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없는 엄마들만 모인 ‘산후조리원’, 공감했나요?
돈 걱정 없는 엄마들만 모인 ‘산후조리원’, 공감했나요?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0.12.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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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임신 #출산 #육아 #초보엄마 #예비맘 #산후조리원 #모유수유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은 이제까지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산후조리원’이라는 소재를 다루며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몰았다. 아이 낳고 키우는 엄마들부터 예비 엄마들까지, 이 드라마 모르면 간첩이다 싶을 정도로 학부모 모임이나 온라인 맘카페에서도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산후조리원은 엄마가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후, 집에 가기 전 몸을 회복하는 곳이다. 그래서 아이 낳은 지 얼마 안 된 초보 엄마들은 몸과 마음으로 직면해야 할 육아를 이곳에서 미리 경험한다.

그야말로 궁궐같은 산후조리원,이런 산후조리원에 가 본 엄마들 있나요? ⓒTvn
그야말로 궁궐같은 산후조리원,이런 산후조리원에 가 본 엄마들 있나요? ⓒtvN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산모들은 서로 처음 보는 사이다. 사회에서 만났더라면 말을 트고, 함께 밥을 먹는 등 소통과 공감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흐름’이란 것이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시간과 과정을 뛰어넘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있다. 바로 아이를 낳았다는 것과, 엄마가 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전과 다르게 나의 이름을 버리고, 누군가의 엄마로 처음 마주하는 사회생활은 조리원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후조리원을 나온 후에도 여기서 만난 산모들은 ‘조리원 동아리’, ‘조리원 동기’라는 이름으로 끈끈한 인연을 이어간다.

산후조리원의 좋은 것만 설명하자면 대략 이렇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일어나는 비교와 경쟁 또한 드라마와 비슷하다. 특히 ‘내 아이’가 걸린 문제이다 보니 때로는 그 갈등이 더욱 깊어지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더 큰 자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 역시 조리원에서 모유 수유가 내 맘같이 되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수유 시간을 놓쳤을 때 등등 초보 엄마가 겪는 실수들로 우리 아이만 부족한 엄마를 만나 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산후조리원 안의 세계는 바깥 사회와 전혀 다른 계급이 존재하는 셈’이라, 그중 최고는 단연 ‘아이를 능숙하게 잘 케어하고 모유 수유도 완벽하게 해내는 육아맘’이니 말이다.

◇ 출산 후 찾아오는 경제적 고민 놓친 아쉬움 

엄마들의 경제적 고민 없는 드라마 '산후조리원'에 깊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시즌2가 나온다면 이 부분도 꼭 반영해 주길. ⓒ여상미
엄마들의 경제적 고민 없는 드라마 '산후조리원'에 깊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시즌2가 나온다면 이 부분도 꼭 반영해 주길. ⓒ여상미

이렇게 실제와 수없이 겹치는 장면들을 보며 나 또한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굉장히 흥미롭게 시청한 애청자 중 하나였다. 잠시나마 그때의 감정들을 떠올리며 웃고 울었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아이의 갓난아기 시절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다소 (짧은 회차 때문에) 아쉽게 종영한 드라마를 끝으로 몇 가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우선, 이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들의 사회적 지위나 계층이 일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일까 싶은 궁금증이었다. 드라마의 기본적인 배경이 되는 산후조리원 자체가 마치 궁전을 연상케 하는 규모의 고급스러운 시설과 서비스 또한 일류 호텔 같아 보였고, 이를 이용하는 산모들의 경제적인 지위나 상황 또한 중산층 이상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은 보통 2주 기준 200~400만 원가량이 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모는 그 돈을 내고도 드라마에 나온 시설과 혜택의 반도 못 누린다.

산후조리원에 들어갈 여유가 되면 그나마도 다행이다. 여러 상황으로 가정에서 양육 지원을 받거나, 가족에게 산후조리를 부탁하는 일도 있다. 또, 아이 낳고 바로 복직해야 하거나, 두세 번째 출산으로 위의 형제를 돌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드라마처럼 선뜻 도우미를 구할 수 있는 가정, 얼마나 될까?

아이를 낳고 엄마로서 시작되는 갈등은 대부분 정신과 육체의 문제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부분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드라마에선 어쩐지 이 부분이 빠져 있는 느낌이다.

심지어 미혼모로 아이를 낳은 산모조차 경제적 어려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여유롭다. 끝내 어딘가 부족한 느낌으로 종영해버린 듯한 느낌, 아쉬움은 이런 부분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은 인기 드라마인 만큼,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산모들의 고충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고민과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엄마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있어서 ‘공감’보다 더 쉽고 큰 위로는 없으니까.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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