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아이가 때로 ‘잘난 척’ 좀 하면 어떻습니까? 
잘하는 아이가 때로 ‘잘난 척’ 좀 하면 어떻습니까?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20.08.18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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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잘하는 아이 '자만심' 걱정하는 부모

한 어머니가 제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일곱 살 딸 아이가 매사에 1등만 하려고 합니다. 남에게 지는 것을 무척 견디기 힘들어하고요. 그래서 뭐든 열심히 합니다만, 아이 승부욕이 좀 과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럴 때 어머니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주시나요?”

“1등 안 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어째서 1등 하지 않아도 괜찮나요?”

“아이가 자만할까 봐 걱정되어서요.” 

부모교육이나 상담 시간에 이런 고민을 의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의 부모인 우리가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입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능력이 부족해 난감해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너무 잘해서 아이가 자만하지 않을까 걱정인 부모도 있습니다.

◇ 뭐든 잘하려고 애쓰는 아이에게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나요?

아이가 못하면 못해서 걱정, 잘하면 잘난 척 할까 봐 걱정. '한국 사회' 부모들의 딜레마 아닐까요?  ⓒ베이비뉴스
아이가 못하면 못해서 걱정, 잘하면 잘난 척 할까 봐 걱정. '한국 사회' 부모들의 딜레마 아닐까요? ⓒ베이비뉴스

21세기인 지금, ‘자기표현능력’이 중요한 시대지만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는 인(仁)을 추구하려는 무의식, 혹은 의식적인 요구가 있습니다.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풍토 덕에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뭐든 잘하길 바라면서도, 정작 잘하면 ‘잘난 척하지 않을까?’, ‘너무 예의 없이 자기 욕심만 부리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을 합니다.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부모님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문득, 예전에 만났던 중3 학생이 기억납니다. 기말고사 시험을 쳤는데 전 과목 중에 한 개만 틀렸답니다. 어떤 문제를 틀렸냐고 물어보니, 수학에서 아는 문제를 실수해서 틀렸다고 했습니다.

제가 “에구, 아까워서 어쩌니? 속상했겠다”라고 말하자, 이 친구는 흥분하면서 “맞아요 선생님. 얼마나 아깝고 속상한데요.”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다시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럼. 공부는 하루에 몇 시간씩 했어? 한 개밖에 안 틀릴 정도면?”

학생은 열흘 정도 하루에 한두 시간 자며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고, 모르는 문제도 아니고 아는 문제를 틀렸으니 얼마나 마음이 안타까웠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속이 상했다는 표현을 아무에게도 못했답니다. ‘한 개밖에’ 안 틀렸는데 호들갑 떤다는 소리 들을까 봐 아무 내색도 못 한다고요. 부모님마저 이런 기분을 이해 못 해줘서 더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학생과 잠까지 포기하고 노력했던 그 집념과 끈기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속상한 마음이 해결될 수 있을지 물어봤죠. 그 친구는, 당장 답은 없지만 이야기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더군요.

◇ 아이 격려하는 법, 성과보단 '노력한 과정' 중심으로 

아이의 학습능력이 기대에 못 미칠 때 부모는 아이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부모가 주는 ‘정서적 협박’이 큽니다. 그런데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성인에 버금가는 ‘도덕성’을 요구합니다.

저는 이것 또한 정서적 협박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중3 학생의 경우, 우등생이지만 자신의 고민을 해소할 방법이 적어 보입니다. 성적이 좋으니 다른 고민은 할 것 없다는, 개인의 심리를 무시당하고 있는 거죠. 성적 안 좋은 친구들의 감정을 배려해서 자신의 아쉬운 마음조차 표현할 수 없잖아요. 

성적을 평가하기 이전에 노력하며 도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리고 유아들은 아직 어리니, 결과를 갖고 좀 뽐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어떤가요? 우리도 남들이 좀 알아봐 줬으면 할 때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1등이라는 결과물 그 자체보다, 끈기를 갖고 어려움을 감수해 낸 과정을 칭찬하고 격려한다면 아이는 남들을 ‘이기겠다’라는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한계를 극복하는 문제해결력을 더 잘 익힐 수 있게 되겠지요. 즉, 더 많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배우고, 심지어 먼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 법까지 터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몇 번인가 베이비뉴스 지면을 빌려 아이의 기질과 성격유형에 관해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기질이 강하거나, 틀이 큰 아이들이 있습니다. 명예를 추구하려는 기질의 아이도 있죠. 이런 아이들에게 도전, 용기,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습관이 잘 잡혀있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만할까 봐 ‘쓸데없는(?)’ 걱정을 합니다. 

도전과 용기, 습관이 있는 아이들이라도, 예민한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에게 “그럴 거면 하지 마!”라는 말을 쉽게 내뱉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말이 아닌, 스트레스의 요인을 찾고 제거한 후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의 태도입니다.

아이들이 하려는데, 마음대로 잘 안 돼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할 땐,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수용해주고 문제점을 같이 찾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별일도 아닌데 욕심만 부린다”라고 부모에게 야단맞는 일이 반복된다면,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소극적이 되고, 아예 행동하지 않는 쪽을 선택할지도 모릅니다. 

한편, 노력도 안 하면서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거나, 못 할까 봐 아예 시도조차 안 하는 아이들도 있죠. ‘욕심 그릇’은 큰데, 좋은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겐 욕심낸다고 비난하지 마시고, 잘해 낼 방법을 함께 연구하고 연습하는 시간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승부욕이 강하다는 것은 좋은 겁니다. ‘아직 어린 게’라며 무시하지 마시고, 뭔갈 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격려하고, 그 목표를 함께 이룰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잊지 마세요.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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