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 일상이 그렇다. 예준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나는 일찌감치 눈 떠서 예준이가 깰 때까지 기다렸다. 예준이가 일어나서 엄마 찾는 소리를 내가 못 들을까 봐 유난히 일찍 아침을 맞이했던 습관이었는데, 요즘 주말에만큼은 그 습관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출근과 어린이집 등원이 우선이라 예준이에게도 ‘조급함’을 안겨다 준 것 같았다. 그래서 주말에는 너그러이 일상을 맞이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내가 예준이보다 먼저 맞이하는 아침이 아닌, 예준이가 안방에 쪼르르 달려와 나를 깨우는 일이 늘어났다.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가 아닌, 따뜻한 손바닥으로 내 가슴팍을 ‘톡톡’ 두드려 깨우는 그 느낌이 좋아서였을까. 그래서 예준이보다 먼저 눈이 떠진 아침에도 예준이가 올 때까지 실눈을 뜨고 기다린 적도 몇 번 있었다.
지금보다 예준이가 더 어렸을 때, 자기 옆에서 따뜻한 미소로 기다려 준 엄마의 체온을 기억하듯, 예준이도 따뜻한 체온으로 나를 감싸 안으며 주말 아침을 연다.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엄마-”하며 부르지 않고, 손바닥으로 살포시 내 가슴팍을 톡톡 두드리는 배려에,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사이, ‘가족’. 그래도 그사이에 배려가 있다면 함께 삶을 보낼 때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아닐까.
‘못 듣는’ 엄마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솔직히 많은 한계와 좌절을 맛본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바꾸니까 ‘더 잘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아이에게도 최선의 사랑을 주려 애쓰게 된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친정 부모님 댁에 잠시 다녀왔다. 손주를 마주한 부모님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하다. ‘못 본 새 ‘폭풍 성장’했구나!’ 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는 원동력은, 우리 아들 예준이가 눈으로, 손으로, 보여준 사랑의 언어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을 때.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닐까.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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