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모두 외출을 삼가는 가운데,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한창 밖에서 뛰놀아야 할 나이인데, 일부 어른들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확진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집콕’ 생활을 무척 오래 하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놀이터도 맘껏 못 가니 예준이는 무척 답답한 모양이다. 그래서 예준이가 자주 보던 애니메이션 캐릭터 장난감을 사줬다.
다행히 좋아하는 것 같다. 이때다 싶어 예준이와 눈을 맞추며 소통하려 애썼다. 요즘 예준이의 최대 관심사는 자동차 장난감이다. 뽀로로는 안중에도 없다. ‘로보카 폴리’와 ‘타요’처럼 살아 움직이며 영웅같이 행동하는 자동차 캐릭터가 예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예준이의 입 모양을 보며 예준이가 좋아하는 주인공 자동차 캐릭터뿐만 아니라 조연 캐릭터 이름까지 몽땅 외웠다.
사실 처음엔 예준이의 입 모양을 잘못 읽었다. 예준이는 ‘폴리’라고 말했는데 내 시선에선 예준이의 입 모양이 ‘볼링’이라고 읽혔다. 그때 마침 옆에 볼링공 장난감이 있었다. “우리 볼링 할까?”라고 말하니, 엄마를 바라보던 예준이의 표정이 남달랐다.
그 이유를 늦게서야 깨달았다. 그때 예준이 표정은 ‘엄마는 왜 내가 하는 말을 잘 모르는 걸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걸 깨닫고 나니까 공연히 미안해져 “폴리 친구는 로이 맞지?” 하고 빨간색 소방차 장난감을 들어 예준이 눈앞에서 흔들며 물어봤다.
TV 만화 캐릭터가 어떻게 예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하는 궁금증은 곧 소리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예준이는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장난감을 곧잘 가지고 놀면서도 이것저것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건 폴리! 저건 로이!”
처음엔 보이지 않던 캐릭터의 이름이, 그 입 모양이 예준이의 노력 덕분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예준이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가 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선물을 생각해 냈다.
바로 폴리의 특징을 잘 살펴서 똑같이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10분 만에 후딱 그려냈지만, 예준이는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와 우와! 폴리다!”
오늘도 고마워 예준아!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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