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갔다 오겠습니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그 말
"학교 갔다 오겠습니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그 말
  • 기고=제미현
  • 승인 2020.10.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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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드 대장정⑧] 제미현 마산중부녹색어머니회 회장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위한 ‘그린로드 대장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린이 안전 인식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아이들이 학교 가는 길인데 보행로가 없다. 차와 차 사이를 지나 어른이 가기에도 위험한 길을 아이들이 매일 다닌다. ⓒ제미현
아이들이 학교 가는 길인데 보행로가 없다. 차와 차 사이를 지나 어른이 가기에도 위험한 길을 아이들이 매일 다닌다. ⓒ제미현

아들을 처음 학교에 혼자 보내던 날을 기억한다. 과연 이 작은 아이가 혼자 힘으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내달리는 차를 피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안전하게 학교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학교 가는 아이 뒤에 숨어 지켜봐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로 불안했다.

아이를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매일 아들에게 안전에 관해 수도 없이 반복해서 학습을 시켰다. 그렇기에 아이는 충분히 혼자 학교에 다녀올 수 있다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길’을 유심히 본 적 없었다. 길은 어디든 존재하며, 우리나라는 그래도 도로가 꽤 안전하고, 잘 정비되어 살기 좋다고만 생각했다. 길을 건널 때도 양옆만 잘 살피면 되고, 소리를 들어서 차가 오는 것 같으면 살짝 비키면 될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 운전하다 보니, 보행자의 처지에서 생각할 기회가 적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문제점을 지적해 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함께 걷다 보니 상황이 심각했다. 아이가 처음 혼자 걷는 길, 매일 다녀야 하는 통학로 상태는 위험 그 자체였다. 이상하게도, 아이들 학교 가는 길인데 보행로가 없고, 어린이보호구역 표시가 있는 곳임에도 많은 차가 주차돼있었다. 

아이들은 주차한 자동차 사이에 끼어서 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차가 오기 전에 빠르게 도로를 건너 학교에 갔다. 건널목에는 신호등이 없다. 그래서 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잽싸게 건너야 하는데, 아이들이 그 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신호 있는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그런데, 신호가 바뀌어도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면 허무하고, 화가 나고, 어른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말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집에 오는 길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고 위험을 피해서 아이가 집에 도착하면 그때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 아이가 학교에 무사히 다녀오는 일상, 어른이 지켜야 한다 

오늘도 무사히 아이가 학교에 갔다가 집에 올 수 있는 일상을 위해,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미현
오늘도 무사히 아이가 학교에 갔다가 집에 올 수 있는 일상을 위해,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미현

이렇게 매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과 걱정을 하면서, 아들이 집과 학교를 오가는 길이 조금 더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다짐과 함께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게 벌써 올해로 12년째다. 함께 하시는 분들의 많은 도움과 지지로 마산중부녹색어머니회 회장도 맡아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 앞을 지키고 있다. 

내 아이를 지키려고 시작한 일이, 이제는 내 아이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모든 아이를 위한 일이 되었다. 누가 돈을 주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 인정을 받는 일도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누군가는 보살펴야 하고, 꼭 필요한 일이기에 깃발을 들고 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키우는 일은 모든 어른의 몫이며 의무다. 그렇다면 통학로에서 무엇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까? 바로 ‘안전’이다. 아이들이 오늘도 사고 없이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감사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전한 통학로는 어느 한 명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통학로를 개선할 수 있는 공무원과 경찰, 아이들을 지도해주는 학교 선생님과 녹색어머니회, 운전자 그리고 길을 걷는 아이들까지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통학로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그리고 어른들이 계속 아이들의 통학로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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