)은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입양부모가 요구하는 정책은 입양부모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품은 자녀를 위한 것이며, 지금도 시설에서 자라야만 하는 아이들을 위한 정책입니다. 가슴으로 낳은 자녀를 위해 자신의 심장이라도 꺼내 줄 수 있는 우리 입양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 대토론회’가 지난 14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21대 국회의원 중 입양부모 당사자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광주 북구갑)이 함께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1999년 공개입양 문화가 시작된 이후 국내입양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된 입양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입양가족 당사자의 시각에서 살펴보고, 실질적인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김미애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저 역시 가슴으로 낳은 딸을 키우고 있다. 아이를 입양한 경험과 변호사로 활동하며 입양 관련 사건과 상담을 도맡으면서 법 제도와 현실 간의 괴리로 인해 많이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일 원가정 보호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국내에서 보호할 수 있는 가정을 찾고 그것조차 힘들다면 국제입양을 모색하는 것이 옳은 길일 것”이라면서, “그 어떤 좋은 시설도 엄마와 아빠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조오섭 의원도 2000년 공개입양을 한 입양부모다. 조 의원은 “저에게 둘도 없는 선물 같은 딸을 가슴으로 낳아 함께 살다 보니 입양아동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입양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입양 역시 출생처럼 '가족휴가' 주는 나라들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 대토론회’에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발급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 대토론회’에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발급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나라는 1976년 입양특례법을 제정해 입양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1995년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입양의 활성화 및 인식개선의 근거를 마련했다.

김동석 목회자입양가정모임 대표는 입양 법률 변화 흐름과 연계해 ‘입양 양육수당 및 의보지원제도’란 주제로 발제했다. 김 대표는 “해외 입양에 대한 국민적 문제의식이 생겨나면서 국내 입양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1990년대 말부터 2010년까지) 이 시기에는 입양가정 및 입양부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입양에 대한 국가의 경제적 지원이 다양하게 시작됐고 범위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1년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입양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입양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강화를 명분으로 입양가정과 입양부모를 입양아동과 대립적 구도로 놓는 철학을 바탕으로 법률안이 마련되면서 국내의 입양환경은 급격하게 악화됐으며 입양과 관련된 지원도 위축됐다”고 주장했다. 

2012년 8월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은 입양을 위해서는 친생모가 아이 출생신고를 하는 게 전제가 돼 있다. 때문에 당시 출생신고 부담으로 아이 낙태나 유기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입양가정 양육수당은 얼마나 지급되고 있을까. 2004년 마련된 입양가정 양육수당 지급의 법률적 근거를 토대로 2006년 7월 보건복지부에서 입양가정에 월 10만 원씩 입양아동 양육수당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2007년부터 14세 미만 아동까지 지원됐다. 2012년 15만 원으로 증액된 후 지금까지 지원금은 변함이 없다. 다만 2020년 현재 18세 미만까지 지원대상이 확대된 상황.

해외는 어떨까. 김 대표는 해외사례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노르웨이는 15세 미만의 아이를 입양하는 가족은 아이가 출생할 때 제공되는 것과 같이 아이 입양 후 1년간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52주의 부모 휴가를 받을 수 있으며, 입양수당으로 부모는 49주간 임금의 80% 또는 39주간 임금의 100%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아동가정양육수당과 입양아의 나이에 따른 입양부모에게 휴가가 주어진다. 프랑스는 아동수당의 일환으로 2004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자녀를 대상으로 입양수당을 소득 수준에 따라 입양 시부터 21개월까지 차등해 지급하고 있다. 또 만 20세 이하의 아동을 입양한 경우, 입양아의 연령과 무관하게 아동을 입양한 시기부터 3년 동안 기본 수당 형태의 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

◇ “친양자증명서 안 생모 정보, 지금 당장 삭제해야”

입양부모 당사자인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북구갑)이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입양부모 당사자인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북구갑)이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시온 건강한입양가족모임 대표는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친양자증명서)' 때문에 입양가족과 입양을 보낸 가족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이 증명서에는 친생모의 개인정보인 이름, 한자 이름, 주민등록번호까지 완전히 노출돼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민등록초본 주소란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주인공은 입양인 생모의 아버지, 생외조부다. 

박 대표는 “입양과 관계된 당사자 중 어느 한 쪽이 원치 않을 경우, 개인식별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당사자 동의’를 따라야 하는데 친양자증명서는 이 법률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민등록초본과 기본증명서에 나타난 출생지 주소와 생외조부의 이름까지 더해지면 입양을 보낸 생모는 더 이상 감추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기본증명서와 주민등록초본에 입양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들은 본인이 공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장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친양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성년자임을 신분증명서에 의해 소명하는 입양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양부모가 주민센터에서 쉽게 발급받고 있다. 박 대표는 “이 증명서 오발급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친양자증명서 안에 있는 생모의 정보를 지금 당장 삭제해야 한다. 그 정보의 보관은 다른 안전한 곳에 하고 생모의 정보는 현행입양특례법이 요구하는 ‘당사자 동의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행정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애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입양 전) 출생신고가 전제되더라도 누구라도 개인정보가 침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주민등록법과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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