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째 ‘홈트’ 중… 매트 위의 내가 점점 좋아진다 
석 달째 ‘홈트’ 중… 매트 위의 내가 점점 좋아진다 
  • 칼럼니스트 김보민
  • 승인 2020.07.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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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운동 습관 들이는 중… 몸짱은 그 다음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4개월 차. 나의 유아기와 2년의 육아휴직을 제외하고 이렇게 집에서만 머무른 건 일생을 통틀어 처음인 듯하다. 만약 아이들이 없었다면 아마 나와 남편은 낮엔 일하고, 밤엔 늦도록 넷플릭스를 보고, 식사는 대충 라면으로 때우거나 굶고, 신체적 활동을 극도로 줄여 침대와 한 몸이 되는 생활을 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있었기에 최소한의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수면, 놀이, 식사 시간을 잘 지켜주어야 한다는 마음에 머리 한구석에 생활 계획표를 그려 놓고 24시간, 일주일…. 그렇게 4개월을 근근이 버텼다. 

남편은 주로 어른들의 식사를 담당하고 난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했다. 그리하여 남편은 짬뽕과 탕수육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경지에 이르렀고, 난 아이들의 일주일 치 메뉴를 학교 영양사 선생님처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생활하고 있기에 우리의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안전과 건강이었다. 코로나 전파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피해 집에서 일하고, 아이들과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나날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아무도 모르게 오롯이 나를 위해 정해둔 목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운동이다. 

차 없이 싱가포르에서 살다 보니 주말에 한 번 나가면 2~3만 보는 거뜬히 걷는다. 아무리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 몸도 마음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지금부터 나의 운동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보민
차 없이 싱가포르에서 살다 보니 주말에 한 번 나가면 2~3만 보는 거뜬히 걷는다. 아무리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 몸도 마음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지금부터 나의 운동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보민

◇ 몸매 아닌 ‘몸’을 위한 운동을 결심하고…유튜브에서 '선생님'부터 찾았다 

첫아이를 낳고 키울 때는 등허리나 어깨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체력이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 체력은 가지고 있어서 종일 아이와 놀아도 아이가 밤에 잠만 잘 자면 나는 쉽게 피곤해지거나 지치지 않았다.

둘째를 낳은 후 상황은 첫째와 사뭇 달랐다. 둘째를 낳자마자 싱가포르로 이사했다. 낯선 곳에 적응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풍경도 사람도 말도 모두 낯설었기에 언제나 조금 긴장된 상태였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버거웠다.

도움을 선뜻 요청할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곁에 없기에 혼자 뭐든 해내야 한다는 마음 자체가 큰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자신만만했던 기본 체력은 온데간데없고, 아무런 준비 없이 42.195km 마라톤 풀 코스를 혼자 뛰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였을까 둘째 모유 수유를 하는 내내 등허리 통증을 달고 살았다. 아이가 젖을 떼고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등허리 통증은 나아졌지만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컴퓨터로 일하느라 어깨에 과부하가 걸린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을 기다리며 유리창에 비친 내 옆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목은 거북이처럼 앞으로 죽 뻗어 있고, 등은 짐 보따리 하나 얹어 놓은 듯 구부정하고, 배는 올챙이처럼 볼록 나와 있었다. 

돌아보니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면서 우선순위 상위권에서 하위권으로 계속 밀려난 건 ‘내 몸 관리’였다.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몸은 많이도 무너져 있었다. 불어난 체중이나 군살이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저기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고, 가끔 통증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괴롭혔다. 

몸이 지치고 아플 때면 쉽게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고, ‘왜 아이는 둘이나 낳아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돌보고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 몸과 마음을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지난해 11월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헬스장을 등록하고 점심시간마다 가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내 몸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홈트를 결심하며 나의 선생님이 되어줄 유튜브 채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나의 '구독' 기준은 이것이다. 설명을 세심히 할 것, 지칠 때 기운을 북돋아 줄 것! 그리고 그 조건에 맞는 '선생님'을 찾았다. ⓒ베이비뉴스
홈트를 결심하며 나의 선생님이 되어줄 유튜브 채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나의 '구독' 기준은 이것이다. 설명을 세심히 할 것, 지칠 때 기운을 북돋아 줄 것! 그리고 그 조건에 맞는 '선생님'을 찾았다. ⓒ베이비뉴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활동은 집에서만 가능했다. 요가 매트 위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동작에 대한 세심한 설명을 곁들여 줄 수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 지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는 코치를 만나고 싶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궁금한 게 있으면 유튜브에서 먼저 검색을 한다기에 큰 기대 없이 어깨 통증, 등허리 통증과 같은 단어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몸짱’으로 유명한 이들의 운동 영상도 꽤 많이 봤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찾아보다 몸짱들의 운동 영상 전체를 다 보고 나서는 마치 내가 운동을 다 한 듯한 착각에 빠져 숙면을 한 적도 있었다.

아이를 두세 명 낳고도 복근이 선명한 이들을 볼 때마다 나와는 분명 몸 구성 성분이 다른 사람일 거라 여기며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다. 그들의 운동 방법은 예전부터 자주 들어온 방법이었고, 나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의 몸은 쉬운 운동부터 차근차근 익혀 몸의 가동 범위를 넓히고,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였다. 

