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어른이나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자연스레 드나 보다. 왜, 드라마에서 보면 비는 오는데 우산이 하나밖에 없을 때, 여자친구에게 우산을 기울이고 제 어깨는 빗방울에 맡기는 남자 주인공처럼…. 나와 예준이도 어느새 그렇게 서로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관계로 자라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어린이집에 가던 길이었다. 아스팔트를 걸으며 아이가 넘어질까 봐 “엄마 손 잡고 가자”고 예준이에게 누누이 일렀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아이는 길을 이리저리 살피기에 바빴다. 몇 걸음이나 더 걸었을까? 갑자기 예준이가 고개를 홱 돌리며 뒤를 돌아본다. 그러더니 내 손을 잡아당기며 길 안쪽으로 뛰어갔다. 그때, 오토바이가 쌩-하고 우리 앞을 비켜났다.
그 순간 나와 남편이 연애하던 때가 떠올랐다. 길을 걸을 때 나는 안쪽에서, 남편은 바깥쪽에서 걸었다. 남편은 내 손을 잡고 있으면서도 나를 위해 틈틈이 뒤를 돌아봤다. 그 모습에 반했는데…. 나를 사랑에 빠지게 했던 남편의 행동을 지금 아이에게서 발견하다니, 신기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오는 소리를 몰랐던 나는, 어릴 때부터 걷다가도 늘 뒤돌아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서부턴 아이 모습만 보느라 말 그대로 뒤돌아볼 새도 없이 살았다. 그러다 보니 종종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곤 하는데, 세상의 소리를 알아가는 예준이는 그런 엄마의 상황을 알고 있는 건지, 이젠 내 손을 잡고 가면서도 늘 먼저 뒤돌아보기 시작했다.
남편과 연애할 때와 다르게 이젠 내가 길 바깥에서, 아이는 길 안쪽에서 걷는데도 아이는 내 손을 잡아당기며 이렇게 말한다.
“엄마, 위험해요.”
엄마가 소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가 너무 일찍 알아버린 것이 아닌지. 마음 한쪽에서 미안함이 맴돈다. 아들은 엄마 마음을 다 헤아린다는 듯이 더 다정하게 엄마 손을 잡는다. 나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한다.
“예준아, 엄마한테 알려줘서 고마워.”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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