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빨간모자는 무사히 할머니 댁에 갔을까?
'시각장애인' 빨간모자는 무사히 할머니 댁에 갔을까?
  • 칼럼니스트 오윤희
  • 승인 2020.12.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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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장애 편견을 없애는 따뜻한 시선의 그림책 3선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교육 중인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해 공분을 샀던 일이 뉴스에 소개되었다. 안내견 이름은 내 아들 이름과도 같은 조이. 대형마트 측에서는 바로 사과를 하고 안내문을 부착하며 상황은 정리되었지만, 이번 사건이 아이들에게 어떤 생각을 하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저 퍼피워커(Puppy Walker)와 예비 안내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일어난 에피소드로 끝이 나야 하는 걸까? 아직도 안내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첫 사회생활을 내디딘 지 벌써 10여 년도 지났건만. 아직도 세상은 변하지 않은 걸까? 부모가 먼저 앞장서 내 아이에게 장애인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소개해 보자. 아이에게 읽어 줄 장애인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담은 그림책을 소개한다.

◇ 시각장애인 빨간 모자의 모험 이야기

「빨간 모자가 앞을 볼 수 없대」ⓒ한울림스페셜
「빨간 모자가 앞을 볼 수 없대」ⓒ한울림스페셜

남녀노소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로 첫 번째 대화를 시작하면 어떨까? 「빨간 모자가 앞을 볼 수 없대」(한쉬 지음, 조윤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20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간 모자」를 새롭게 각색한 그림책이다.

지은이 한쉬는 중국에서 태어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다. 이 책은 중국에서 ‘2016 올해의 청소년 책’, ‘중국 아동도서 리스트’, ‘창작 그림책 TOP 10’ 선정에 이어 ‘2017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부분 금상을 수상하는 등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팡이를 들고 선글라스를 낀 빨간 모자가 알고 보니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인 빨간 모자가 할머니 댁으로 무사히 케이크를 가져다드리는 모험과 여정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처럼 빨간 모자는 숲속에서 늑대를 만나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지팡이를 꼭 쥐고 할머니 댁으로 향하는 빨간 모자의 지혜가 그림책 곳곳에서 돋보인다.

숲속에서 만난 토끼는 빨간 모자에게 눈으로 볼 수 없을 땐 소리를 잘 들어보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토끼에 이어 만나는 고슴도치와 스컹크의 조언은 빨간 모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교훈이기도 하다. 빨간 모자는 늑대에게 잡히지 않고 무사히 할머니 댁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

「빨간 모자가 앞을 볼 수 없대」를 아이와 함께 읽은 후 느낌을 나눠보면 어떨까? 이 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경계를 넘어, 우리 모두가 서로의 다름과 다양함을 이해하며 돕고 살아갈 때 비로소 알게 되는 세상의 따스함을 알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일부터 시작한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오해와 편견이 사라지지 않을까? 

◇ 어떤 느낌일까? 함께 질문하며 대화를 나눠봐요!

「어떤 느낌일까?」ⓒ보림
「어떤 느낌일까?」ⓒ보림

앞서 가볍게 대화로 이야기의 문을 텄다면, 이번에는 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좀 더 솔직 담백하게 나눠보면 어떨까?

내 친구 마리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했다.

안 보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잠시 눈을 감으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 눈을 감아 보자. – 본문 중에서

「어떤 느낌일까?」(나카야마 치나츠 글, 와다 마코토 그림, 장지현 옮김, 보림, 2006년)은 주인공 히로가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진 친구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 귀가 들리지 않는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신 친구 등등 스스로 생각하고 어떤 느낌일지 담담하게 소개하는 그림책으로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이 책은 작가이자 탤런트, 가수로, 의원으로도 활동하는 나카야마 치나츠가 글을 쓴 그림책으로 2006년 에혼니폰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는, 전동 휠체어에 앉아 오로지 손가락 끝과 눈동자, 입만 움직일 수 있지만, 생글생글 잘 웃는 멋진 여자아이와의 만남을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아이와의 만남을 통해 ‘함께’라는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저자는 책의 주인공 히로처럼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면 나아질 수 있는 세상을 그린다고 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렵지 않다. 그저 히로처럼, 친구를 바라보는 유연한 태도와 자세라면, 우리 모두 히로와 저자가 바라는 세상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림책을 읽고 함께 어떤 느낌일지 묻고 대화를 시작해 보자.

◇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안내견의 이야기

「다녀왔습니다」ⓒ단비어린이
「다녀왔습니다」ⓒ단비어린이

안내견은 태어나 7주가 되면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훈련을 배우는데 이때 자원봉사자를 퍼피워커(Puppy Walker)라 부른다. 최근 대형마트 사건은 퍼피워커와 예비 안내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벌어진 일인 만큼 이를 위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법적으로도 보장된 안내견의 권리.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는 누구든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붙인 안내견과 장애인의 공공장소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선 안 되는 조항이 기재되어 있다. 안내견 훈련기관에 종사하는 훈련사나 퍼피워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피워커가 출입을 거부당하는 사례는 일상이라고 한다.

퍼피워커와 시각장애인의 반려견, 안내견에 대한 따스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다녀왔습니다」(홍정민 글, 최정인 그림, 단비어린이, 2020년)을 소개한다.

“단비야, 이리 와.”

누나가 출근 준비를 마치면 그다음은 내 차례야.

안내견 표시가 있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목줄을 매고,

누나와 나를 이어 주는 하네스까지 하면 준비 끝!

오늘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 본문 중에서

「다녀왔습니다」는 9년간 시각장애인 누나의 눈이 되어주고 다시 퍼피워커 가족에게 돌아가는 이야기을 담은 그림책이다. 힘들 때도, 기쁠 때도 누나와 함께 걸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자신을 맞이해 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안내견 단비.

이 책의 마지막에는 오늘도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고 묵묵히 거리를 걷고 있는 이땅의 모든 ‘단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문구로 마무리를 짓는다.

대형마트 사건 이후 한 지자체에서는 시각장애인이자 공무원의 안내견을 명예안내견으로 임용을 하고, 사건이 있던 대형마트 전 지점에는 안내공지문을 부착했다는 소식, 그리고 우리가 아는 안내견으로 리트리버 외에도 푸들 종류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안내견 단비처럼 그렇게 누군가에게 온전히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을까? 올해 마지막 책방 행사로 (사)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와 전시를 준비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로, 어른에게는 위안을, 아이에게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자리다. 코로나 19와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날이지만, 몸은 움츠러들어도 모두가 마음을 나누는 겨울날이 되었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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