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토마토 빠진 햄버거, 왜 이렇게 서운할까?
'조연' 토마토 빠진 햄버거, 왜 이렇게 서운할까?
  • 칼럼니스트 신혜원
  • 승인 2020.10.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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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의 열두 가지 채소 이야기] 신통방통 팔방미인 토마토 이야기 

아이가 어릴 때 부르던 동요의 토마토는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기를 풍기며 춤을 춘다. 동요 제목처럼 그야말로 ‘멋쟁이 토마토’다. 동요를 따라 흥얼거리니, 작은 입술로 “토마토!”를 연달아 외치던 그 시절의 아이가 눈앞에 그려진다. 빨간 옷 위에 초록 꼭지만 똑 떼어내면 주스가 됐다가, 케첩도 되는 토마토. 인제 보니 껍질부터 씨까지 버릴 게 하나 없는 ‘매력쟁이 토마토’다.

◇ 설탕에 절인 토마토의 맛… 왜 지금은 그 맛이 안 날까 

과일인 듯 과일 아닌 과일 같은 너, 채소인 듯 채소 아닌 채소 같은 너. 오늘의 주인공, 바로 토마토입니다. ⓒ베이비뉴스
과일인 듯 과일 아닌 과일 같은 너, 채소인 듯 채소 아닌 채소 같은 너. 오늘의 주인공, 바로 토마토입니다. ⓒ베이비뉴스

‘토마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어린 시절 엄마가 해 주시던 ‘설탕에 절인 토마토’다. 동생이랑 포크로 쿡쿡 찍어 먹던 기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마지막 남은 국물을 사수하기 위해 얼마나 쟁탈전을 벌였던지. 남은 국물에 씨 알갱이를 후루룩 삼키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시절 그 맛이 그리워 냉장고에서 토마토를 꺼낸다. 토마토를 쓱쓱 썰어 설탕을 뿌려가며 반찬 통에 켜켜이 담는다.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 반, 설렘 반, 소풍 전날처럼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반나절이나 지났을까. 냉장고에서 반찬 통을 꺼내 포크로 쿡, 토마토를 찍어 맛을 본다. 

‘이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아냐,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 걸 거야!’

‘아님, 건강 생각한답시고 설탕을 너무 적게 뿌렸나?’

아쉽게도 어릴 때 먹던 그 맛이 나지 않아,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괜찮다. 덕분에 시간 여행은 즐거웠으니 말이다.

토마토는 이렇게 과일처럼 후식으로 먹기도 하고, 다른 요리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토마토가 ‘과일이냐, 채소냐’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는데. 과일이면 어떻고, 채소면 어떠하리. 맛있게, 건강하게 먹으면 그만인 것을.

우리나라에서 토마토는 채소류로 알려졌지만, 과채류로 분류되기도 한다. 오이, 호박, 참외, 딸기도 과채류이니, 채소인 듯 채소 아닌 채소 같은 토마토, 과일인 듯 과일 아닌 과일 같은 토마토 되시겠다. 

◇ 말하자니 입 아픈 ‘토마토=건강’, 이젠 토마토도 ‘가심비’ 시대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라는 유럽 속담은 명제나 다름없다. 토마토의 붉은 색소, 리코펜 때문이다. 토마토를 매일 한 개 이상 먹으면 각종 암과 심장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가히 의사가 긴장할 만하다. 토마토는 붉을수록 리코펜 함량이 높다. 그리고 후숙보다 나무에서 완전히 익힌 완숙 토마토가 더 달고 영양가도 좋다. 또 생으로 먹기보다는 익혀 먹는 것이 체내 흡수율을 높여준다.

열량 역시 매우 낮다. 한 개(200g 기준)를 먹어도 30kcal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과나 배 같은 과일과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그러니 후식으로 먹어도 부담이 없다. 게다가 펙틴 성분이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에도 제격이다. 그렇다고 식사를 대신할 수는 없는 법, 간식으로 즐겨보자. 지친 오후, 새콤달콤 토마토 주스 한 잔이면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이제는 토마토도 프리미엄 시대다. 가격보다는 맛과 품질을 따지니 새로운 품종의 토마토가 인기다. 부산 대저동에서 겨울철에만 생산돼 희소성까지 더한, 이른바 짭짤이 토마토 ‘대저 토마토’, 어릴 적 설탕 토마토의 ‘레트로’ 감성을 일깨워준 ‘단마토’는 소비자의 가심비(價心比)까지 책임진다. 그러자 기존 토마토가 ‘가심비보다는 가성비(價性比)!’라며 반기를 든다.

“우리 덕분에 피자, 토마토 스파게티, 케첩도 있는 거라고!”

‘그래, 케첩이 없었다면, 감자튀김도 지금의 맛이 아니었겠다….’

