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로 버티는 '모성'은 무너진다… 엄마도 사람이니까
오기로 버티는 '모성'은 무너진다… 엄마도 사람이니까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0.11.23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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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달빛어린이병원 라이브 토크콘서트 '달빛클래스 LIVE'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가수 박진영 씨가 이런 말 했잖아요. 노래할 때 '공기 반 소리 반'이 중요하다고. 육아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도 돌보는 것만큼 부모인 나를 스스로 돌보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아이 반, 부모 반 '균형 육아'를 강조드리는 겁니다."(정우열 생각과느낌의원 원장)

'캄캄한 부모 마음 달빛처럼 밝혀주는' 부모 공감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은 23일 오후 1시 달빛어린이병원 라이브 토크콘서트 '달빛클래스 LIVE'를 진행했다. KBS 개그맨 정태호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크콘서트에서는 정신건강전문의 정우열 생각과느낌의원 원장이 '엄마니까 느끼는 감정'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육아는 왜 힘들까? 육아는 다 힘들까? 나만 이렇게 유별나게 힘들어하는 건 아닐까? 정우열 원장은 이런 질문들에 이런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엄마도 사람입니다"라고. 

◇ 떼쓰는 아이 달래다 욱하는 엄마… 사람이니까 당연해요

23일 진행된 달빛클래스에서 정우열 생각과느낌의원 원장이 '엄마니까 느끼는 감정'을 주제로 강연했다. ⓒ베이비뉴스
23일 진행된 달빛클래스에서 정우열 생각과느낌의원 원장이 '엄마니까 느끼는 감정'을 주제로 강연했다. ⓒ베이비뉴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진짜 긴 병이 나타났죠. '코로나19'. 올해 2월부터 엄마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육아는 원래 힘들지만 더 힘들어졌어요. 아이들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못 보내니까 나의 삶, 나의 인생을 설계할 수가 없게 됐죠.

저는 이런 시국일수록 더 '엄마 관리'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아이 영양 생각한다고 구첩반상 하다가 지쳐서 애한테 화를 내느니, 그 에너지를 모아서 아이와 상호작용 잘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아이를 편안한 마음으로 돌보고, 마라톤 같은 육아를 잘 마칠 수 있는 방법인 것이죠."

그렇다면 육아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남들 다 하는 육아 왜 이렇게 나만 유별스럽게 굴게 될까? 내가 좀 덜 자고, 안 먹고 그 시간 아껴서 아이에게 쏟는데, 어쩜 이렇게 보람도 없고 힘들기만 할까. 혹시, 내가 '모성'이 부족해서, 사랑하는 마음이 모자라서 그런 게 아닐까? 정우열 원장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 엄마들의 감정 상태를 설명했다.

"저는 잠의 부족을 산후조리원에서부터 느꼈어요. 밤에도 새벽에도 수유콜이 끊임없이 오니까요. 의대 인턴 당직 서던 시절에도 못 잤는데, 그때보다 아이 키울 때 못 자는 게 더 힘들었어요. 못 자는 건 마찬가지인데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요? 교대가 없어요. 매일 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지쳐요. 거기서부터 흔들리는 경험을 양육자가 하게 되는 거죠."

안 자고 안 먹으며 아이를 돌보는 일. 이걸 잘 해내야 그나마 '엄마'(심지어 '좋은 엄마'도 아닌 그냥 엄마)로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본능 때문인지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런 생활을 기어이 '해내'고 만다. 하지만 정우열 원장은 이렇게 경고한다.

"초반엔 의지로, 모성으로 버텨도 결국 '사람'이니까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육아는 '마라톤', 장기전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정우열 원장은 이런 상태를 '낮버밤반'이란 말로 표현했다. 낮버밤반이란 '낮에는 버럭, 밤에는 반성'하는 엄마의 상태를 압축해 설명한 말이다. 

"낮에는 애랑 종일 붙어있으니 몸과 맘이 지쳐 있어요. 그러니 아이한테 버럭하기 일쑤죠. 하지만 밤에 아이가 잠들고 나면 내 맘이 좀 편해져요. 아이와 분리가 되니까요. 같은 앤데, 아깐 미운 애처럼 보였던 애가 지금은 천사처럼 보여요.

