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법 간주조항은 ‘꼼수’… 평등권‧공공성 모두 위반”
“특수교육법 간주조항은 ‘꼼수’… 평등권‧공공성 모두 위반”
  • 김재희·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7.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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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러 제주 왔수다⑥]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인터뷰

【베이비뉴스 김재희·이중삼기자】

바람도 돌도 많은 섬, 제주도. 제주 땅의 척박함만큼, 한국에서 발달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또한 척박하다. 자녀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고자 옥답을 가꾸듯 투쟁하는 부모들이 제주에 있다. 발달장애·발달지연아동 부모모임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를 만나 조금 느릴 뿐인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는 어느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지 모색했다. - 기자 말

지난 24일 서울 중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사무실에서 육아정책연구소 박창현 부연구위원을 만났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사무실에서 육아정책연구소 박창현 부연구위원을 만났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현행법은 장애인의 의무교육을 만 3세부터 보장한다. 장애 조기 중재와 개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마련된 2008년부터 12년이 지났지만, 장애영유아는 마땅한 통계조차 없다. 교육부의 특수교육통계는 초‧중‧고의 특수학교나, 일반학교의 특수학급과 일반학급 등을 대상으로 하며, 장애 유아가 어린이집에 다닐 경우엔 특수교육대상자로 잡히지 않는다.

“장애 영유아 정책은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완성,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과 보육이라는 국정 기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한 육아정책포럼의 ‘2019 장애 영유아 양육 정책의 현주소와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를 살펴본다’ 첫 머리에 이같이 밝혔다. 박 부연구위원은 “장애 영유아를 위한 제도와 정책이 실행 중임에도 여전히 부모나 가족들은 실제로 양육하면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요구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앞으로는 사립유치원이든 일반 어린이집이든 장애영유아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특수교사를 무조건 붙여줘야 해요. 보통 아이 셋이 모여야 특수학급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아이 한 명이 다른 아이 둘이 없다고 손해를 보게 하지는 말아야죠. 아이들도 줄고 있는데 교육의 질을 높여줘야 해요.”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지난 24일 서울 소공동에 위한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베이비뉴스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베이비뉴스는 박 부연구위원을 만나 기획 ‘아이 키우러 제주 왔수다’에서 확인한 제주 지역 발달장애 영유아 교육상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우리 사회가 장애영유아의 교육권을 보장하고자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 "장애유아 70%, 실질적인 의무교육 받지 못한다"

지난 11일 제주도에 살고 있는 발달장애아동을 키우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미술치료 놀이를 진행했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1일 제주도에 살고 있는 발달장애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미술치료 놀이를 진행했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 부연구위원은 영유아 시기의 특수교육 상황을 “꼼수”라고 표현했다. 바로 ‘간주조항’ 때문이다. 장애유아는 만 3세부터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당국은 장애유아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예산과 정책을 투입하고, 누리과정 안에 장애유아 교육과정을 마련해뒀다. 

실상은 장애유아에게 특수교육을 제공하기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단법인 두루 소속 엄선희 변호사는 2018년 11월에 열린 한 토론회에서 “장애영유아의 70% 정도는 실질적인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유치원 및 특수학교 이용자는 5630명이다. 반면, 장애인 등록을 한 영유아 수는 9175명이다. 발달지연 발달장애 위험군에 속해 심화평가 권고를 받은 영유아도 3만 4172명에 달한다. 

현행법은 ‘간주조항’을 만들어 어린이집으로 특수교육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간주조항은 특수교육법 제19조를 이르는 것으로, 이 조항은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의 특수교육대상자가 일정한 교육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이용할 경우 유치원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간주란 “본질이 다른 것을 일정한 법률상 취급에 있어서 동일한 효과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받는 보육을 유치원에서 받는 교육과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장애영유아는 1만 177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간주조항에서 기대하고 있는 바와 달리, 아이들이 받는 돌봄엔 차이가 발생한다. 박 부연구위원은 “돌봄 시간부터 교사 처우문제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모든 것이 다르다”며 “관할부처의 차이로 누리과정 실행의 질 차이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은 교육청 관할이 아니니까 시스템에도 한계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 격차는 취학 준비 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박정경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대표가 지적했듯, 유치원 밖에 있는 장애유아는 취학준비에서 제외된다.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이나 특수학교‧일반학교 입학준비 등 교육청이 내려 보내는 정보를 받지 못한다. (관련 기사 ▶ “유치원 좀 보냅시다!" 일곱 '어멍'이 만든 특별한 변화”

또한 취학 수요가 파악이 안 돼서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배치가 못되는 아이도 생긴다. 박 부연구위원은 “아이가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에 있든 발굴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든 비장애든 다 똑같이 교육받게 해야 한다’, 그게 교육권이잖아요. 돈의 문제가 아니에요. 장애유아를 교육할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해요. 의무교육과 의무교육 비대상을 나누는 게 말이 안 돼요.”

