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코로나 때문에’라고 말하는 것도 지겹다
이제 ‘코로나 때문에’라고 말하는 것도 지겹다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0.08.1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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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동의 쌍둥이들] 우리 일상을 망가트린 건 코로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쌍둥이들의 생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생일 주간에는 아이들 데리고 모처럼 서울로 올라가 전망 좋은 호텔에서 밥 먹고, 계곡이든 바다든 함께 떠나려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있었다. 큰맘 먹고 캠핑용품도 사놨다. 그런데 호텔이고 여행이고 자시고 간에 모두 취소했다. 이유야 다 알 것이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다. 

◇ 그래도 이만하면 일상을 좀 회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모처럼 홀가분하게 마스크 없이 꽃구경했는데, 이젠 좀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전아름
모처럼 홀가분하게 마스크 없이 꽃구경했는데, 이젠 좀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전아름

서울에서 천안으로 이사 온 게 지난 5월. 6월이 되자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어린이집의 휴원이 해제됐다. 나는 죄책감을 조금 덜어놓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됐다.

'집콕'만 하던 시절에 비교하면 그래도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우리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던데, 이 정도면 완벽히는 아니어도, 설령 마스크 없인 아무 데도 갈 수 없을지라도, 우리의 삶과 일상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컸기 때문에 이번 교회 발 대유행 소식에 더욱 충격이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 소식이 들려오고, 조금씩 조심스레 열리던 모임과 행사도 전면 취소다.

친구들은 연휴 끝나고 출근하자마자 회사에서 ‘워크숍 취소’, ‘근무 중 마스크 반드시 착용’ 같은 공지를 받았다고 했다. 장사하는 친구는 이제 좀 나아지려나 싶었는데, 다시 도루묵이니 피가 바짝바짝 말라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소리를 농담이랍시고 하고 있다. 서울 사는 친구는 “어린이집 휴원 오늘부터 해제랬는데, 그거 취소됐어”라고 담담히 말해왔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이다. 일주일에 단 며칠이라도 겨우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는데 다시 학교 문이 닫힐지도 모른단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너무 강력하니, 제발 좀 서로 다들 조심하자고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그래서 올 상반기 내내 애들은 학교도 못 가고,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꽁꽁 갇혀 있었는데, 숨 막히고 답답해서 마스크 한 번 내릴라치면 어른들한테 호되게 야단맞으며 그렇게 아까운 시간을 보냈는데 어른들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마스크도 안 쓰고, 사방에 침 튀기며 저 잘났다고 굴다가 이 사달이 났다. 

◇ 철없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또 집에 갇히게 생겼다 

놀이터에서 종종 이 동네 초등학생들을 만난다. 쌍둥이들 데리고 나가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쌍둥이들 주변으로 모여든다. "귀엽다~", "얘 몇 살이에요?", "말 할 수 있어요?", "같이 놀아도 돼요?"라는 말을 시작으로 함께 어울린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제 동생이 욕을 잘 해서 걱정이었는데, 요즘 욕이 좀 줄었어요.”

“그래? 왜 줄었을까?”

“원래 욕 같은 건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얘기하다가 배우고 느는 거잖아요. 근데 요즘은 학교에도 잘 못 가고, 가더라도 학교에서 서로 말 거의 안 하거든요. 그래서 욕을 잊어버리게 된 것 같아요. 잘 됐죠, 뭐.”

말과 웃음이 사라진 학교. 대화하지 않는 아이들. 입만 열면 어떻게 될까 싶어 서로 말을 아끼고, 혼자 밥 먹고, 가림판 너머로만 소통하는 교실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좀 짠해졌다.

내게 이 이야기를 전해준 아이는 이상하게 그다음부터 나를 봐도 데면데면하게 굴었다. 기회가 됐을 때 아이에게 “왜 이렇게 어색하게 대해?”라고 물어봤더니 “할아버지가 코로나 때문에 남이랑 얘기하지 말라고 하셔서요…”라는 말을 해줬다.

나와 대화하는 모습을 그 집 할아버지가 보신 모양이고, “요즘 같은 시국에 무슨 일이 날 줄 알고 가족 아닌 남과 대화를 하느냐”고 다그치셨던 모양이다. 더 긴 말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나는 “그래, 우리 나중에 친하게 지내자”라고 말하고 돌아섰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고, 함께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니 그동안은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그럴 상황도 아니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정말 이번엔 참을 수 없을 만큼 답답하고 화가 난다.

아침마다 마스크 안 쓰겠다고 울고불고 떼쓰는 네 살 쌍둥이들 안타깝고, 애들 생일인데, 휴가철인데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만 있어야 할 생각하니 억울하고 답답하다. 회사에서 여러 사람과 부대끼는 남편도 걱정되고, 서울에서 개인택시 하는 친정 아빠가 어떤 손님을 태울지 몰라 염려스럽고, 매일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지하철 타고 회사 다니는 동생들과 친구들 생각하니 맘이 아프다.

난 이제 ‘코로나 때문에’ 라고 말하는 것도 지겹다. 정말 우리의 일상이 망가진 건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인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 때문 아닌가?

*전아름 기자는 36개월 남자 쌍둥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육아와 일상과 엄마와 아빠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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