하마터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스, 케첩을 탄생시킨 주인공을 깜빡할 뻔했다. 아울러 토마토는 다른 요리와 만나면 감칠맛이 더해져 음식에 풍미를 준다. 우리나라의 마늘이나 간장 같다고나 할까. 비록 조연이지만 빠지면 섭섭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 아이들 싫어하는 ‘건강한 맛’, 피자에 맛있게 녹여볼까?

토르티야에 아이와 함께 만든 토마토 소스를 펴바르고,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를 토핑으로 올려 함께 피자를 만들어 먹어보세요. 토마토 싫어하던 아이들도 조금씩 토마토와 가까워질지도 모른답니다. ⓒ베이비뉴스
토르티야에 아이와 함께 만든 토마토 소스를 펴 바르고,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를 토핑으로 올려 함께 피자를 만들어 먹어보세요. 토마토 싫어하던 아이들도 조금씩 토마토와 가까워질지도 모른답니다. ⓒ베이비뉴스

아이들에게 토마토는 어떨까? 빨간색이니까 매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특유의 풋내, 달지 않은 ‘건강한 맛’ 때문에 거부하기도 한다. 이때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소거해 주는 것이 좋다. 

여의치 않다면 아이가 선호하는 조리법, 좋아하는 식재료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것을 활용해 친숙한 방법으로 접근해 보는 거다. 무엇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함께 요리하기. 오늘은 대부분 아이가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는 ‘토르티야 피자’를 구워본다.

재료 : 토르티야, 토마토, 방울토마토,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시중 판매), 피자 치즈, 파프리카, 양파, 옥수수, 베이컨 등 토핑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준비한다.

하나, 꼭지를 뗀 토마토에 열십자로 칼집을 낸 뒤 끓는 물에 30초 정도 데친다. 아이와 숫자를 세며 기다린다. 단, 불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주의를 시킨다.

둘, 데친 토마토를 찬물에 충분히 헹궈 아이가 껍질을 벗겨볼 수 있도록 준비한다.

“토마토의 빨간 색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색깔이야. 빨간 채소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과일도 찾아보자.”

셋,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잘게 자른다. 아이의 나이에 따라 플라스틱 빵 칼로 잘라볼 수 있다. 토마토가 미끄러워 손을 다칠 수 있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토마토를 만지니까 느낌이 어때? 토마토를 끓이면 맛있는 피자 소스가 될 거야.”

넷, 기름에 잘게 다진 양파를 볶다가 투명해지면 시판용 스파게티 소스, 다진 토마토를 넣고 끓인다. 뭉글했던 토마토가 소스와 어우러지면 아이가 먹기에도 짜지 않은 피자 소스 완성. 스파게티 소스로 활용해도 좋다.

다섯,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양파, 옥수수, 베이컨 등 아이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토핑으로 자른다. 이때 파프리카나 베이컨을 아이가 플라스틱 빵 칼로 조각내어보게 한다.

여섯, 토르티야에 소스를 골고루 펴 바른 뒤, 아이가 좋아하는 토핑과 피자 치즈를 뿌린다. ‘제발’ 아이에게 토핑 선택권을 주자. ‘절대로!’ 골고루 넣어야 한다는 부담은 주지 말자.

일곱, 에어 프라이어에서는 180℃, 7분, 오븐에서는 200℃ 예열 후 10분간 구워 완성한다.

토마토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올해는 유독 긴 장마와 태풍으로 토마토 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토마토 가격이 급등하더니, 급기야 패스트푸드점의 대표 메뉴인 햄버거에 토마토가 빠지고 말았다.

고기 패티가 빠진 것도 아니고, 고작 토마토 하나 빠졌을 뿐인데, 영 허전한 맛이다. 다행히 10월 중순이면 정상 수급이 가능하다고 하니,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산지 직송 토마토로 온 가족의 기력을 보충해야겠다.

햄버거의 주인공 고기 패티가 빠진 것도 아니고, '고작' 토마토 하나 빠졌다는데 영 허전합니다. 그만큼 토마토가 주연을 든든히 뒷받침해주는 조연 역할을 잘 해왔다는 의미겠죠. ⓒ베이비뉴스
햄버거의 주인공 고기 패티가 빠진 것도 아니고, '고작' 토마토 하나 빠졌다는데 영 허전합니다. 그만큼 토마토가 주연을 든든히 뒷받침해주는 조연 역할을 잘 해왔다는 의미겠죠. ⓒ베이비뉴스

*칼럼니스트 신혜원은 다양한 현장에서 20여 년간 영양사로 일했으며, 현재는 수원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영양 전문가로 편식하는 아이와 부모를 만나면 나름의 고충이 보인다. 먹는 것보다 스마트폰이 재미있는 아이,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라도 먹이고 싶은 부모, 밥 먹는 것이 그야말로 전쟁이다. 당장 한 입 먹이기 위한 노력보다는 먹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열두 가지 채소 이야기’와 함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서서히, 그리고 즐겁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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