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은따’ 하던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장애아 ‘은따’ 하던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0.09.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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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비장애아의 장애아 따돌림 문제,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우리 어린이집은 장애통합어린이집이다. 아이들의 대부분은 다섯 살 때부터 장애 아이들과 함께 완전통합교실에 들어온다. 어릴 때부터 다녔던 아이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잘 어울리는 편이나, 중간에 어린이집을 옮겨 우리 원에 새로 다니게 된 아이들은 이 흔하지 않은 완전통합교실의 장애 아이들이 신기한 모양이다.

부모로부터 ‘장애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온 친구들은 가끔, “우리 반에서 장애인이 누구예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다섯 살 즈음에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자기 중심성 때문에 주변 친구들에게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여섯 살 무렵이 되면 말이 느리거나 잘 못 알아듣고, 엉뚱한 실수를 연발하는 ‘장애’ 아이들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 장애아 ‘은따’하던 비장애아들… 선생님이 내놓은 해결책은?

재작년 여섯 살 반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폐성을 가진 남자아이들과 경증의 지적장애 남자아이가 통합반에 함께 있었다. 문제는 이 경증의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 ‘A’였다. A는 말도 제법하고 놀이도 가능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잘 지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교사들이 자유 선택시간에 가만히 관찰해보니, 남자아이 서너 명이 모여 놀이하는 중에 A가 슬며시 들어오면 이 아이들이 서로 눈치를 주고받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란다. 처음에는 그냥 놀이가 바뀐 줄 알았는데 관찰하다 보니 매번 그런 식으로 A를 피하는 게 보였단다.

오히려 자폐 성향이 강한 아이, 무발화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을 나누어 주거나 자기가 만든 블록도 내어주면서, 유독 그 아이만 피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통합장애교실에서 비장애아 서너 명이 경증의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를 슬금슬금 '은따'하는 것을 봤다.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만, 교사의 개입이 필요한 일이었다. ⓒ베이비뉴스
통합장애교실에서 비장애아 서너 명이 경증의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를 슬금슬금 '은따'하는 것을 봤다.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만, 교사의 개입이 필요한 일이었다. ⓒ베이비뉴스

선생님은 그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불러 이야기를 해보았다.

“혹시 A가 너를 불편하게 한 적 있니?”

선생님에게 혼나는 줄 알고 쭈뼛거리던 아이들이 이내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A는 자꾸 우리가 만든 걸 자기가 만든 것처럼 가지고 놀아요.”

“A가 내 장난감 그냥 가져갔어요. 내가 만들면 부숴버리기도 해요. 그리고 막 웃어요.”

“A는 내가 하는 말을 따라 해요.”

아이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경계선에 가까운 이 친구는 친구들이 놀이할 때 나쁜 의도는 아니더라도 흥분하면 역할에 과몰입해 친구들이 만든 것을 부수거나, 친구들이 놀다가 잠시 바닥에 놓아둔 장난감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빼앗아 가버리곤 했단다. 선생님이 “A야, 친구에게 다 놀았는지 물어보고 가져가야지”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으니, 아이들 말이 거짓이나 모함은 아니라 했다.

A가 먼저 친구들을 불편하게 했을 때, 교사가 알아듣게 차분히 이야기해도, 완전히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A는 그런 중재를 받고 나면 한참을 엉엉 울었다.

우는 소리가 들려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A가 울고 있었고,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마음에 ‘참을 인(忍)’자를 새기던 선생님도 A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울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러니, 아이들이 A만 살짝 내치는 것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선생님에게 이야기해봤자 A는 또 울 테니, 울면 또 시끄러워질 테니, 그냥 A 모르게 자리를 옮겨 다니며 놀이하는 방법을 비장애아들 서너 명이 터득한 것이다.

“‘은따’ ‘왕따’… 이런 건 초등학생이나 되어야 있는 줄 알았어요. 우리 교실에서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어떻게 해야 아이들 사이에서 A가 이해받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모두가 행복한 교실이 될지, 우리는 고민했다.

◇ 아이들은 스스로 터득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걸

최초의 ‘학교폭력’은 만 4세경 일어난단다. 놀라웠다. 초등학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유아기에도 또래 간 정서적인 폭력, 언어폭력, 보복성 신체폭력이 일어난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논문을 찾아보고 학교폭력에서 혹은 그러한 상황에서 어떤 중재 방법이 있을지 찾아봤다.

