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이는 이 꽃 이름 아시는 분 계십니까?
지금 보이는 이 꽃 이름 아시는 분 계십니까?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20.07.22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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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잃어버린 우리의 ‘흔한 꽃’을 찾아서

제 연구소 마당에는 계절마다 여러 꽃이 피어납니다.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뛰어놀 수 있도록 흙 마당은 그대로 두고 주위를 감싸듯 나무와 꽃들을 심었습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보라색 도라지꽃, 봉숭아, 채송화, 능소화도 한창입니다.

어느 날, 30대 후반의 한 어머니가 도라지꽃을 가리키며 진지하게 질문했습니다.

“소장님, 이건 무슨 꽃이에요?”

지금 보이는 이 꽃의 이름 아십니까? 바로 도라지꽃입니다. 흔했던 우리의 꽃이 사람들에게서 잊혀집니다. 우리의 정서도 함께 사라질까 염려스럽습니다. ⓒ장성애
지금 보이는 이 꽃의 이름 아십니까? 바로 도라지꽃입니다. 흔했던 우리의 꽃이 사람들에게서 잊혀집니다. 우리의 정서도 함께 사라질까 염려스럽습니다. ⓒ장성애

그 모습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습니다. 의외로, 50대까지도 연구소 마당에 핀 꽃이 무슨 꽃인지 잘 모릅니다. 마당에는 비싼 수목을 심은 것이 아니라, 철 따라 피어나는 흔한 꽃을 심었습니다.

아, ‘흔한 꽃’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이젠 흔한 꽃이 아닙니다. 이 꽃들이 흔했던 시절은 제가 어렸을 때고요. 지금은 아파트 문화이니, 꽃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꽃을 ‘흔한 꽃’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 한국인의 ‘꽃 정서’는 축제가 아닌 골목과 마당에서 피어났다

요즈음은 꽃을 대량으로 심어 사람들을 불러모읍니다. 지자체마다 경쟁하듯이 꽃축제를 합니다. 이런 축제에 다니며 아이들과 꽃을 알아가는 것들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우리 조상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당에 매화나 국화 등의 꽃이 피면 친한 친구들을 불러, 함께 시를 짓고 술을 한잔하며 취흥을 돋우었다고 합니다. 퇴계 이황 선생도 꽃이 만발한 봄이면 홀로 배를 타고 나갔다가 며칠 만에 돌아오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사계절 피고 지고 하는 것이 우리의 꽃 정서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늘 우리 주변에 있었던 꽃들입니다.

이렇게 글을 나열하는 이유는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골목 문화 속에서 자라온 저는 골목골목마다 피어있던 꽃들과 함께 커왔습니다. 꽃 이름도 자연스럽게 알았고, 이름을 알았기 때문에 아직도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기억하고 안다는 것은 기쁜 일이고 설레는 일입니다. 그것이 그리움이죠. 그러다 보니 꽃 한 송이만 피어도 온종일 심심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흔했던 꽃들, 너무 흔해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나머지 이젠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진 꽃은 ‘한국인의 정서’입니다. 그런데 40~50대에게서조차 이런 ‘꽃’에 대한 정서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의 정서는 ‘창의성’입니다. 한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세상 어떤 나라의 국민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심리의 표출입니다.

◇ 골목에 핀 ‘흔한 꽃’, 아이와 함께 찾는다면 그건 ‘보물’입니다 

아이와 함께 골목 어귀에 피어난 꽃들을 찾아보고 이야기 나눠보세요. 그건 꽃이 아닌 또 다른 보물로 다가올 것입니다. ⓒ장성애
아이와 함께 골목 어귀에 피어난 꽃들을 찾아보고 이야기 나눠보세요. 그건 꽃이 아닌 또 다른 보물로 다가올 것입니다. ⓒ장성애

과거의 정서와 지금을 굳이 연결하려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싶으실 겁니다. 답을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우리 고전 읽는 일을 등한시합니다. 고전에는 그 당시의 사고와 정서와 문화가 듬뿍 들어있습니다. 

현대에는 새로운 사고와 정서와 문화가 있죠. 고전이 쓰인 시대의 사고와 정서와 문화가 현대의 그것과 만나는 것이 바로 ‘창의’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4년 이상 근무한 주재원의 사고를 높이 평가했다고 합니다.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의 결합의 중요성을 아는 겁니다. 

유대인들이 토라와 탈무드를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과거의 삶으로부터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의 삶에는 역사적 교훈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에서 응용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해 영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시절 고난을 체험하는 축제를 만듭니다. 그때의 느낌, 정서를 되살리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우리의 고전이나, 시뿐만 아니라 현대 문학작품 속에는 우리의 꽃이 주 소재로 사용됩니다. 작가의 의도를 알아보려면 그 느낌을 알아야 합니다. 

꽃이 너무 흔해서 보잘것없이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몰랐을 것입니다.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마을과 주택단지가 남아있습니다. 아이들과 관광지에 가더라도 골목 어귀나 마을에 피어난 나무나 꽃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아이들과 함께 관심을 가져보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릴 겁니다.

‘도라지꽃’ 이름을 물어보던 어머니를 포함해 몇몇 가족과 1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계절마다 과거엔 우리에게 흔했던 꽃이 피는 마을에 찾아가 사진도 찍고, 꽃말, 꽃 전설 등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눈 뒤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들이 꽃 이름을 알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나눌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질 겁니다. 이 기회에 그분들의 어린 시절을 소환해서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우리는 꽃과 함께 더 많은 보물을 건져 올리는 겁니다. 자, 이번 여름에 찾아가야 할 꽃 이름을 공유합니다.

채송화, 봉숭아, 접시꽃, 연꽃(백련ㆍ홍련), 수련, 백일홍, 배롱나무꽃, 과꽃, 비비추, 능소화, 수국, 어리연, 해바라기, 나팔꽃, 싱아, 부레옥잠, 부들, 원추리꽃, 나리꽃, 고구마꽃, 호박꽃, 무궁화, 자주달개비, 도라지꽃.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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