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열 명 중 한 명 ‘주거빈곤’… "아동 주거수당 필요"
아동 열 명 중 한 명 ‘주거빈곤’… "아동 주거수당 필요"
  • 최규화 기자
  • 승인 2020.10.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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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계 주거의 날 맞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집으로 가는 길’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세계 주거의 날 맞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임세희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튜브 생중계 화면. ⓒ서울하우징랩
세계 주거의 날 맞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임세희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튜브 생중계 화면. ⓒ서울하우징랩

“얼마 전 인천의 한 초등학생 형제가 어머니의 방임으로 아동들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가 일어나 크게 다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 이처럼 아동은 본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절대약자로 남아 있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아동주거권 보장 온라인 토론회에 대한 김세용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의 인사말 일부다. 세계 주거의 날 맞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집으로 가는 길’은 5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개최됐다.

그동안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토론회. 아동의 주거 상황과 관련 정책을 살펴보고, 새로운 관점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임세희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진행했다. 임 교수는 먼저 ‘주거권 보장의 4요소’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구조적ㆍ물리적으로 적합한 주거 ▲주거비의 저렴적정성 ▲점유의 안정성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를 말하는 것.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8.0%, 약 45만 9000가구다. 아동 수 기준으로는 9.35%, 약 84만 8000명에 이른다. 임 교수는 “비율로는 열 명 중 한 명 꼴, 인구 수로는 한 도시의 인구와 맞먹는 수의 아동이 주거빈곤 상태에 있다”고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특히 아동가구 중 지하ㆍ반지하ㆍ옥탑방ㆍ고시원ㆍ판잣집ㆍ비닐하우스ㆍ컨테이너 등 이른바 ‘구조성능환경 미달 가구’에서 거주하는 가구의 비율도 0.7%, 약 3만 7000가구로 조사됐다.

◇ UN 아동권리위원회도, “아동주거빈곤 바로잡을 것” 권고

세계 주거의 날 맞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종합토론. 유튜브 생중계 화면. ⓒ서울하우징랩
세계 주거의 날 맞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종합토론. 유튜브 생중계 화면. ⓒ서울하우징랩

임 교수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불가역적으로 아동의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아동의 권리는 생태체계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주거는 생태체계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1989년 UN 아동권리협약은 “정부는 (…) 특히 영양과 의복, 주거에 대해 물질적인 지원 및 지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정했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9월 대한민국 제5ㆍ6차 국가보고서에 대해서 “아동주거빈곤을 사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다룰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임 교수는 ▲최근 불안정 노동시장과 높은 주거비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의 주거빈곤 탈출 가능성이 낮아진 점과 ▲기후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감염병 위험의 증가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최후의 대비처로서 주거의 중요성이 증가된 점을 짚으며,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임 교수는 ▲주거빈곤층 발굴에 최저주거기준을 활용하고 ▲최저주거기준의 상향 조정 및 구체화와 ▲아동가구의 주거비 절감을 지원하는 등 열 가지 항목에 걸쳐 아동주거권 보장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해외의 경우 아동가구를 위한 주거수당이 있다”며, 프랑스의 가족형 주택수당과 스웨덴의 아동가구 및 18~28세 청년을 위한 주거급여 사례를 소개했다. 우리 역시 아동 주거수당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

다만 임 교수는 “현재 쪽방 임대료가 1인 주거급여에 맞춰 책정돼버리는 현실 등을 감안할 때, 민간임대시장 임대료에 대한 규제 없이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더 깊은 사회적 논의를 주문했다.

◇ “아동가구 특성ㆍ유형 고려해 공공임대 정책 설계해야”

세계 주거의 날 맞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참가자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세계 주거의 날 맞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참가자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송아영 가천대학교 교수는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공공임대 정책에도 ‘아동의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 교수는 “아동의 욕구나 특성에 맞춰 주거정책을 고민한 적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아동가구의 특성이나 유형을 고려해서 공공임대 정책을 설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 역시 송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며, “구조적ㆍ물리적 적합성, 환경에 대한 민감성, 성장 단계에 따른 특성, 주거비 부담 절감 필요성 등 아동의 관점에서 공공임대 정책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후 1시부터 다섯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밖에도 ‘청소년쉼터 청소년의 주거 경험과 주거권 보장 방안’(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거리 아동 청소년의 주거권 보장 및 제도 마련의 필요성’(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송지은 변호사)을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한편 세계 주거의 날은 1986년 UN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주거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로,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이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 주거복지센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SH서울주택도시공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서울하우징랩이 함께 주최했다. 토론회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온라인 사진전도 열리고 있다. 107명의 아이들이 집으로 가는 길을 직접 촬영했고, 우수작을 홈페이지(www.omwh.net)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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