애가 변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변해서 그래요. 그래서 '낮버밤반'이면 화내는 것도 힘들고, 애한테 화를 냈다는 죄책감에도 시달리지만 진짜 힘든 건 '일관성'이 없다는 거예요. 내 인격이 파탄 난 사람처럼 왔다 갔다 해서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 아이는 엄밀한 '남' 나는 오직 '나'뿐… 남과 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엄마도 사람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정우열 원장. ⓒ베이비뉴스
"엄마도 사람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정우열 원장. ⓒ베이비뉴스

네 살 아이가 떼쓰고 고집 피우는 거,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라는 거 백번 천번 알지만, 떼쓰는 아이 앞에 두고 "그랬구나, 네가 지금 고집을 부리고 싶구나"라고 신선 같은 마음을 먹기란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엄마인 나에게도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앞에서 떼 부리는 이 아이도 엄연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 아이와 엄마는 사람 대 사람으로 부딪힌다. 

"사람에겐 상반된 욕구가 있어요. 우선 친밀과 의존 욕구가 있어요. 그래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근데 이것만 행복이 아니에요. 반대로 나만의 영역, 나 혼자 자유를 누리고 싶은 영역이 있어요. 엄마는 아이와 무조건 친밀해야 할 것 같지만 사람은 독립적인 영역이 꼭 필요해요. 이게 흔들리는 순간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삶의 낙이 사라져요. 그렇게 '헬리콥터맘'이 되는 거예요."

요즘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단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돼서 어른들 간섭 없이 마음껏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꿈을 꾸던 나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아이들은 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가까운 어른인 부모의 삶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다.

맨날 힘들고, 피곤하고, 즐거움이 없어 보이는 삶을 따르고 싶은 아이는 없다. 하지만 부모가 자기관리를 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삶의 낙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그 경험을 아이에게 보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정우열 원장은 말한다. 결국, 육아는 왜 힘들까?라는 질문이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냐는 질문까지 이어지는 이유다. 

"저는 정신과 의사지만, 몸 컨디션을 정말 강조합니다. 먹고 자는 일 반드시 사수하셔야 합니다. 육아우울증, 분노조절장애로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제가 먼저 체크하는 건 식사와 잠입니다. 애를 잠깐 분리시키더라도 이걸 반드시 회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운동해야 합니다. 운동은 약이나 상담만큼 효과가 좋습니다. 제가 육아우울증 겪을 때 잠, 밥, 운동으로 극복했어요. 집에서 아이 보느라 늘어지고 힘들었을 때 원칙을 세웠어요. 점심은 아이 데리고 나가서 무조건 사먹는다. 그리고 운동한다. 무엇보다 사람의 본능적인 정체성인 나만의 시간, 나만의 영역을 꼭 회복해야 합니다."

◇ 애 때문에 먹던 돈가스·우동 그만, 먹고 싶던 매운 음식 드세요 

두 아이 키우는 '육아빠' 개그맨 정태호 씨. ⓒ베이비뉴스
두 아이 키우는 '육아빠' 개그맨 정태호 씨. ⓒ베이비뉴스

행복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실적으로 '나의 본성'을 잘 관리하는 것이 행복한 나, 행복한 부모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정우열 원장은 설명한다.

엄마도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야 선순환이 돼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 '나는 엄마니까', '엄마인 나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너무 몰아붙이면 결국엔 중간도 못 가는 나쁜 상황을 맞이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면 그 사랑이 아이에게도 전해진다는 당연한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되는 것이다. 

"엄마들이 매운 음식 먹고 싶어도 애가 못 먹으니까, 애가 좋아하는 거 먹어야지 하고 먹고 싶은 매운 음식 포기한단 말이죠. 그런데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는 걸 먹어야 해요. 일례로, 죽으려다 실패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가, 그 사람이 평소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차려주고 먹으라고 해요. 그럼 그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눈물을 흘려요. 

엄마들도 마찬가지예요. 애 생각한다고 나가서 돈가스나 우동만 먹지 말고, 아이 잠깐 맨밥 먹이더라도 먹고 싶은 매운 음식 드세요. 매끼 먹을 순 없어도 가끔 먹더라도,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나의 중요한 영역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오늘 라이브를 진행한 개그맨 정태호 씨가 강연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비행기를 타면 이륙 전에 산소호흡기 사용 법을 알려 주잖아요. 그때 원칙이 '아이 먼저'가 아니라, '보호자 먼저'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내가 나부터 사랑해야 아이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네요"라고. 

나를 사랑하는 일은 당분간 먼 일 같아도, 엄마인 나를 돌보는 일은 우선 가까운 일이다. 감정이나 생각은 바꾸기 어렵지만 행동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 오늘 저녁 반찬부터 바꿔보자. 애가 좋아하는 반찬 말고, 내가 좋아하던 반찬은 무엇이었는지 먼저 생각부터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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