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가을이 왔는데, 나는 아직도 마스크를 빤다 
미국에도 가을이 왔는데, 나는 아직도 마스크를 빤다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0.09.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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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계절이 바뀌었는데도 코로나가 안 끝난다

큰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교원 등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총 세 번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다가올 가을 학기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겠냐고 의견을 물어온 것이다. 학교에서는 8월 중순이 되어서야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주 2일 교대 등교하는 옵션과, 주 4일 온라인 수업을 하는 옵션 중 개인별로 선택할 수 있게 선택지를 제시했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아이는 여전히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새로운 매일이 열려도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코로나에 갇혀있다. ⓒ베이비뉴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아이는 여전히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새로운 매일이 열려도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코로나에 갇혀있다. ⓒpexels

나는 고민 끝에 주 4일 온라인 교육을 선택했다. 이젠 지인 중에서도 건너 건너 확진자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아이들끼리 학교에서 거리 두기가 얼마나 가능할지도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전업에 가까운 ‘공부하는 엄마’라서 가능한 선택이었다. 일하는 엄마였다면 100% 온라인 교육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라면 이번 주부터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번 학기엔 여러 가지 변화가 있기에 학기 시작일이 9월 8일로 미뤄졌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어떤 플랫폼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공지가 없어서 마냥 기다리고 있다. 교육관계자들도 무척 혼란스럽고 바쁘겠지만, 기다리는 학부모나 학생 또한 막연하고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 새 학기 시작됐지만 바뀐 게 없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남편이 몸담은 대학은 이번 주에 개강했다. 그야말로 대책 없는 미국의 코로나 상황에 온라인 수업을 고수해보려고 했지만, 실습도 해야 하는 일부 공대 과목 특성상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게 됐다. 

대형강의는 온라인으로 하지만, 랩(Lab) 수업에서는 필터를 덧씌운 마스크를 쓰고 학생들을 지도한다. 아직 개강 전인데 벌써 두 명의 학생이 최근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며 당분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니 온라인으로 숙제를 보내도 되겠냐는 질문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특히 더 조심해야 하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을 아내로 둔 남편으로서 걱정이야 되겠지만,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11월 추수감사절 이후엔 전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다고 하니, 그때까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둘째는 원래 기관에 안 다녔기 때문에 새 학기가 시작돼도 오빠와 종일 붙어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하지만 낯을 가리는 편인 둘째가 코로나 때문에 두문불출하다 보니, 이젠 주차장에서 우연히 이웃을 마주치기만 해도 질색을 하며 피하니 민망할 지경이다.

나는 원래도 두 아이의 주 양육자이니, 개학했다고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그래도 방학 땐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 아무래도 수월했다면, 이젠 오롯이 혼자 삼시 세끼를 하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큰아이는 많이 컸고, 둘째도 어느덧 32개월이니 전보다는 훨씬 수월하지만, 나의 ‘저질 체력’이 문제다. 

집은 어지럽고, 내 손길이 필요한 곳이 보이지만 눈을 질끈 감는다. 운동도 제대로 하기 힘든 요즘에는 무조건 많이 쉬고, 많이 자는 것이 체력을 안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 미국에서 코로나 반년…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마스크 관련 공지사항, 학교에서는 일회용 마스크와 천마스크를 인정하겠다고 한다. 미국인 중에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실내 공간에서 스카프나 천으로 간단히 입만 가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행위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은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마스크 관련 공지사항, 학교에서는 일회용 마스크와 천마스크를 인정하겠다고 한다. 미국인 중에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실내 공간에서 스카프나 천으로 간단히 입만 가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행위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은

미국의 확진자 수는 이제 60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주(State)마다, 주 정부의 정책도, 상황도 워낙 달라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의 상황을 미국 전체의 상황이라고 말할 순 없겠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기승을 부리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심각하게 혼란을 느낀다. 

사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이미 6월 말부터 계속 운영 중이고, 공립 학교와 대학교만 제한적 운영 조치를 앞둔 지금, 난 솔직히 긴장된다. 

이젠 우리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19 상황, 매일 마스크를 빨고, 집 밖으론 한 발짝도 안 나가는 날이 일주일의 반 이상 되는 일상도 벌써 반년 가까이 됐는데.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어놀고, 친구들을 만나고, 장난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생활은 언제쯤 가능할까.

기약할 수 없는 상황. 많은 의료인류학자가 이렇게 말했다. 전염병이 지속할 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불안’이라고. 종교는 없지만, 마음을 다해 기도해 본다. 이 혼란이 지나가길. 모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시간이 돌아오길. 내 주변 독실한 신앙을 가진 친구들이 말하듯, 꼭 교회라는 제한된 공간이 아니어도 우리의 목소리는 신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면서….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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