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다, 나도 육아휴직 워킹맘 동료를 원망했다
고백한다, 나도 육아휴직 워킹맘 동료를 원망했다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0.09.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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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육아휴직 #워킹맘 #직장여성 #유리천장 #출산율 #승진 #불이익

지난해에도 출산율이 ‘역대 최저’라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올해도 역시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84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출산율 최저 기록을 자체적으로 계속 경신하는 셈이다. 

나도 주변에서 “이제 둘째 계획 세울 때 안 됐냐”고 종종 묻는다. 고민의 여지 없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 아이는 지난 1년간 기관에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오롯이 내가 먹이고 가르치는 상황인 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그나마 하던 외출마저 쉽지 않다. 이젠 둘째 계획 묻는 사람들조차 있는 아이부터 잘 키우라고 말할 정도다.

◇ ‘이렇게 바쁠 때 육아휴직 말고 차라리 그만두지…’

직장다닐 때 육아 휴직 하는 동료를 원망했다. 차라리 그만두길 바란 적도 있다.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비로소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베이비뉴스
직장다닐 때 육아휴직 하는 동료를 원망했다. 차라리 그만두길 바란 적도 있다.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비로소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베이비뉴스

아이를 더 낳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젠 ‘엄마’가 아닌, ‘나’의 일을 찾고 싶어서다. 너무 오래 아이 키우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이젠 코로나19 보다 무섭다는 육아 우울증이 가끔 찾아오는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고, 기운이 빠지는 증상은 모두 겪는 일이라곤 하는데,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단지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심정은 단순히 ‘우울하다’라는 말로 다 표현이 안 된다. 

지금이라도 단절된 경력을 살려 본격적으로 일을 해보려고 마음먹어보지만, 아이 걱정, 양육 문제가 너무 걱정된다.

아이를 낳기 전 나도 직장 생활을 10년 정도 했다. 내가 일하던 부서에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 동료들이 있었다. 그런데 나도 여자면서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출산휴가는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출산 후에 그 갓난아이를 두고 복직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아량도 없었고, 무엇보다 육아휴직자로 인한 업무 공백은 남은 부서원들이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기간제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해 일을 나누기도 했지만, 임시직인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다. 필요한 업무를 일러주는 것보다 그냥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는 게 차라리 빠를 때도 있었다.

남은 직원들은 처음엔 회사를 원망하다가, 결국 분노의 화살을 휴직한 당사자에게 겨누곤 했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육아휴직에 들어가셨을까? 차라리 그만두었다면 새로운 직원이라도 채용해 일을 나눴을 텐데…’라는 원망이 당사자들에겐 서운하고 상처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남은 사람들의 심정 또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했던 나도, 그때 그들과 같은 엄마가 됐다.

◇ 돈보다 중요한 건, 누구나 당당히 육아휴직 할 수 있는 환경 

돈이 아쉬워서 육아 휴직 안 쓰는 게 아니다. 육아 휴직 급여 인상 법안보다, 동료 눈치 안 보고, 인사 고과 걱정 없이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 아닐까? ⓒ여상미
돈이 아쉬워서 육아휴직 안 쓰는 게 아니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법안보다, 동료 눈치 안 보고, 인사 고과 걱정 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 아닐까? ⓒ여상미

상황이 이러니, 육아휴직은 법이 보장하는 당당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쓰자니 사람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여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냐”고 물어보니, 35.7%가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여성에 대한 인식과 직장 내 조직 문화가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고 하던데…, 내가 직장을 떠나 있던 지난 10년 동안 바뀐 게 없나 보다.

육아 때문에 직장에 다시 돌아가기도 어렵지만, 다시 일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두렵다. 내가 아이를 낳기 전 느꼈던 감정을 나와 함께 일해야 할 동료들이 느끼게 될 테니, 나 같은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 건 왠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주변 워킹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에서 승진은커녕 인사평가 기대도 안 한다고 한다. 그냥 지금처럼 무사히 다닐 수 있기만 바란다고. 본인이 휴직했다가 복직했을 때 업무에 뒤처지거나, 도태될지도 모를 상황이 가장 두렵다면서, 아이를 위한다면 차라리 전업주부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도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확실히 존재하는, 깨트리기 어려운 그 장벽, ‘유리천장’이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 있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워킹맘의 선택은 ‘남을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와 같이 극단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고민 사이에 잠시 육아휴직을 하며 생각할 시간을 두는 정도가 있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은 직장, 워킹맘도 있겠지만 내가 겪어왔던 대부분 직장, 사회생활에서 엄마는 늘 당당하지 못했다.

일부 국회의원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육아휴직 중 받을 수 있는 급여의 비율을 높여준다는 대책을 내놨다. 급여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시급한 문제는 마음 편히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의무적으로 쉬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양육과 직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마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

부디 이들을 위한 개선을 제안할 땐 단순히 통계나 수치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워킹맘’이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회, 엄마도 조직 내 일원으로 당당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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