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화재사건 기사를 읽고 가슴 한편이 먹먹해졌다. 보호자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가 불이 나 중태를 입은, 초등학생 형제 사건 말이다. 더욱이 이 가정은 과거에 이미 방임 등의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경찰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관리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아동의 ‘돌봄’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긴급돌봄체계를 구축하고, 가족돌봄휴가를 늘리는 등 여러 정책을 마련해 아동의 돌봄을 지원하고 있지만, 제한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위축되는 이 상황에, 부모들은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경제 활동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돌봄의 구멍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지난 5월, 코로나19 시기 아동과 그 가족의 어려움과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아동, 양육자, 관련 종사자 등 총 896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 아동끼리 있거나, 아동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체의 38%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세 시간 이상 집에 혼자 있는 아동도 40%가 넘었다.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주중에 집에 혼자 있거나, 아동끼리 지내는 비율은 27.7%였다. 그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상황에서 혼자 있는 아동의 비율이 더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아동이 ‘방임’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아동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부모 역시 양육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상황인데, 부모와 아동 모두 스트레스를 발산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임뿐만 아니라 신체학대와 정서학대 등 다양한 형태의 아동학대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아동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아동의 보호에 있어서만큼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용납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역시 장기전으로 태세를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7월 정부에서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특별한 ‘아동학대 대응대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여덟 살 딸, 네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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