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름없이 죽어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추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와 국회에 “발달장애인은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제주도에서는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인 자녀와 엄마가 목숨을 끊었다. 6월 광주광역시에서는 코로나19로 돌봄 사업들이 중단·축소된 가운데, 엄마와 발달장애인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8월, 9월 심지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월 4일에도 발달장애인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날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국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더 이상 정부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사지로 내모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정부와 국회는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가 정부와 국회에 제시하는 사안은 네 가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코로나19시기 긴급돌봄 지원을 위한 소규모 돌봄시스템 구축 ▲전국에 사회서비스원을 설치해 공적 돌봄지원체계 도입 ▲도전적 행동이 있는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해 활동지원서비스 특례조항 신설 ▲발달장애인 위기가정에 대한 찾아가는 사례관리서비스 도입이다.
◇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여는 발언에서 “발달장애인이 목숨을 끊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면서 “발달장애인은 생활루틴이 있는데, 이것이 어긋나 삶이 완전히 망가졌고, 이에 목숨을 끊는 사태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촘촘한 복지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다”면서 “발달장애인의 활동보조시간은 대부분 하루 2시간~3시간 정도로 적다, 이제는 정부가 새로운 서비스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더 이상 죽어갈 수 없다, 더 이상 죽어갈 수 없기에 제21대 국회의 국정감사가 시작한 만큼 국회는 우리의 목소리에 빠르게 응답해주길 바란다”며, “청와대도 긴급대책을 내놓아 발달장애인도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종술 회장의 여는 발언이 끝난 후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이 ‘코로나19로 떠나보낸 이들 앞에서’라는 제목으로 추도사를 읽는 시간을 가졌다. 추도사를 할 때는 참석한 부모 모두 두 손을 모으고 묵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도사 이후 투쟁 발언에 나선 박지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관악지회장은 “제 아이는 3년 뒤면 성인이 된다, 최근 발달장애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것이 우리 아이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발달장애인 가정의 돌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응답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단체는 “죽음조차 본인의 의지로 선택하지 못하고 떠나간 발달장애인들과 국가의 무책임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했던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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