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에 55점… 통학로 안전지수 ‘낙제점’
100점 만점에 55점… 통학로 안전지수 ‘낙제점’
  • 최규화 기자
  • 승인 2020.11.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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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통학로 어린이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토론회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통학로 어린이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토론회’ 발제를 맡은 허억 가천대학교 교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통학로 어린이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토론회’ 발제를 맡은 허억 가천대학교 교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통학로 안전지수로 50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4.7점이 나왔다. 학점으로 치면 F다, F, 낙제. 앞으로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이런 조사가 진행돼야 하고, 최소한 평균 80점 이상은 돼야 한다.”

‘통학로 어린이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토론회’에서 허억 가천대학교 교수가 한 말이다. 토론회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아동의 통학로 교통안전 증진 방안 마련과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허 교수는 통학로의 안전 정도를 점수화하기 위해 개발한 ‘통학로 안전지수’를 소개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초등학교 통학로 조사분석을 통한 스쿨존의 어린이 교통안전 증진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허 교수는 최근 10여 년간 스쿨존 등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를 분석해 동일 유형의 사고 예방 대책과 연계시켜 통학로 안전지수 항목을 개발했다. 또한 통학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활동 주체, 즉 어린이ㆍ부모님ㆍ선생님ㆍ운전자ㆍ지역 NGOㆍ지자체ㆍ경찰이 해야 할 구체적 노력의 방향성과 연계시켜 개발했다.

통학로 안전지수는 환경적 측면, 시설적 측면, 제도ㆍ단속적 측면, 운영ㆍ관리적 측면에서 16개 항목을 100점 만점으로 점수화했다. 예를 들면 환경적 측면 중 ‘통학로 형태’ 항목의 경우, ▲한일(一, 도로 안 건넘) 15점 ▲두이(二, 한 번 건넘) 10점 ▲디귿(ㄷ, 두 번 건넘) 5점 ▲미음(ㅁ, 세 번 이상 건넘) 0점으로 평가했다. 

당초 구상에는 네 가지 측면 외 ‘교육적 측면’의 항목까지 평가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아동, 학부모, 교사 등을 대면조사 하기가 어려워 해당 항목들은 측정하지 못했다.

◇ “50개 학교 평균은 F학점… 최소한 80점 이상은 나와야”

허 교수는 스쿨존 진입로에 ‘용의 이빨(Dragon's teeth)’을 표시해둔 호주 사례를 소개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허 교수는 스쿨존 진입로에 ‘용의 이빨(Dragon's teeth)’을 표시해둔 호주 사례를 소개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허 교수와 조사단은 통학로 안전지수를 통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전국 10개 도시, 50개 초등학교의 통학로를 평가했다. 조사 지역은 최근 5년간 스쿨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을 선정했다.

조사 결과 50개 학교의 평균 점수는 54.7점. 허 교수는 “F학점이다, F”라는 말로 실망감을 표현했다. 또한 “모든 초등학교에서 이런 조사를 해야 한다”며, “최소한 평균 80점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세 조사 결과를 보면, 환경적 측면에서 ‘통학로 형태’는 15점 만점에 평균 6.4점(ㄷ자형)을 보여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하는 데 도로를 두 번 정도 건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행량’은 7점 만점에 평균 3.6점으로, 등교 시간 10분 기준에 쌍방통행 차량이 150대 내외가 통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적 측면에서 ‘안전한 인도 확보’는 17점 만점에 평균 10.7점으로 여전히 인도 확보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 신호등 설치’는 6점 만점에 평균 3.6점으로 절반 이상 신호등이 설치돼 있었다. ‘과속방지턱’은 6점 만점에 평균 3.2점, ‘CCTV’는 6점 만점에 2.4점으로 조사돼 그 수가 부족했다.

제도ㆍ단속적 측면에서 ‘경찰의 단속 및 순찰 여부’는 5점 만점에 평균 3.9점으로 향후 단속을 보다 강화해야 함을 시사했다. ‘불법주정차’는 5점 만점에 평균 2.5점으로 여전히 불법주정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고, ‘스쿨존 내 시속 30km 이하 서행 등 보호운전 여부’는 5점 만점에 평균 3점으로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관리적 측면에서 ‘녹색어머니회·워킹스쿨버스 실시 유무’는 5점 만점에 평균 2.4점을 보였다. 녹색어머니회는 많이 활동하고 있으나 워킹스쿨버스는 대부분 실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특단의 대책… 스쿨존 모든 횡단보도를 과속방지턱으로 만들자”

2일 국회에서 ‘통학로 어린이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2일 국회에서 ‘통학로 어린이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허 교수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4개 항목에 걸쳐 스쿨존 어린이 교통안전 증진방안을 제언했다. 허 교수는 특히 “운전자가 어디가 스쿨존인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민식이법으로 스쿨존 안전을 강화했는데,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운전자가 스스로 서행하고 방어운전 하게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스쿨존 진입로에 ‘용의 이빨(Dragon's teeth)’을 표시해둔 호주의 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특단의 대책”으로 스쿨존 내 모든 횡단보도를 과속방지턱형 인도식 횡단보도로 바꾸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허 교수는 우회도로가 있는 한 통학로 내 이면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모두 전환하고, 보ㆍ차도 경계턱을 설치해 차량 동선과 어린이 동선을 근본적으로 분리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통학로 내 노상주차장을 이전하고 불법 주정차를 강력 단속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통학로 내 불법 주정차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부추기는 행위”로, “사고 사례 분석 시 주정차된 차량 사이나 차량의 앞뒤를 뛰어 횡단할 때 사고 위험이 18배나 높다”는 것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허 교수는 스쿨존 내 과속ㆍ난폭 운전과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기 위해, ‘시민운동형 카파라치’ 제도를 전면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등하교 시 전문자원봉사요원이 방향이 같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등하교하며 현장에서 교육을 시키는 워킹스쿨버스를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스쿨존 내 교통정온화(Traffic calming) 기법 도입 ▲학교 앞 횡단보도 신호등ㆍCCTV 설치 ▲과속방지턱ㆍ보차도경계턱 확대 ▲스쿨존 사고 유형과 예방법 중심 교육 강화 ▲지자체별 통학로 교통안전 조례 제정 ▲통학로 안전지수 활용 전국 초등학교 전수조사 ▲1경찰 1학교 전담 제도 실시 등이 제안됐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서영교ㆍ오영훈ㆍ고민정ㆍ오영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주관했다. 토론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토론회 실황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https://youtu.be/abeD9mRbJ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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