그러다 현직 재활치료사라는 한 유튜버의 영상을 봤다. 그는 몸 구석구석에 있는 관절의 역할과 통증이 발생하는 이유, 회복을 위한 운동 등을 꼼꼼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의 영상을 본 후 나의 잘못된 수유 자세와 잦은 아기 띠 사용,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오래 앉는 습관, 노트북과 핸드폰을 오래 사용하는 생활 습관이 내 몸을 아프게 했고, 그래서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4월 22일 밤 9시.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요가 매트를 펼친 뒤, 나는 TV로 유튜브에 접속해 비로소 운동에 돌입했다. 그날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아침이나 밤에 요가 매트 위에서 유튜브 운동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과 우렁찬 구령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운동하다 힘들어 큰 숨이 ‘턱’하고 막힐 때면 유튜브 운동 선생님이 이렇게 외친다. 

“지금 멈추면 안 돼요. 지금 멈추면 안 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할 수 있어요. 힘을 내요!”

◇ 먹고, 자고, 숨 쉬는 것처럼 내 삶에 운동이 자연스레 스미길

예전부터 운동과 야외 활동을 좋아하긴 했다. 회사 생활 5년 차에 접어들 무렵 점심시간을 이용해 수영 강습을 받기도 했고, 서울시 마라톤 대회도 나갔었고, 집에서 틈틈이 몸을 움직이는 스트레칭도 곧잘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꾸준히 해온 운동은 없었다. 어디 나가서 독서가 특기고 글쓰기가 취미라고 자신 있게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30년 넘게 이걸 해왔기 때문이었다. 운동도 오래오래 내가 하는 취미이자 특기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매일 삼시 세끼 밥을 먹듯, 아침이 오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잠을 청하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삶을 갖고 싶었다. 그런 습관을 만드는 연습을 석 달째 하고 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중학교 때, 체육과 무용 수업 시간에 운동장과 무용실에서 꽤 분주히 움직이며 활동했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과 땀 흘리며 뛰어다니기도 했고, 농구나 배구와 같은 구기 종목의 기본자세를 배우기도 했다. 체력장이 있는 날은 종일 뛰고 구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기억이 고등학교로 넘어가니 체육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시험 기간 전 체육 시간은 언제나 자습 시간이었고, 체육 시간에 뭔가 배우러 운동장에 나가더라도 나무 아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기 일쑤였다.

담장을 마주한 남학교 학생들은 시도 때도 없이 공을 차고 던지며 뛰어다녔지만, 여고였던 우리 학교 운동장은 월요일 조회 시간과 복장 불량 또는 지각으로 벌 받는 친구들이 달리지 않는 한 한결같이 고요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야 한다’는 캠페인은 있었으나, 꼭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곁에서 알려준 이는 없었다. 운동은 ‘선수’가 하는 일이었고, 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이었던 셈이다.

요즘 학생들은 그래도, 내가 학교 다닐 때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하는 세대일 거라는 생각에 ‘2020년 청소년 생활 관련 통계’ 자료를 찾아봤다. 그리고 두 가지에서 놀랐다. 

하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운동량이 여전히 적다는 것, 또 하나는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너무나도 높다는 점이었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활동들은 학업 성취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너도나도 생각해서일까? 학생들의 운동량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성적 스트레스가 더 많아진 탓인지 자살률은 점점 높아졌다. 통계 자료의 숫자들이 모두 학생들의 우울한 얼굴처럼 느껴졌다. 글과 숫자로 정리된 통계 자료를 보다 우울해지긴 처음이었다. 

◇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나를 보는 것, 그것이 운동의 본질 아닐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저 즐겁게 움직이는 아이만 따라다녀도 하루 운동량의 절반은 채울 수 있다. ⓒ김보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저 즐겁게 움직이는 아이만 따라다녀도 하루 운동량의 절반은 채울 수 있다. ⓒ김보민

우린 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매년 1월이 되면 왜 너도나도 헬스장에 등록하고 운동복을 주문할까?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것, ‘건강한 몸’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건강한 몸을 통해 건강한 마음을 얻고, 삶과 세상을 향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자세도 얻을 수 있기에 몸을 움직이는 것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심장이 터질 듯 운동장을 누비고, 하늘에 닿을 듯 뛰고,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보며 뭔가 해냈다는 경험을 주는 운동만큼 좋은 공부가 또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한 건 성적이나 순위와는 무관하게 어제의 나보다 성장한 오늘의 나를 볼 수 있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

오늘도 요가 매트에서 몸을 움직이며 조금씩 변하는 나를 만났다. 이제 등허리와 어깨가 아프지 않다. 오히려 배와 어깨에 힘이 생겨 안정적인 자세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군살이 조금 줄었고, 희미하게나마 근육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전히 나의 목표는 운동의 습관화이다. 운동이 습관이 되고 나면 또 다른 목표를 세워볼 것이다. 나도 아이 셋을 낳고도 복근이 선명한 어떤 몸짱 유튜버처럼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보민은 '한국땅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라는 호기심으로 2년째 싱가포르에 체류 중이다. 싱가포르에 올 때 4살이던 첫째와 생후 2개월이던 둘째는 어느덧 각각 6살, 26개월로 훌쩍 자랐다. 365일 여름이고, 아시아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주로 영어를 쓰고, 작은 나라이면서도 어마어마하게 큰 아시아를 가르쳐주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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