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간한 베이비뉴스가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아동과 양육자의 권리를 더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할까요. 각계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베이비뉴스 창간 10주년 기념 연속 특별기고를 통해 ‘육아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 편집자 말
“아이는 누가 돌봐요? 부모님이 봐주시나요?”
출산전후휴가가 끝나고 업무에 복귀했을 때, 몇 번이고 들은 질문이다. 함께 활동하는 다른 기관의 지인부터 택시기사처럼 처음 만나는 사람까지 내가 갓 태어난 아이 엄마라는 사실을 안 사람들은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아빠가 된 나의 배우자에겐 오지 않았다. 단지, 일주일을 절반으로 나누어 주 양육자로 생활하는 아빠에 대한 감탄과 놀라움만 있었을 뿐. 양육의 책임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란 말인가.
친구 결혼식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집을 나섰던 날, 결혼식장에서 아이가 ‘큰일’을 봤다. 기저귀를 가는 일은 선택의 여지 없이 엄마인 나의 몫이었다. 결혼식으로 꽤 유명한 장소였음에도,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없었다.
종종 피할 수 없는 일정이 있어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날, 수유실 또는 유아 휴게실 위치 파악은 필수다. 지하철이나 공공기관, 복합 시설에선 다행히 어렵지 않게 수유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칸막이 없는 공간에서 수유하고 있노라면 아이와 함께 외출한 다른 집 아빠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더불어, 그들도 선뜻 들어오지 못할 불편함이 동시에 와닿는다. 아이에게 필요한 밥은 ‘모유’만이 아닌데, 이 공간 속에 부자(父子)의 출입 가능성은 배제되어 있다.
또, 백화점이나 마트 외의 건물에 설치된 수유실은 늘 혼자만 이용했는데, 넓은 공간에 혼자 있으면 편하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방문한 사람이 없어 먼지가 쌓여있거나 유독 한기가 가득한 곳도 있었다. 일상의 어디로든 영유아를 동반하는 외출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수많은 양육자가 떠오른다.
◇ “엄마가 최고”라는 그럴싸한 포장… 여성에게 기운 ‘가족의 무게’
우리 사회는 물리적 환경에서부터 인지적 환경까지 엄마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요한다. 돌봄의 역할을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 부여하고, “역시 엄마가 최고”라며 포장한다. 여성에게 짜 맞춰진 각종 편의시설은 남성 양육자의 돌봄을 위축시키고 회피하게 한다.
외출보다는 집에 머물기를 택하고, 엄마가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결과는 혹시 아이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성인 양육자가 느끼는 불편함이 더 큰 것에서 비롯한 것 아닐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가 아니라 가족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내 곁에 있어 줄 것이라 믿을 수 있는 가족. 그 가족의 무게가 특정 성별에 기울어진 현실은 아이가 보고, 듣고, 느끼고, 행동할 기회를 축소하고, 어디서든 따뜻하게 환대받는 경험을 제한한다. 이는 곧 양육자의 불편함에 앞서 아동의 권리 침해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정의는 지금 아이들의 경험과 시각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기억할 때, 돌봄에 대한 책임은 사회 구성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양육에 대한 부모 공동의 역할이 실현될 때 비로소 차별 없는 사회, 편견 없는 사회로 향하는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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