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칭찬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칭찬이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EBS 교육방송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기억력을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한 적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잘한다, 똑똑하다’라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감독자가 사라지자 부정행위를 했고, ‘너 정말 노력했구나’,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았구나’ 같은 격려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
◇ ‘잘했다’란 말은 칭찬 아닌 ‘판단’… 이런 칭찬은 아이에게 ‘독’
칭찬도 잘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실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를 칭찬할 때는 수행 결과보다는 과정과 노력 그리고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한다. 왜냐하면, 수행 결과에 대한 칭찬은 아이에게 다음에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이러한 칭찬은 칭찬이 아니라 판단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판단하면서 칭찬하면 아이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기 위해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고, 부모의 판단에 따라 자기 가치를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를 칭찬할 때 별 의미 없이 ‘잘했다’라고 칭찬하는 부모가 많다. 그렇다면 언어적 방식으로 평가하는 표현을 줄이면서, 아이에게 제대로 된 칭찬의 마음을 전달할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으로 언어적 표현을 대체하는 비언어적 표현 요소 중 하나인 ‘고개 끄덕임’을 제안하려 한다.
고개 끄덕임은 상대방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표적인 몸짓이다. 격려와 동의의 표시로 인식된다. 로봇 과학자들은 인간과 로봇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에는 고개 끄덕임이 필수 요소라고 간주한다.
◇ 부모의 사랑과 믿음을 오롯이 전달하는 몸의 표현, ‘고개 끄덕임’
이렇듯 고개를 끄덕이는 단순한 몸짓은 ‘당신을 격려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우리 인간의 필수적인 몸짓이다. 특히 청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고개를 세 번씩 끄덕이면 화자는 평소보다 3~4배 더 많은 말을 쏟아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개 끄덕임은 말 한마디 없이 더 많은 대화를 끌어내는, 아주 강력한 소통과 설득의 수단이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개 끄덕임은 자녀들에게 많은 사랑과 믿음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비언어적 표현이다. 만약 아이가 칭찬받을 만한 말이나 행동을 했다면, ‘잘했어’라고 언어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고개 끄덕임으로 칭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이때 고개 끄덕임의 속도는 한번 끄덕일 때 1초 정도가 적당하다. 횟수는 한 번 끄덕일 때 2~3번 정도가 좋다. 각도는 자연스럽게 살짝만. 고개 끄덕임을 강조하려고 너무 크게 끄덕이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아이를 바라보며, 따뜻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끄덕이면 더욱 좋다.
유의 사항도 있다. 너무 빨리 끄덕이면 아이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 빠른 속도의 끄덕임은 상대의 말에 완전히 동의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화자의 말을 중단하고 자신이 말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시간이 촉박한 경우, 대화를 빨리 끝내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시선 처리도 신경 써야 한다. 아이와 눈 맞춤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면 경청과 동의의 고개 끄덕임이 무관심과 거부로 의미가 바뀐다.
예를 들어, 시선을 스마트폰에 고정한 채 고개를 끄덕이면 아이는 부모가 형식적인 칭찬을 하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또, 아이와 눈 맞춤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긴 하지만, 주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아이의 뒤를 지나가는 사람, 문에서 갑자기 들어오는 사람, 창문 너머로 시선을 계속 옮기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자꾸 시선이 분산되면 이 또한 칭찬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혹시 언어적 요소만으로 무작정 ‘잘했어! 최고야!’라는 말로 아이를 칭찬하고 있다면, 이제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고개 끄덕임만으로 칭찬의 마음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