어느 논문에서, 우리는 칭찬 카드 쓰기 프로그램이 학교폭력을 감소시켰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섯 살 아이들은 글쓰기가 아직 어려우므로 ‘칭찬하기’를 해 보기로 했다.

아침 모임 시간, 교사는 세 명의 아이들을 지명한다. 이 세 명 중에는 우연인 것처럼 장애 아이를 한 명씩 포함한다. 이 아이들은 하원 모임 시간에 다른 친구들의 칭찬을 받는 대상이 된다. 아이들은 칭찬할 거리를 찾기 위해 이 세 명의 아이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장점을 찾아야 했다.

효과는 오래가지 않아 나타났다. 아이들은 단점투성이였던 A의 장점을 찾기 위해 A에게 슬쩍 다가갔다. 아이들이 먼저 A에게 말을 걸고, A가 대답하는 간단한 일도 여태 A의 단점만 봐왔던 비장애아들의 눈에 새로운 장점이 됐다.

처음에는 어떻게 칭찬해야 할지 몰라 입도 못 떼던 아이들이 하나둘 A의 장점을 찾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인사했는데 나한테 ‘안녕’ 인사해줬어요.”

“내가 장난감 만들어서 줬는데 ‘고마워’라고 했어요.”

“오늘 화장실 갈 때 줄을 잘 서서 가는 거 내가 봤어요.”

중증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한 번도 울지 않고 있었어요.”

“김치를 잘 먹어서 선생님이 칭찬해주는 거 봤어요.”

“잘했다고 머리를 만졌는데 나한테 더 만져 달라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칭찬이 아니라, 그냥 아이들 눈에 비친 내 모습일 뿐인 이야기인데. 앞에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박수를 받으면 자랑스럽고 의젓한 '나'로 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나 보다. 칭찬받는 아이들 표정에 너나 할 것 없이 ‘좀 멋있는 나’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니.

하지만, 여섯 살이 지나고 일곱 살이 되었을 때, 학급 내에서 이런 문제가 전혀 없어졌느냐,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매일 전쟁 같은 교실에서 아이들은 서로 싸우기도 했고, 토라지기도 했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고, 일곱 살이 되어도 눈물 바람을 하는 날도 있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라면, 장애 아이의 나쁜 점만 보던 아이들이 이제 그 아이가 가진 온전한 모습 혹은 부족한 모습 그대로를 볼 줄 알게 된 것일 테다.

◇ 장애통합교실, 사람이 사람을 더 깊게 이해하는 법 배우는 곳

여섯 살에서 일곱 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교실은 전쟁이다. 그래도 이제 아이들은 장애 있는 아이의 단점만을 보며 피하지 않는다. ⓒ베이비뉴스
여섯 살에서 일곱 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교실은 전쟁이다. 그래도 이제 아이들은 장애 있는 아이의 단점만을 보며 피하지 않는다. ⓒ베이비뉴스

여전히 장애 아이들은 느렸다. 한 살 더 먹은 친구들이 복잡하게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노는 상황은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이는 제 속도로 꾸준히 성장하나, 여전히 고집을 피웠고, 여전히 세상 억울하게 울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더는 장애아를 피하지 않는 비장애아이들이었다.

“OO는 왜 말해도 계속 울어요?”

“OO는 왜 자기가 잘못해놓고 자기가 소리 질러요? 그거 나쁜 거잖아요.”

아이들은 묻기 시작했고, 교사는 다시 차분히 설명했다.

“OO는 생각하는 게 조금 힘들대. 우리 모두 머릿속에서 생각하잖아. 생각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생각하기가 조금 어려운 사람도 있어.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달리기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있고,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도 있잖아? 그렇지만 달리기를 못 하는 사람,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아. 그렇지? OO가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잘 몰라서 떼쓰고 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그렇지만 OO가 ‘나쁜 아이’는 아니야.”

“OO가 알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계속해야지. 친구가 알 때까지. 아마 우리 반을 졸업해도 다 못 배울 수도 있어. 사람마다 빨리 배우는 사람도 있고, 느리게 배우는 사람도 있거든. 그런데 OO도 알 거야. 계속 알려주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무조건 네가 양보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애써 만든 장난감을 부수면 네 마음도 아프잖아. 대신 ‘내가 만든 블록을 네가 다 부숴서 나도 속상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해줘도 좋아.”

통합교육에 정답은 없다. 다만, 통합교육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좀 더 많이, 좀 더 깊이 연습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이들은 울었고, 아이들은 웃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이들이 자란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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