박 부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이 “‘평등권’과 ‘공공성’ 모두를 위반한다”고 규정했다. “이 간주조항 탓에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유아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장애유아 부모가 정부에 간주조항으로 발생한 ‘교육권 격차’와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 “우리나라는 부처 간 유-보 이원화 체계… 완전 통합은 말뿐”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제주도의 국·공립유치원, 민간어린이집 등의 분포도를 설명하면서 제주도는 민간어린이집이 많다고 했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제주도 국·공립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등의 분포도를 설명하면서 제주도는 어린이집 비율이 높다고 했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 부연구위원은 “유치원을 선택하든 어린이집을 선택하든 장애영유아가 있으면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관리 주체가 나눠져 있는 상황을 바로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영유아 보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1순위”라고 지적했다.

유보통합 논의가 멈춘 상황에서 특수교사의 질 향상과 수급 확대는 시급한 문제. 현재 민간 어린이집은 특수교사가 거의 없다. 

보건복지부 ‘2018 보육통계’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재직 중인 보육교직원 중 특수교사의 수는 전국적으로 2017명이다. 이 중 국·공립어린이집 특수교사는 959명,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778명, 민간어린이집은 200명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전체인원 대비 특수교사의 비율을 보면 민간어린이집 특수교사 비율은 0.1%에 불과하다.  

그는 “특수보육교사는 열악한 환경에서 높은 노동강도로 일하는 반면, 그 처우가 빈약하다”며 “특수보육 교사의 육성 시스템과 처우를 함께 개선해 특수보육에 진입하는 이들에게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보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이가 어디에 소속돼 있든 하나의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말. 그는 “기본적으로 소통창구가 막혀 있으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유보통합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장애영유아 교육권에 대해 해외는 어떨까. 이웃나라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청을 관할하고 있어 유보통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와 그 구조가 다르다. 박 부연구위원은 “우리는 부처간 이원화 체계로 완전 통합은 말뿐”이라고 덧붙였다. 

◇ “지역사회가 장애아동 포용할 때 ‘특수교육’ 자연히 해결된다”

지난해 2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2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제도는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 장애영유아 부모 모임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설립 당시 여섯 살이었던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다. 아이들의 미래와 함께, 모임의 미래도 고민할 시점을 맞이했다. 박정경 대표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지역사회와 아이가 서로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임을 밝힌 바 있다. 박 부연구위원도 박정경 대표의 고민에 동의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제주아이 특별한아이’의 모델을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가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형태로 출발한데다, 여러 정부 지원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주변 호응도 크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을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협동조합은 부모 모임에 지속성을 불어넣는 동시에, 발달장애 아동의 미래 일자리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애아동 부모가 중심이 된 ‘협동조합’은 ‘지역에서 크고 지역에서 자란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대구 협동조합 ‘마을애’를 모범사례로 들었다.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마트에 간 적이 있어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저도 일을 하고 돈을 받아요’라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봤죠. 아이들 자부심이 대단해요.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그런 의미예요. 아이에게 교육을 잘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 잘 살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학교를 벗어나 사회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적합한 구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장애 포용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한 사례를 소개했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발달장애아동이 횟집 앞에서 수족관을 들여다보다 기물을 훼손한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횟집 사장은 아이의 행동을 이해해줬고, 아이 양육자가 속한 모임에서 생선 구입 비용과 수족관 수리비용을 보탰다. 박 부연구위원은 “지역에서 발달장애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있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사회의 장애 포용력은 장애아동 가정에도 큰 힘을 준다고 봤다. 박 부연구위원은 “장애영유아 양육자들은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걱정과 불안을 느낀다”며, “사회에서 아이를 포용해준다는 인식이 있으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있던 아이들을 방과 후에 마을 속에서 어디에서든 키울 수 있어야 해요. 지금은 모든 문제를 학교 속에서 해결하려고 하잖아요.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속에 넣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키워야 해요.”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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