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천만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파트에서도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집 역시 아이와 강아지를 함께 키우는 가정이다. 특히 나는 한때 딩크족을 넘어 ‘딩펫족’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반려견에 애정이 남다른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 이웃들의 태도가 심상치 않음을 자주 느낀다. 추석 즈음에 작은 강아지가 큰 개에게 물린 사고 등 반려견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부터 더욱 그렇다. 유명 연예인의 반려견에게 물려 사망한 사람의 사건도 아직 잊히지 않았는데….
나 역시 길을 가다가 목줄을 안 했거나, 하더라도 줄을 길게 늘어트려 주인이 통제하기 힘든 반려견과 마주했을 때 두려움이 있다. 나 역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지만 그 두려움은 무척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우리 집 강아지를 산책시키려 아이와 함께 공원으로 나섰다가 목줄 풀린 다른 집 개가 우리 아이에게 달려들어 아이가 몹시 놀란 일이 있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비슷한 생김새의 개만 봐도 미리 겁을 먹고 무서워한다.
그때 그 개는 근처에 견주가 있었음에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공원을 활보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부 매너 없는 견주들 때문에 반려견과 함께 사는 모든 사람이 오해를 받는 것 같아 화도 났다. 다른 강아지나 아이가 물리기라도 했다면 어쩔 뻔했나 생각하니 끔찍하다.
‘내 강아지는 안 물어요’처럼 이기적인 마음도 없다. 모든 반려견은 대부분 주인은 안 문다. 오랜 기간 개와 함께 살아온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그렇다. 그런데 그 개가 다른 사람도 절대 물지 않으리라는 법이야말로 없다. 개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인식하고 방어한다. 무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을까? 반려견을 공공의 적으로 만든 것은 절대적으로 견주의 책임이다.
◇ "덤벼드는 개 머리 차버려라"… 아이들이 모두 보고 배운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려 수로를 따라 걷는 중이었는데, 마주 오던 사람이 우리를 보고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을 하고 지나갔다.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오픈된 공간에서 산책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여가를 즐길 수 없는 상황이라 모두 예민했던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배변 봉투, 목줄 등 지켜야 할 것들을 잘 지키며 앞을 향해 걷기만 했던 반려견이, 개이기 때문에 들어야 했던 그 욕설은 아직도 우리 가족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만약 우리 가족이 지나가는 이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욕을 들었다면 반발이라도 했겠지만, 개를 향해 독설을 뿜어내는 그를 보며 그저 ‘반려견 키우는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대꾸조차 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원망스러웠다.
요즘은 키우던 개도 아무렇지 않게 버려 유기견이 늘어난다는데, 이웃들의 시선이 이렇게 험악해지면 어디에서 맘 편히 반려견과 생활할 수 있을까, 그저 답답한 마음이다.
최근 내가 사는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반려견 문제로 떠들썩했다. 목줄을 안 맨 강아지가 돌아다녀 아이를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이 아파트 입주민 카페에 올라오자, 그동안 반려견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험한 말을 쏟아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덤벼드는 개 머리를 축구공 차듯이 차버리는 것이 경험상 좋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며칠 뒤 아파트에는 ‘요즘 단지 내에서 반려견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으니, 반려견을 데리고 다닐 땐 목줄과 입마개를 꼭 착용해달라’는 내용의 공고가 붙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펫티켓’을 잘 지키는 일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사람의 건강과 안전이 제일이니. 그러나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 주거 지역에서 어른을 보고 배우는 우리 아이들도 함께 살아간다.
동물을 대하는 어른들의 이런 모습이 반려견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태도라고 볼 수 있을까? 어제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들이 우리 집 강아지의 이름을 외치며 안부를 물었다. 서로를 위해, 보다 성숙한 배려와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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