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례관리, 더 이상 '민간' 몫으로 둬선 안 돼"
"아동학대 사례관리, 더 이상 '민간' 몫으로 둬선 안 돼"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7.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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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방향’ 국회세미나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어떻게 개선하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을까.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교육부총리 주재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아동학대 방지대책 수립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회의를 통해 아동학대 위기아동 조사 등 즉시 필요한 조치는 조속히 시행하면서 법·제도 개선이나 부처 간 협의가 필요사항, 예산 수반사항 등은 추가 논의를 통해 오는 7월 말까지 범부처 종합대책을 수립해 발표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는 10월 1일부터 개정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 시행돼 아동학대조사 공공화가 시작된다. 아동학대 조사는 시·군·구에 배치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맡고, 사례관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이 맡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시행지침이나 매뉴얼이 공개된 바 없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도 선발되지 않아 어떻게 시스템이 구현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이 같은 변화를 앞두고 보완할 부분과 점검할 부분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 “아동학대 신고 전 과정에서 공공이 직접 나서야 할 때”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전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는 ‘아동학대 피해아동 보호시스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전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는 ‘아동학대 피해아동 보호시스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전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는 ‘아동학대 피해아동 보호시스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피해아동 보호의 문제점에 대해 ▲사례관리 수행주체의 문제 ▲업무주체의 역량문제 ▲소통의 문제 ▲자원배분의 문제 ▲규범 및 기준의 문제 ▲연구의 문제 ▲인프라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김 변호사는 업무주체의 역량 문제와 관련해 아보전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아보전은 많은 순간 매우 어렵고 중요한 판단을 하게 되며, 아동학대 대응절차 속의 지자체나 수사기관, 법원 등도 실질적으로는 아보전의 의견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단순히 아동보호기관이 아니라 ‘전문’기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 관련 각종 조치들이 법령 속에 다소 복잡하게 규율돼 있어서 아보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관련 법령 및 제도, 아동인권, 아동의 특수성, 아동심리, 법의학지식 등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아보전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높은 이직률로 전문성 부족 문제가 지적돼 왔고,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김 변호사는 "그간 악성민원, 위협까지 받아가며 고되고 고통스러운 업무를 아보전 종사자들의 선의와 노력에 의존해온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면서 “전문화가 완성되고 역량이 강화될 때에야 다른 기관도 아보전을 신뢰하고 아보전의 의견과 조치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아보전의 힘은 통제력이나 강제력에 있는 게 아니라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역량과 전문화 수준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례관리와 아동보호는 민간의 몫으로만 둘 수 없는 업무로, 이제는 아동학대신고부터 사례관리 종료까지 전 과정에서 공공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아동 정책·행정 모두 관할하는 조직 필요성 검토할 시점"

아보전 인프라 확충과 인력 충원, 학대피해아동 쉼터 확충 등을 위해선 예산과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2020년 아보전 운영에 투입되는 아동학대 예산은 약 285억 원으로 보건복지부 총예산인 82조 5269억 원 대비 0.03% 수준.

김 변호사는 “최근 아동예산이 저출생이나 아동수당 등에 주력하고 있으나 이미 태어난 아동조차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산 필요성을 설득하려면, 아동정책 수립과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김 변호사는 “해당 가정에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 아동특성 및 아동심리, 아동학대 대응시스템에 대한 문제점 분석, 피해아동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만 조직개편, 제도 마련 등 정부대책과 계획, 법 개정이 가능하다"면서 아동권리보장원의 역할을 설명했다.  

규범 및 기준의 문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 대응은 아동학대인지 여부부터 시작해 매순간 고도의 판단이 요구된다.

김 변호사는 “모든 결정이 아보전 종사자 개개인에도 모두 일임돼선 곤란하다”면서 “아보전의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는 업무수행과 종사자 보호를 위해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각종 판단의 기준, 가이드라인, 지침 등이 꼼꼼하게 마련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련된 지침이라 하더라도 현장에 부합하는지 아동보호나 재학대방지에 적합한지 등 지속해서 확인하고 결과를 체크하고 최신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동 문제가 여러 부처로 나뉜 것도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아동복지, 아동보호,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 청소년 성학대 부분은 여성가족부, 아동학대 처벌법은 법무부로 나뉘어져 있다.

김 변호사는 “아동에 대한 정책과 행정 모두를 관할하는 감수성 있는 조직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는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아보전 설치·운영 관련 단서 조항 삭제해야”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아보전 설치 운영 단서 조항 삭제를 제안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아보전 설치 운영 단서 조항 삭제를 제안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방향-아동보호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주제로 발제했다.

박 조사관은 아보전 설치·운영을 모든 지자체로 확대하기 위해 설치 조항 중 단서 조항 삭제를 제안했다. 현재 전국 아보전 수는 68개소로 전국 226개 시군구의 30% 수준.

현행 규정에는 아보전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개소 이상 둬야 한다는 아보전 설치에 대한 내용에 “시·도지사는 관할 구역의 아동 수 및 지리적 요건을 고려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둘 이상의 시·군·구를 통합해 하나의 아보전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또 현장조사와 사례관리 분리의 현실성 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제3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3항의 내용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에 따른 현장출동 시 아동보호 및 사례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아보전의 장에게 아보전 직원이 동행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아보전의 직원은 피해아동의 보호 및 사례관리를 위한 범위에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조사관은 “현행 법률의 현장조사와 사례관리 개정 사항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현장출동 시 아보전의 직원이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 본래의 정책목표를 유명무실화할 개연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학대피해아동쉼터…맞춤형으로 세분화해 증설 필요”

박 조사관은 분리보호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제언했다.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분리보호 비율은 10% 수준으로 원가정보호가 대부분이다. 즉각적인 분리보호가 필요한 경우(성학대 피해, 36개월 미만 아동의 심각한 수준의 학대) 아동일시보호소,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이 필요한데, 학대쉼터는 전국 72곳으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박 조사관은 “아동보호치료시설, 아동일시보호시설,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지역별 수요조사를 거쳐 연령별, 성별, 장애유무별 욕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세분화해 증설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밖에도 학대행위자 현장조사 거부나 저항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 금전적 벌칙보다 사회봉사명령과 같이 시간적인 부담과 교정 교육의 기대효과가 있는 벌칙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과태료는 취약계층인 경우에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면 중산층인 경우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 기관별 아동학대 사례판단 기준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기관이 공통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동학대 사례판단 판례집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조사관은 “사례집을 과거의 ‘형량 위주의 판례’가 아닌 ‘아동학대로 신고 가능한 사례’, 그리고 ‘행위의 동기’가 아닌 ‘일어난 행위’를 중심으로 구성해 아동학대예방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대안으로 내놨다.

한편, 이어진 토론에는 강동욱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채성용 서울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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