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묻따'와 '답정너'의 사회에서 질문하기
'아묻따'와 '답정너'의 사회에서 질문하기
  • 칼럼니스트 박현창
  • 승인 2020.09.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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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생각에 달아] 질문이 있냐는 질문에, 질문이란 무엇이냐 질문한다면

*'아묻따'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말, '답정너'는 '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라는 말입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문을 안 할까?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 몰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질문이란 무엇인가? ⓒ베이비뉴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문을 안 할까?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 몰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질문이란 무엇인가? ⓒ베이비뉴스

강연이 끝났다. 강사는 객석을 쓱 한번 둘러본다. 그리고는 기대 반 초조 반 섞어서 묻는다.

“질문 없습니까?”

“……….”

잠시 머쓱하고 불안한 적막이 흐르고,

“질문이 없다는 건 강의가 완벽하거나 아주 형편없다거나 둘 중 하나인데, 아마도 전자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짝짝짝!“

조금 낯간지러운 재치와 낯뜨거운 눈치의 야합이 한바탕 흐벅지게 이루어진다.

자주 보고 겪는 모습이다.

강연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에서 회사 회의에서. 질문은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하여간 없다. 어느 신문에서 왜 학생들이 질문이 없는지 또는 안 하거나 못하는지 조사한 자료를 보았다. 대략 세 가지 까닭이었다. 대답해야 할 자가 난감해하거나 성가시어하지는 않을까 배려에서가 셋째이고, 같잖은 것이라고 핀잔과 비난을 들을까 두려워서가 그 둘째였다. 첫째는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라서였다.

질문을 멈추기 전에는 바보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참 민망하고 걱정스러운 노릇이다. 비단 학생들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는 것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한가지이고, 학교에서는 대답하는 법만 가르치고 사회에서는 ‘답정너’로 건전한 의문을 참살하고 있으니 모두 멀쩡한 바보가 되자고 멈칫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

질문이 없는 이유 저 세 가지는 사실 같은 한 가지 까닭이다.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모른다' 이고, 이것은 ‘질문’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으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 학교 다녀온 아이들에게 "오늘 무엇을 물었니?"라 묻는 유대인들

질문은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한 물음이다.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사회·자연, 곧 세상 만물이다. 질문의 ‘질(質)‘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그것들의 바탕, 본질이다. 사물의 개념·가치·사실에 대해 ‘물음표(?)’ 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것을 누구에게 묻는가 하면, 선배, 스승에게 들이대어 묻는다. 머리 커지면 자기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아니 되면 하늘에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어찌 묻는가는 한 가지 꼴뿐이다. 무엇이냐면 충분하다. ‘가치’는 좋은 것 옳은 것이 무엇이냐와 같고, ‘사실’은 무엇이 참이고 거짓이냐와 같기 때문이다. 모두 개념에 대해 묻는 것이라서 ‘뭐야?’로 넉넉한 까닭이다. 마치 낱말의 품사는 여러 가지 있는 것 같아도 실은 딱 한 가지 명사뿐인 것과 같다. 세상 모든 낱말 곧 개념은 무언가의 이름인 것과 같은 이치다.

유대인들은 학교 다녀온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웠니"가 아닌 "무엇을 물었니"라고 묻는다. 참, 질투나는 광경이다. ⓒ베이비뉴스
유대인들은 학교 다녀온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웠니"가 아닌 "무엇을 물었니"라고 묻는다. 참, 질투나는 광경이다. ⓒ베이비뉴스

꼬치꼬치 묻고 주절주절 따지고 들었지만 어렵고 복잡할 게 하나도 없다. 슬쩍 비켜 보면, 애들이 처음 보는 것에 대해 ‘뭐야? 좋아? 진짜?’하고 묻는 것과 하나도 다름이 없다. 같잖고 설은 것으로 보여도 철학은 늘 그게 온전하고 합당한 것이라고 증명해 왔다. 질문은 그런 것이고, 그들에게 묻는 것이고 그렇게 쉽게 물음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는 것은 바보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학교 갔다 온 애들에게 "무엇을 배웠니?" 아니고 "무엇을 물었니?" 라고 묻는단다. 참 질투나는 것이다.

대답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설은 물음이 될까 두려워해서 묻어둘 게 아니다. 또 좀 그러면 어떤가. 우린 모른다는 것 하나는 확실히 대답할 수 있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아직 한참 많다는 것은 서로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함께 묻고 머리 맞대고 따져보면 된다. 설은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칼럼니스트 박현창은 ‘놀이 아닌 학습이 없고, 학습 아닌 놀이가 없다’고 믿는 교수설계 전문가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재능교육 부설연구소 국어팀장, 중국선전 케이아이에스 국제학교 국어교사, 중국선전 에스디아이 교육자문위원을 지냈다. 현재는 하브루타창의인성연구소 이사로 있다. 「기적의 독서논술」 「초등 어휘 바탕 다지기」 「한자 어휘 바탕 다지기」 「퀴즈천자문」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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