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급식이 교육인가”… 아동학대 무죄 판결 논란
“강제급식이 교육인가”… 아동학대 무죄 판결 논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11.2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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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치원 특수교사 장애아동 학대 무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유치원 특수교사 B 씨, 장애아동 학대 무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유치원 특수교사 B 씨, 장애아동 학대 무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울고 있는 아이의 입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손으로 억지로 벌려 깍두기를 올린 숟가락을 입에 밀어 넣고 뱉지 못하게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중략) 아이가 싫다고 발버둥 치고 큰 소리로 울고 있음에도 아이의 몸을 강하게 붙잡고 억지로 양치를 시켰다고 합니다.”(피해아동 엄마 A 씨)

유치원 특수교사 장애아동 학대 무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렸다. 학대 피해아동 엄마 A 씨는 이 자리에서 “1심에서 300만 원 벌금형과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판결을 내렸으나 2심 판사님들은 무죄를 선고했다”며 대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했다.  

해당 사건은 2017년 3~4월경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발생했다. 특수교사 B 씨는 식사와 양치교육을 이유로, 발달장애를 가진 당시 네 살 아동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2018년 12월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B 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2019년 11월 1심에서 ‘약식명령의 벌금액이 과하지 않고 감액의 이유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B 씨는 다시 불복해 항소했고, 지난 6일 항소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심 판결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를 방조, 권장하는 나쁜 판결이”라면서 “2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그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 무죄 판결 이유는… “교육활동 일환, 고의로 보기 어려워”

'교육적 의도가 있다면 학대가 아니라는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교육적 의도가 있다면 학대가 아니라는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판결문상 양형이유는 이렇다. ▲피해아동의 심신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양육할 의무가 있는 보육교사로서 나이가 어리고 자폐성장애까지 가지고 있는 피해아동에 대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보호해야 함에도 오히려 피해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는 것.

또 ▲피해아동의 나이와 장애 상태 등에 비춰 인성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고 ▲피해아동 및 그 가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이며 ▲피해아동의 부모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아동이 정신장애로 자발적인 식습관이나 양치습관을 체득하지 못해 적극적으로 음식을 먹이거나 양치를 시키는 과정에서 과도한 행동에 나아간 것으로 보이고 ▲B 씨가 범행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심에서는 어떤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을까. 2심 재판부는 “아동에게 교육의 일환으로 행해진 행위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을 가지고 있거나 결과적으로 교육의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가져오게 됐다고 해서 그런 행위가 아동학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식사와 양치 행위는 아동의 신체, 정신에 침해만 가져다주는 행위는 아니어서 일반적인 학대행위와는 차이가 있고 ▲개별적인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다소 무리가 되더라고 그 내용에 따라 실행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다른 교사들과 아동들에게 개방된 곳에서 발생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 피해자 측 "반인권적 판결, 대법원에서 바로잡아줄 것”

나동환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변호사는 항소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나동환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변호사는 항소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하지만 나동환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형법 제13조에 규정된 범죄의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인 ‘고의’의 의미 및 아동학대죄에서 ‘고의’의 판단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법리를 오인해 잘못 해석 적용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나 변호사는 “대법원이 미필적 고의에 따라 아동학대죄 고의여부를 판단하는 법리를 명확히 확립하고 있다"며, "아동을 학대하겠다는 주관적 의도, 동기, 목적에 상관없이 피해자의 정서적 발달을 저해하거나 고통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나아갈 경우 아동학대죄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이라고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반박했다.

끝으로 “이번 판결을 기초해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 행위가 유치원 특수교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반복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면서 “특수교사로부터 장애아동에게 가해질 수 있는 인권침해를 폭넓게 용인하는 반인권적인 판결을 대법원에서 바로잡아줄 것”을 촉구했다.

피해자와 검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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