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사진뿐’이란 말이 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이 말이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아이를 양육하다 보니 이 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태어나던 날, 간호사 품에서 눈도 제대로 못 뜨던 모습, 처음 본 바다에 놀란 모습, 놀이공원에서 집에 가기 싫다며 울던 모습…. 아이의 어떤 모습이 희미해질 때마다 사진을 보며 기억을 끄집어낸다. 사진은 그날의 느낌과 감정까지 함께 끄집어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남는 건 사진뿐이란 말이 생겼나 보다.
많은 부모가 자녀의 어릴 적 모습, 커가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에 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요즘엔 스마트폰과 카메라 앱도 많이 좋아져서 일상생활 중 정말 많은 사진을 찍게 된다. 그렇게 찍은 자녀들의 사진을 나 혼자 보기 아까워서, 또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SNS 등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녀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아동권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이 내 사진 보는 걸 아이가 싫어할 수 있다. 어른 중에서도 내 사진을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다른 사람이 내 사진 보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아동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사진이 예쁘게 나와도,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싫은 아동도 있다. 특히, 우는 모습, 놀라는 모습, 이상한 표정 등의 사진이 부모에게는 귀엽기만 한 사진일 수 있지만, 아동에게는 굴욕적이고 숨기고 싶은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녀의 사진을 SNS 등에 노출할 때는 가능한 자녀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아울러,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아동이라면 SNS에 올릴 사진을 함께 선택하는 것도 좋다.
둘째, 자녀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악용될 수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올린 자녀의 사진을 통해 자녀의 이름, 다니는 어린이집 또는 학교 등 교육기관명, 학년, 반,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노출된 개인정보가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 그러니 자녀의 사진을 SNS 등에 올릴 땐, 자녀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자녀의 사생활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진도 조심해야 한다.
셋째, 사진 촬영이 자녀와 함께하는 ‘순간’의 행복을 방해할 수 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지만 사실 자녀와 함께하는 ‘순간’의 행복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연출하기 위해 행복한 순간을 방해하는 것은 원래 목적을 상실케 만든다.
그러므로 사진 촬영은 순간의 행복을 남기기 위한 부수적인 도구로만 다뤄야 한다. 비슷한 느낌의 사진은 다시 찍을 수 있지만, 행복한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을 마치자마자 내 SNS를 다시 점검해 봐야겠다. 내가 올린 내 아이의 사진들이 ‘아동권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여덟 살 딸, 네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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